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절함 아니겠나."
미국 메이저리그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황재균이 성공적으로 새 무대에 연착륙하고 있다. 지난달 29일(이하 한국시각) 콜로라도 로키스전에서 메이저리그 무대 데뷔전을 치르며 결승 홈런까지 때린 황재균. 첫 볼넷 출루에 이어 2일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전에는 대타 2루타를 쳐냈고, 3일 피츠버그전에서는 한 경기 첫 멀티히트를 기록했다. 아직 안심할 수는 없지만, 낯선 무대에서 기대 이상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알리고 있다.
황재균의 경기 장면을 보면 눈에 띄는 모습이 있다. 바로 타격폼. 마이너리그에서 뛸 때는 중계 화면이나 사진 자료가 없어 알기 힘들었는데, 빅리그 경기를 소화하는 모습을 보니 바로 달라진 점이 포착됐다. 타격 준비 자세에서 팔과 배트가 몸 아래쪽으로 완전히 내려와있는 것이다. 약간은 엉거주춤하게 서있는 모습이 롯데 자이언츠 시절 멋들어진 폼과는 조금 차이가 있다.
황재균은 "미국에 와서 곧바로 폼을 바꾼 건 아니다. 마이너리그에서 계속 기존 폼을 유지하다, 시즌 중간 즈음 타격폼을 바꿔보기 시작했다"고 말하며 "이제는 팔을 들고 치면 더 어색하고 힘들다"고 말해 새로운 타격폼에 완전히 적응했음을 알렸다.
2015년 황재균의 타격폼을 보면, 배트를 든 팔이 오른쪽 귀 위까지 올라와있고 배트 헤드가 그라운드 3루 라인쪽을 향해있다. 투수쪽에서 보면 등번호도 많은 부분이 보인다. 그런데 2016년, 그리고 최근으로 올수록 팔이 내려가고 배트의 각도도 점점 하늘을 향한다. 이제는 투수쪽에서 등번호가 아예 보이지 않는다.
황재균은 왜 이런 변화의 과정을 거치고 있을까. 황재균을 오랫동안 지켜봐온 조성환 KBS N 스포츠 해설위원은 "배트 헤드가 나오는 각을 줄이기 위한 황재균의 노력"이라고 설명했다. 조 위원은 "재균이를 롯데 시절부터 봐왔다. 멋있는 폼도 좋지만, 재균이는 항상 스윙시 헤드가 크게 돌아나오는 것에 불만을 갖고 있었다. 그걸 고치기 위해 애쓰는 모습을 봐왔다. 어떻게 하면 더 빠르고 간결한 스윙으로 공에 힘을 전할 수 있는지 연구했다"고 말했다.
아무래도 팔이 높고, 배트 헤드가 머리 위쪽에 있으면 스윙시 돌아나오는 각도가 커져 순간 반응이 느릴 수밖에 없다. 대신 타구에 확실한 힘은 실린다. 대신 몸에 방망이를 가깝게 붙여 인-아웃 스윙이 보다 간결하게 나오게 만들면 정확도가 높아진다. 조 위원은 "팔을 내리면 공을 끝까지 더 볼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KIA 타이거즈 나지완, 김선빈이 그렇게 타격폼을 바꿔 실력이 향상된 대표적 케이스"라고 설명했다. 파워는 조금 떨어질 수 있는데, 황재균은 입에 단내가 나는 웨이트트레이닝으로 근육량을 늘려 비거리도 잃지 않으며 정확성까지 키운 케이스다. 한국에서부터 꾸준히 이 작업을 해오고 있었는데 크게 눈에 띄지는 않았었다. 그리고 한국투수들보다 더 빠른 공을 던지는 미국 투수들을 상대로도 살아남기 위한 변신을 과감하게 시도했다.
조 위원은 "재균이와 얘기를 해봤는데 현지 마이너 코치가 얘기한 것도 아니고, 스스로 이 변화를 선택했다고 하더라. 큰 무대에 올라가고 싶고, 거기서 살아남기 위해 얼마나 애를 쓰는지 느껴졌다. 재균이가 데뷔전 홈런을 치는 모습을 봤는데, 예전 헤드가 돌아나오는 단점이 아예 사라진 완벽한 스윙이었다. 나는 그 홈런을 보고 재균이가 성공할 거라고 굳게 믿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