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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시련' LG, 이 위기를 어떻게 헤쳐나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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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LG 트윈스와 양상문 감독은 이 엄청난 위기를 어떻게 헤쳐나갈 것인가.

9일까지 LG에는 기쁜 일들만 가득했다. 구단 모든 사람들이 정말 열심히 준비한 이병규의 은퇴식과 영구결번식이 성공리에 개최됐다. 장맛비에 행사 개최 자체가 불투명했는데, 감동의 드라마가 연출됐다. 경기도 한화 이글스를 상대로 7회 1점차 콜드게임승을 거둬 기쁨이 두 배였다. 이 동력으로 다가올 후반기 상승의 기운이 만들어지는 듯 했다.

그러나 하루 뒤 엄청난 악재들이 몰려왔다. 한화전 에이스 데이비드 허프가 왼 허벅지를 부여잡고 나갈 때 조금은 불길하기는 했는데, 전치 4주 부상일 줄은 몰랐다. 개막 후 1달이 넘게 허프 없이 시즌을 치렀던 LG는 이게 불행인지 다행인지 모른다. 허프 없이 경기를 해봤기에 대책이 설 수도 있겠지만, 확실한 건 허프가 없으면 장기레이스 매우 힘들어진다. 시즌 초반에는 잘 나가 허프의 공백이 잘 느껴지지 않았지만, 지금은 치열한 순위 전쟁에 하루하루가 숨막힌다.

차우찬도 말소됐다. 지난달 27일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타구에 맞은 팔꿈치가 좋지 않아 휴식 차원이라는데, 전반기 마지막 경기인 SK 와이번스전 선발 등판이 무산됐다. 지난 5일 NC 다이노스전 승리 후 "전반기 마지막 경기까지 최선을 다해 던지겠다"던 차우찬이었다. 이미 류제국까지 휴식 차원으로 엔트리에서 말소돼 임시 선발 1명이 나와야 한다.

부상은 어쩔 수 없다. 운동 선수가 경기를 하다 보면 다칠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좌완 불펜 윤지웅의 음주운전 적발이다. 심각함을 인지한 LG는 곧바로 윤지웅에게 잔여 시즌 경기 출전 정지, 그리고 1000만원의 벌금 징계를 내렸다.

윤지웅 사고는 좌완 불펜 1명이 사라진다는 것에 더해 팀 분위기를 최악으로 만들어버렸다. 이게 큰 문제다. 안그래도 LG는 6월부터 경기력이 떨어지며 순위도 추락하고 힘겨운 시기를 보내고 있었다. 이 모습을 안타까워했던 이병규가 영구결번 고별사에서 "후배들이 더욱 단단하게 뭉쳐 내가 못해본 우승을 했으면 한다"고 했다. 그러나 단 하루도 안돼 대형 사고가 터지고, 이병규는 "내가 후배들에게 술을 마시게 하지 않았다"고 해명을 해야하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특히, LG는 음주사고가 끊이지 않았던 팀이라 더욱 충격이다. 기존 선수들이 그로 인해 징계를 받고, 많은 질타를 받았지만 이게 다른 선수들에게 전혀 경각심을 불러일으키지 못했다는 뜻이다. 여기저기서 이어질 비난에 선수들이 움츠러들 수밖에 없다.

엎질러진 물을 다시 컵에 담을 수는 없다. 흘린 물은 얼마나 빨리, 잘 제거하는 게 중요하다. 일단 전력 측면에서 보자. 선발, 불펜 새 얼굴들을 다시 발굴해야 한다. 일단, 허프가 빠진 자리는 2년차 우완 김대현이 채울 수 있다. 개막 후 허프가 없을 때도 김대현이 그 역할을 했었다. 좌완 불펜은 최성훈 등이 역할을 해줘야 한다. 만약, 차우찬까지 부상 후유증이 길게 남는다면 이는 LG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

팀 분위기를 추스르는 건 양상문 감독의 몫이다. 양 감독이 정말 어려운 심판대에 오르게 된 것이다. 지금의 위기를 잘 헤쳐나간다면 오히려 후반기 팀이 더욱 뭉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앞으로의 1달 정도 시간 동안 확 추락할 수도 있고, 그렇게 되면 시즌은 끝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감독에게만 책임을 물려서도 안된다. 어찌됐든 동료가 사고를 쳤으니, 남은 선수들이 책임감을 갖고 그라운드 안팎에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 1군 경험이 많지 않은 선수들이 포진해있는 LG이기에 박용택, 정성훈, 이동현 등 베테랑 선수들이 무게 중심을 잘 잡아야 한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