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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인가족'종영②] '총각' 박혁권, 아빠 연기로 추가한 인생캐릭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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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배우 박혁권이 인생 캐릭터를 또 하나 추가했다.

박혁권은 SBS 월요 미니극 '초인가족 2017'에서 나천일 역을 맡아 열연했다. 나천일은 특별할 것 하나 없는, 평범한 대한민국의 40대 가장이다. 도레미 주류회사의 만년 과장으로 후배에게 치이고 상사에게 쪼이는 고달픈 현실을 살지만 토끼같은 아내와 딸을 보며 하루를 견뎌낼 힘을 얻는다. 어느 하나 특별한 특징점이 없는 캐릭터인데다 박혁권 본인도 미혼인 만큼, 그가 평범한 가장과 아빠 역할을 어떻게 연기해낼지 우려와 기대가 동시에 쏠렸다. 하지만 박혁권은 의외의 현실 연기로 시청자의 마음을 제대로 훔쳤다.

박혁권의 나천일은 우리집, 혹은 친구 집에서 본 듯한 '현실 아빠'였다. 본가를 두둔하며 대리 효도를 강요하다 아내 맹라연(박선영)에게 크게 당하기도 하고 딸의 연애에 노심초사하며 발을 동동 구르기도 했다. 직장 동료의 경조사에 함께 울고 웃었고, 서바이벌 무한 경쟁에 지쳐 넘어지기도 하고 다시 일어나 달리기도 하며 오뚜기 가장으로서 자리를 지켰다. 하늘을 날고 대지를 가르는 초능력은 없지만, 가족을 지키기 위해 두 발로 뛰고 구르는 나천일의 고군분투는 많은 이들을 짠하게 했다.

무엇보다 깊은 인상을 남긴 건 나천일의 퇴직 장면이었다. 나천일은 자신의 멘토였던 최석문(엄효섭)의 퇴사 이후 갈피를 잡지 못했고, 엎친데 덮친 격으로 새로 부임한 마정란 팀장(황석정)의 실적 압박까지 더해져 슬럼프에 빠졌다. 여기에 호의를 베풀었던 거래처들도 사실은 그를 무시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고 퇴사를 결심했다. 15년의 회사 생활을 '일신상의 이유로 퇴사합니다'라는 짧은 문장과 함께 정리하는 나천일의 마음은 복잡했다. 시원섭섭하게 사직서를 제출하고 붉어진 눈시울을 애써 감춘채 회사를 나온 그는 길거리에 주저앉아 오열했다.

나천일은 그동안 대한민국 40대 가장의 현실을 반영해왔다. 경쟁에서 뒤쳐져도, 갖은 모욕과 무시를 당해도 가족을 위해 자리를 지켜야 하는 가장의 고군분투로 시청자와 유대감을 형성했다. 그런 그가 회사를 박차고 나오는 순간 시청자는 대리만족과 짠한 공감을 함께 느꼈다. 욕 하면서도 다닐 수밖에 없는 회사를 나올 수 있다는 용기에 한번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또 15년을 충성한 회사 생활이 종이 한 장으로 가볍게 끝났다는 자괴감, 허무하게 사라진 청춘에 대한 회한, 회사를 나온 뒤 어떻게 앞날을 꾸려가야 할지 알 수 없는 불안감 등으로 오열하는 모습에 가슴 저린 동질감을 느낀 것이다.

이처럼 박혁권은 지극히 현실적인 아빠 연기로 시청자를 웃고 울게 만들었다. '하얀거탑'의 홍상일, '펀치'의 조강재', '육룡이 나르샤'의 길태미 길선미 등 개성 강한 캐릭터 연기로 필모그래피를 꾸며온 그가 이번에는 평범한 가장으로 인생캐릭터를 추가하게 된 것이다.

'초인가족 2017'은 3일 종영한다. '초인가족 2017' 후속으로는 '동상이몽 시즌2'가 방송된다.

silk78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