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리자드가 '데스티니 2' 서비스를 확정하면서 PC 게임 플랫폼 시장에 도전장을 던졌다.
블리자드는 5월 18일 번지 소프트웨어가 개발한 액션 게임 '데스티니 2' PC 버전을 '블리자드 앱'으로 서비스한다고 발표했다. 블리자드 게임만 서비스하던 '블리자드 앱'에 다른 회사 게임이 최초로 들어오면서 블리자드가 앞으로 보일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블래자드 앱'은 1996년 '디아블로 1'과 함께 멀티플레이 서비스 '배틀넷'이라는 이름으로 시작됐다. '배틀넷'은 '스타크래프트', '디아블로 2', '워크래프트 3' 등에도 도입됐고 편의성과 안정성으로 유저들로부터 찬사를 받았다. '배틀넷'이 도입된 블리자드 게임들은 모두 세계적인 인기를 끌었다. 특히 국내 게임 시장에서는 '스타크래프트'가 국민 게임이 되면서 멀티플레이를 상징하는 단어가 됐다. 전국 PC방에 모두 설치된 '배틀넷'은 업계 표준이었다.
21세기가 되자 멀티플레이가 기본인 온라인 게임이 흥행하기 시작했다. 멀티플레이 기능 '배틀넷'은 더 이상 독특한 기능이 아니었다. 상징적인 의미만 남은 '배틀넷'은 2009년 '배틀넷 2.0'이 발표되면서 새롭게 변화했다. '배틀넷 2.0'은 기존 멀티플레이 서비스에 '전자 소프트웨어 배급(Electronic Software Distribution, 이하 ESD)'을 더한 PC 게임 플랫폼이었다.
멀티플레이를 일반화한 온라인 게임은 패키지 게임 시장도 변화시켰다. 유저들은 인터넷 기반인 온라인 게임에 익숙해지면서 인터넷을 통해 쉽고 빠르게 게임을 구매하고 구매 즉시 플레이 하는 ESD에 익숙해졌다. ESD 시대가 되면서 새로운 강자가 등장했다. 밸브가 서비스를 시작한 '스팀'이었다.
'스팀' 출시 전 밸브는 '하프라이프', '카운터 스트라이크' 등 FPS 게임을 서비스하면서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게임을 업데이트하면 유저 수천 명이 동시에 접속해 서버가 마비됐고 심하면 이틀 이상 게임을 즐기지 못하는 일도 발생했다. 이 문제는 밸브가 2003년 게임을 자동으로 업데이트하는 '스팀'을 출시하면서 해결됐다. '스팀'은 게임을 자동으로 업데이트할 뿐만 아니라 어디서든 인터넷으로 게임을 다운로드 받고 실행할 수 있는 혁명적인 시스템이었다.
문제를 해결한 밸브는 여기서 만족하지 않았다. 다른 회사 게임도 '스팀'을 통해 서비스되기를 원했다. 2005년 인디 게임 '다위니아'를 서비스하면서 '스팀'은 본격적으로 ESD 탑재 PC 게임 플랫폼이 됐다. 2009년 블리자드가 '배틀넷 2.0'으로 PC 게임 플랫폼을 출시했을 때 밸브는 이미 게임을 수 천 개 서비스하는 업계 표준이었다.
후발 주자 '배틀넷 2.0'은 초창기 '스팀'과 마찬가지로 블리자드 게임만 서비스했다. 2013년 '배틀넷 앱'으로 이름을 변경했으나 기존 멀티플레이 서비스 '배틀넷'과 비슷한 이름으로 혼동을 줄 수 있어 2017년 '블리자드 앱'으로 이름을 변경했다. 8년간 기반을 다진 블리자드는 '블리자드 앱'을 통해 계열사 액티비전이 유통하는 '데스티니 2'를 서비스 하게 됐다.
처음으로 타사 게임을 받아들인 블리자드는 '데스티니 2'를 성공적으로 서비스하는 데 집중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데스티니 2' 성공 여부에 따라 앞으로 나올 액티비전 게임들에 대한 서비스 가능성도 열어뒀다. 액티비전이 유통한 '콜 오브 듀티' 시리즈, '울펜슈타인' 시리즈, '퀘이크' 시리즈 등 게임 IP를 가져오면 '블리자드 앱'은 PC 게임 플랫폼으로 성장할 수 있다. 블리자드는 '데스티니 2'로 밸브가 이룩한 '스팀 천하'에 도전하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특히 국내 게임 시장은 큰 비중을 차지하는 PC방에 '블리자드 앱'이 모두 설치되어 있다. '블리자드 앱'이 다양한 게임 IP를 보유한 PC 게임 플랫폼으로 성장하면 PC방에서 해당 게임들을 즐길 수 있을 가능성이 크다. 블리자드가 '블리자드 앱'으로 PC방 유저들을 사로잡아 국내 게임 시장 판도를 바꿀 가능성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블리자드는 과거 '배틀넷'으로 업계 표준을 구축한 이력이 있고 밸브는 현재 '스팀'으로 업계 표준을 구축하고 있어 양사 모두 도전에는 일가견이 있다"며 "블리자드가 선언한 '데스티니 2' 서비스는 '스팀 천하'인 PC 게임 플랫폼 시장을 향한 도전이라고도 할 수 있어 성공여부와 함께 블리자드가 앞으로 보일 행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림 텐더 / 글 박해수 겜툰기자(gamtoon@gamtoo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