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스플릿시스템이 가동된 지난 2013년부터 시도민구단의 반란은 있었다. 2014년을 제외하고 기업구단들이 점령하는 상위 스플릿에 시민구단들이 한 자리씩 차지했다. 14개 팀으로 운영되던 2013년에는 인천, 2015년 성남, 2016년 상주였다.
2017년에는 강원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 동안 전력은 약한데 강한 정신력으로 상위 스플릿행을 이뤄낸 시민구단과 다르다. 전력도 기업구단 못지 않고 아둥바둥해서 턱걸이하는 모습도 아니다. K리그 클래식 20경기를 치른 13일 현재 9승6무5패(승점 33)를 기록, 전북(승점 38)과 울산(승점 35)에 이어 3위에 랭크돼 있다. 챌린지(2부 리그)에서 클래식으로 승격된 올 시즌 초반 목표로 세웠던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진출에 한 발짝씩 다가가고 있다.
강원FC의 부활 배경에는 우선 적극적인 투자를 빼놓을 수 없다. 강원FC는 기업구단이 아닌 팀들 중 유일하게 도에서 지원을 받는 도민구단이다. 도는 시보다 덩치가 크다. 강원도의 2017년 예산은 5조4248억원으로 편성됐다. 덕분에 강원FC는 올 시즌 강원도로부터 타 시민구단들과 비교해 두둑한 지원을 받았다. 시즌이 막을 올리기 전 40억원을 받은 뒤 지난 4월 추경(추가 경정예산 편성)을 통과해 30억원을 더 받았다. 강원랜드에서 20억원을 받았고 구단 자체 마케팅으로 벌어들인 수익으로 100억원+α의 재정이 마련된 상태다. 구단은 강원랜드에서 20억원을 추가로 후원해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최윤겸 강원 감독은 "주위에서 도에서 투자를 했을 때 결과를 가져와야 한다고 하셨다. 이런 부담감이 보이지 않는 책임감으로 작용했다"고 밝혔다.
스타 파워도 큰 원동력이 됐다. 현실적으로 선수들은 시도민구단을 선호하지 않는다. 재정적으로 풍족하지 못하고 축구 환경이 열악하기 때문이다. 단지 자신의 노력에 따라 기업구단보다 출전기회가 더 주어진다는 점에서 도약의 발판으로 삼는 선수들이 많다. 그러나 이번 시즌 강원의 스쿼드를 보고 선수들의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 A선수 에이전트는 "돈을 떠나 강원이 세운 비전에 시도민구단을 꺼리던 선수들의 인식이 많이 변화하고 있다. 기업구단 못지 않은 스타들이 늘어나면서 그들과 함께 뛰어보고 싶다는 선수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귀띔했다. 흡사 '전북'과 같은 효과다. 프로세계의 절대 논리인 돈도 많이 받으면서 기량 좋은 선수들과 함께 운동하는 것을 꿈꾸는 것이다. 최 감독은 "역시 클래스가 있는 선수들과 축구를 하니 다른 점이 느껴진다. 상대에게 위협을 느끼게 하는 것이 좋은 선수인데 '이래서 클래스 있는 선수를 선호하는구나'라는 걸 절감하고 있다"며 웃었다.
베테랑 최 감독의 지도력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시즌 전 일각에선 비스타 출신 사령탑인 최 감독이 거물급 선수들의 관리를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우려했었다. 기우였다. 최 감독은 개성 강한 스타들을 '원팀'으로 만들었다. 최 감독은 "사실 조직력을 만드는데 1~2년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그래서 시즌 초반 어려움도 분명 예상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팀이 빠르게 올라와 나도 놀랐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대가 염려로, 염려가 우려로 바뀌던 시점에서 5연승을 달려 분위기가 되살아났다. 선수들이 하고자 하는 의욕이 넘쳤다. 특히 고참들의 솔선수범과 희생이 돋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우린 나빠질 건 없었다. 운도 따른 부분도 없지 않다"며 겸손함을 보였다.
시즌 초반 구단 운영과 경기력에서 삐그덕대는 부분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강원은 시간이 흐를수록 단단해지고 있다. 과감한 투자가 결국 좋은 성적을 이끌어내고, 그 성적은 더 많은 팬들을 경기장에 흡수시키고 있다. 평창은 축제 분위기였다. 지난 13일 평일임에도 알펜시아축구점핑타워 축구장을 찾은 1578명은 선수들의 일거수일투족에 환호하고 아쉬워했다. 강원도민의 자존심을 축구장에서 드러내고 발산하고 있었다. 더 나아가 강원이 바라던 ACL까지 진출할 경우 투자 규모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자연스럽게 구단 운영 규모도 커지기 마련이다.
강원은 생존 싸움에만 목숨거는 K리그 시도민구단 선순환의 바로미터가 되고 있다.
평창=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