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엠블랙 출신 배우 이준이 소름돋는 연기력으로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9일 방송된 '아버지가 이상해'에서는 나영실(김해숙)을 통해 변한수(김영철)의 과거를 알게된 안중희(이준)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준은 변한수와 유전자 검사가 불일치하다는 결과를 받고 충격에 빠졌다. 그는 유전자 검사 결과를 변한수의 집으로 보냈고, 이를 대신 받은 나영실은 안중희를 찾아갔다. 나영실은 변한수의 진짜 이름은 이윤석이라는 걸 밝혔다. 그리고 살인 누명을 쓰고 전과자가 됐던 이윤석이 이민 간 친구 변한수의 연락을 받고 미국에 갔지만 함께 술을 마시던 술집에서 폭발 사고가 일어나 이윤석은 혼수상태에서 깨어났고 변한수는 사망했다는 걸 전했다. 또 두 사람의 신분이 바뀐 건 변준영(민진웅)을 가진 자신의 부탁 때문이었다고 털어놨다. 나영실은 이 사실을 눈 감아 달라고 애원했지만 안중희는 크게 분노했다.
이준과 김해숙의 대립신은 급이 다른 몰입도를 자랑했다. 수십년 간 가슴에 담아둔 진실을 꺼내며 "죽을 죄를 지었다. 절대 용서하지 마라. 다만 이대로 덮어주면 안되겠냐"고 비는 김해숙과 "그렇게 천연덕스럽게 아버지 행세를 했는데 어떻게 온 가족이 다 짰냐. 얼마든 내가 변한수가 아니다 밝힐 수 있었잖아"라며 배신감에 치를 떠는 이준의 모습이 대비되며 보는 이들을 숨 죽이게 했다.
이준의 연기는 흠 잡을 곳을 찾기 어려울 정도였다. 대 선배인 김해숙의 감정 연기에 모자람 없이 답하며 긴장감을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빨갛게 충혈된 두 눈을 빛내며 배신과 상실의 아픔에 울부짖는 모습은 믿었던 사람에게 두 번이나 배신 당한 안중희의 내면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 연민을 느끼게 했다. 특히 마지막의 임팩트가 컸다. 안중희는 자신을 찾아온 변한수를 보며 "어쩐 일이세요. 이윤석 씨"라고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순식간에 달라진 얼굴은 가족극이 아닌 스릴러물을 보는 듯한 착각마저 들게했다.
이준은 2009년 영화 '닌자 어쌔신'에서 비의 아역을 맡아 화제를 모았던 대표적인 연기돌이었다. 2014년 팀을 탈퇴하고 영화 '손님' '럭키' 드라마 '풍문으로 들었소' '뱀파이어 탐정' '캐리어를 끄는 여자' 등에 출연, 본격적인 배우 행보를 걷기 시작했지만 연기돌이라는 카테고리를 벗어나진 못했다. 하지만 '아버지가 이상해'에서는 때로는 경쾌한 웃음을, 때로는 짠한 감동을 안겨주며 더이상 연기돌이 아닌 배우 이준이라는 걸 입증하는데 성공한 분위기다.
극에 달한 감정 연기에 시청률도 재 상승세를 탔다. 이날 방송된 '아버지가 이상해'는 32.5%(닐슨코리아, 전국기준)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방송분(28.8%)보다 3.7% 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비슷한 시간대 방송된 MBC '당신은 너무합니다'는 13%, '도둑놈 도둑님'은 10.5%의 시청률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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