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니지. 넌 호주에 골프 유학 다녀왔잖아!"
한국 배구를 대표하는 '레전드'가 한 자리에 모였다. 12일 경기 여주 솔모로CC에서 진행된 제5회 배구인 골프대회. 이제는 사령탑이 된 전설들이 녹색 필드에서 맞붙었다. 주인공은 김세진 OK저축은행 감독, 김상우 우리카드 감독 그리고 신진식 삼성화재 감독.
같은 조에 편성된 세 전설. 티오프 전부터 불꽃 튀었다. 경기 시작 전 김상우 감독과 이야기를 나누며 조식을 먹던 김세진 감독, 신 감독이 뒤늦게 식당에 들어서자 "쟤가 왔는데 내가 밥 먹다 말고 인사를 해야되?"라며 세모꼴 눈으로 흘겼다. 바로 앞에 앉아있던 김상우 감독은 일어나려다 그 말을 듣고 다시 앉았다. "그…그러게."
불꽃 튀는 신경전(?). 이내 웃음꽃이 피었다. '엄살의 향연'이 펼쳐졌다.
포문은 김상우 감독이 열었다. "김세진 감독의 실력이 장난 아니다. 수시로 싱글 친다"며 "나는 뭐 그냥 그렇다. 93~96타 왔다갔다 한다"며 자세를 낮췄다. 이른바 '밑밥'을 깐 것.
김세진 감독도 이에 질세라 "싱글은 고사하고 보기도 잘 친 것이다. 나는 내 스스로 파만 해도 잘 쳤다고 생각하는데 싱글은 말도 안 된다"면서 "사실 대회 전날 낚시를 다녀와서 피로가 많이 쌓인 상태"라며 씨익 웃었다.
서로 1합씩 주고 받은 두 감독. 공공의 적이 생겼다. 신 감독이다. 신 감독이 다가오자 두 감독은 "어~! 저기 호주 골프 유학생 오네!"라며 소리 쳤다. 신 감독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그게 뭔 소리야." 신 감독이 선수 은퇴 후 호주에서 3년여간 배구 유학을 한 것을 두고 한 농담이다. 한 번에 그치지 않았다. "호주에서 3년 동안 골프만 쳤는데 70타는 치겠지!"
유치함이 극에 달했다. 김세진 감독이 "그렇게 나온다 이거지. 어디 오늘 한 번 죽어보자"라고 엄포를 놓자 김상우 감독은 "뭐? 죽어봐? 아~ 고등학교 때 들고 다니던 잭나이프를 챙겼어야 하는데"라고 응수했다. 보는 사람도 부끄러워지는 전설들의 대화. 김세진 감독은 "나는 뭐 연장 없는 줄 알아?"라며 버텼다. 이를 지켜보던 신 감독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점입가경의 만담. 결국 중요한 건 스코어다.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 최후의 승자는 신 감독이었다. 신 감독은 82타로 조 1위를 차지했다. 280야드에 달하는 장타를 기록하며 롱기스트상도 손에 넣었다. 김세진 감독과 김상우 감독은 각각 84, 86타를 기록하며 입맛을 다셨다.
여주=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