[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배우 김소현이 민폐 여주 논란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김소현은 MBC 수목극 '군주-가면의 주인(이하 군주)'에서 한가은 역을 맡아 열연했다. 한가은은 극 초반까지만 해도 똑 부러지고 당찬 성격의 소유자로 통통 튀는 매력을 발산했다. 그러나 중후반부로 접어들며 캐릭터 성격이 변질됐다. '군주'는 수도 없이 한가은이 제멋대로 일을 벌이고, 그것을 세자 이선(유승호)과 천민 이선(인피니트 엘, 김명수)이 '사랑'이라는 미명 하에 수습하는 식의 이야기를 반복해왔다. 아비의 죽음은 대목 탓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음에도 세자에게 복수하겠다며 멋대로 궁녀로 입궁하고, 세자 이선에게도 이별을 고했다. 천민 이선의 해독제를 몰래 가져가 그를 죽일 뻔 했고, 이미 세자 이선에게 이별을 고해놓고 먼저 아는 척을 하며 여지를 남겼다. 중궁전 간택에 멋대로 참여해 위기를 자초하기도 했다. 마지막회에서도 한가은을 구하려다 천민 이선이 목숨을 잃는 모습이 그려졌다.
이렇게 세자 이선과 천민 이선 사이에서 애매한 태도를 보이며 제멋대로 행동해 모두를 위기에 몰아넣는 사고를 만들며 '민폐 여주인공'이 아니냐는 의견이 제기됐다.
"사실 조금은 속상하기도 했다. 가은이에 대한 부분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드라마가 가은이 얘기만 할 수는 없는 거니까 가은이에 대한 이야기를 친절하게 쌓아가지 못한 것 같아서 민폐라고 생각하시는 부분은 충분히 이해한다. 최대한 그 상황을 어떻게든 부드럽게 이어나가려고 노력했다. 그래서 대본에 대한 연구도 정말 많이 했다. 대사 하나하나도 그냥 넘어가지 않고 찍으려고 노력했다."
한가은을 연기하는 김소현의 마음도 편하지만은 않았다. "가은이와 세자가 서로 대화할 때 마냥 좋지는 않았다. 둘이 만나서 굉장히 행복한 장면에서도 한쪽은 고민을 하거나 말 못할 비밀을 안고 있었다. 마냥 좋고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없었던 부분이 조금은 답답하게 느껴졌다. 대화가 중요하구나. 뭐든 말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어쨌든 서로의 캐릭터가 살아야 상대방도 사는 거니까 함께 의견도 얘기하며 만들어나갔다"는 설명이다.
여주인공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있는 만큼 캐릭터를 잘 살리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다. 이해되지 않는 부분도 있었지만 최대한 많이 대화하고 연구하며 캐릭터를 만들어가려 했다.
"처음 시놉시스를 받았을 때 가은이에게 매력을 느꼈던 부분은 조선의 여인이지만 당차고 자유를 꿈꾼다는 게 멋있었다. 그걸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초반 4회까지는 가은이의 그런 모습이 많이 표현됐던 것 같아서 개인적으로 애정이 가는 부분이 많았다. 후반으로 가면서는 어쩔 수 없이 극이 진행되다 보니 가은이의 특성이 살짝 무너질 때도 있었지만 가은이의 근본적인 마음은 잃지 않으려고 했다. 복수심을 갖고 가는 게 어떨 땐 이해가 살짝 되지 않았다. 복수에 활활 타오르는 마음 자체가 한번에 이해되진 않아서 그 부분에 대해 많이 생각했다. 나는 솔직히 말씀 드렸다. 가은이가 죽지 않아야 가은이를 사랑하는 세자도, 주변인들도 이해가 되기 때문에 가은이 캐릭터에 대해 의문이 가는 부분에 대해서는 감독님께 바로 말씀 드리고 상의해서 만들어갔다. 아쉬운 점이 있긴 있다."
모두 김소현의 연기를 칭찬했지만 스스로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나 스스로 캐릭터를 이해하기 힘들었던 부분이 아쉬웠다. 어떤 악역을 하더라도 악역을 이해하면서 촬영을 한다. 가은이 같은 경우는 아버지의 복수를 하겠다는 복수는 알겠는데 아버지의 목을 친 사람을 원망하고 계속 찾는다. 그게 과연 가장 중요한 걸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조금 아쉬웠다"며 웃었다.
'군주'는 김소현이 슬럼프에서 만난 작품이다. 모두가 김소현의 연기와 비주얼에 대해 칭찬을 쏟아냈지만 스스로는 이번 작품이 가장 힘들었다고 말한다. 자신감을 잃는다는 게 가장 큰 두려움으로 다가왔다.
"지금까지 생각이 많았다. 이번 작품을 하며 나를 잘 모르겠더라. 그러다 보니 지금 연기하고 있는 캐릭터에 대해서도 두려움이 생겼고 나를 잃는 느낌이 들었다. 자신감을 잃었던 것 같다. 내가 나를 믿고 연기해야 하는데 그걸 놓치다 보니 화면에서도 그게 드러나고 그래서 부끄럽기도 했다. 후반에 캐릭터에 대한 두려움이 생기다 보니 나도 이해가 안되고 시청자분들도 이해하지 못할 거라는 생각이 드니까 마음이 너무 아팠다. 그냥 웃는 장면에서도 웃음이 안 나와서 나 스스로가 무서웠다. 나도 모르게 얼굴 근육이 굳어서 어색한 웃음이 나오더라. 그걸 처음 겪어봤다. 이번 작품이 나에게는 약간 슬럼프가 된 것 같다. 연기를 하면 할수록 항상 어렵다고 느낀다. 선배님들께 그 부분에 대해 조언을 많이 구하는 편이다. "
그렇다면 김소현에게 있어 '군주'는 어떤 작품으로 남았을까.
"이번 작품과 지금 시기 자체가 나한테는 성장통을 겪고 있는 시기인 것 같다. 굉장히 아프기도 하고 스스로도 많이 반성했다. 성인이 되기까지 얼마 남지 않았는데 힘을 내서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 같다. 이 시기가 나한테는 약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 드라마를 통해 단순히 내 역할만 보는 게 아니라 내 역할이 상대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극이 어떻게 흐르는지 넓게 보는 법을 알게 됐다. 그리고 좋은 배우분들을 얻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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