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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 스트라이커 자존심' 양동현, A대표 뽑혀도 손색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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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 스트라이커'의 자존심 양동현(31·포항)은 2002년 대한축구협회에서 관리하던 선수였다. 당시 협회는 차세대 육성을 위해 16세 이하 유망주 5명을 뽑아 프랑스 FC메스로 유학을 보냈다. 그 중에서도 출중한 피지컬과 골 결정력을 갖춘 양동현은 단연 돋보였다. 유럽 구단의 러브콜이 쇄도했다. 양동현은 이듬해 스페인 1부 리그 소속이었던 레알 바야돌리드 유스팀과 계약했다. 하지만 허벅지 피로골절 부상으로 인해 바야돌리드 1군 프로 계약이 무산되고 말았다. 양동현은 2005년 울산으로 유턴했지만 이렇다 할 활약이 없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때는 예선에서 뛰었지만 정작 본선을 앞두고 발목 인대가 파열됐다.

'축구 천재'는 그렇게 사라지는 듯했다. 하지만 당시 A대표팀을 이끌던 허정무 감독이 2010년 남아공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때 양동현을 발탁해 활용했다. 스물 세 살이던 양동현의 A대표 데뷔는 2009년 6월 10일이었다.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월드컵 최종예선이었다. 17분을 소화했다. 그리고 일주일 뒤 이란과의 최종예선 경기에서도 16분을 뛰었다. 양동현은 잠시 월드컵 출전의 꿈을 잠시 꿀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게 전부였다. 이후 양동현은 A대표팀에 부름을 받지 못했다. 후반 조커로 투입돼 공격의 파괴력을 끌어올리지 못했다. 당시 허정무호에는 또 다른 '축구 천재' 박주영(서울)이 버티고 있었고 최전방에서 이근호(강원)와 호흡을 맞추고 있어 양동현은 전략적으로 타깃형 공격수로 활용될 수밖에 없었다.

10년이 흘렀다. 한국 축구는 스트라이커 부재에 빠져있다. 경질된 울리 슈틸리케 A대표팀 감독은 무명의 이정협(부산)을 발굴하고 석현준(FC포르투)을 발탁해 호주아시안컵과 2018년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에서 승승장구했지만 최종예선에선 고전을 면치 못했다. 이들이 사라지자 지동원(아우크스부르크)을 원톱에 내세웠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이처럼 정통파 스트라이커 부재에 빠진 한국 축구에 양동현은 '단비'같은 존재가 될 수 있다. 양동현은 올 시즌 K리그 클래식 18경기에서 12골을 터뜨리며 자일(전남)과 함께 득점 공동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양동현은 최순호 포항 감독처럼 활용하면 기량을 끌어낼 수 있다. 양동현은 "수비를 가담하는 양과 사이드 움직임이 적기 때문에 득점 상황에서 호흡이 안정되니 판단력도 좋아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득점 외에도 양동현을 통해 발생되는 기회가 많다. 패턴 플레이와 순간적으로 펼쳐지는 상황에서 양동현이 만들어주는 득점 찬스가 많이 발생한다. 특히 서른이 넘어 노련미까지 붙었다. 심리적인 면을 잘 다스릴 줄 안다. 양동현은 "최순호 감독님께서 '90분 동안 하나는 할 수 있다. 침착하고 냉정하게 기다리라'고 하신다. 내 축구인생에 그런 조언을 해준 감독은 없으셨다. 경기 중 그런 상황이 오면 감독님의 말씀이 떠오른다"고 전했다.

감독만 바뀐다고 한국 축구의 위기가 사라지지 않는다. 정작 뛰는 선수들이 바뀌어야 한다. 너무 큰 폭의 변화는 바람직 하지 않을 수 있지만 그 동안 골머리를 썩어오던 포지션에 대한 제로베이스에서의 고민은 분명 필요해 보인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