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SF 어드벤처 영화 '옥자'(봉준호 감독, 케이트 스트리트 픽처 컴퍼니·루이스 픽처스·플랜 B 엔터테인먼트 제작)의 논란이 식을 새가 없다. 프랑스에 이어 한국까지, 극장 개봉과 스트리밍 서비스에 대한 줄다리기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옥자'는 북미 기준 오는 28일, 한국시각으로는 29일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최초 공개된다. 넷플릭스는 이례적으로 국내에서만 29일부터 극장과 넷플릭스 스트리밍 서비스를 동시에 진행한다고 지난달 발표했고 이에 국내 최대 규모의 멀티플렉스를 보유한 CGV와 롯데엔터테인먼트는 "동시 개봉을 할 수 없다"라는 입장을 취해 난항을 겪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옥자' 개봉 사태에 대해 일각에서는 새로운 플랫폼을 거부하는 극장의 무리한 갑질이라며 비난했고 또 다른 입장에서는 한국 영화 산업을 집어 삼키려는 넷플릭스의 무서운 빅피쳐(Big Picture)라며 잔뜩 겁을 먹은 상태다. 꼬일 대로 꼬여버린 '옥자'의 극장 상륙기.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이며 이 논란의 진짜 쟁점은 무엇일까.
▶ 극장 갑(甲)질 논란?
관객으로서는 '옥자' 상영을 반대하는 극장들의 입장이 못내 아쉽기만 하다. 넷플릭스가 극장에서 '옥자'를 관람하고 싶어 하는 한국 관객의 니즈를 적극 반영해 이례적으로 내린 결단인데 이를 반대하는 극장의 행태에 아무래도 '갑질 논란'이라는 이미지를 지울 수 없는 상황이다. 물론 수익에 대한 손실을 우려해야 하는 극장 측은 주장도 이해는 가지만 일차원적으로 플랫폼의 변화를 격렬하게 거부하는 모습이 썩 아름다워 보이지 않는다는 것. 세상은 바뀌고 있고 플랫폼은 점점 더 진화하는데 영화의 전통만을 고집하며 관객 유출을 막으려는 극장들의 심보가 욕심이라는 볼멘소리도 상당하다. 극장에서 볼 관객은 어떻게든 극장에서 본다는 논리를 알면서도 극장에서 '독점'으로 개봉하려는 모양새는 여러모로 아쉬움을 남긴다.
그렇다면 극장 측은 '옥자'를 둘러싼 '갑질 논란'에 대해 어떤 생각일까. CGV는 "극장과 협의가 이뤄지기 전 동시 상영을 발표한 것 자체가 문제다. 우리는 이를 독단적 행동으로 보고 있다. 우리와 논의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발표한 내용이라 우리는 우리의 입장을 취한 것일 뿐이다. 갑질 논란은 어폐가 있다. NEW가 극장들에 상영 여부를 결정해달라는 공문을 보냈는데 우리는 동시 개봉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고 이를 전달하는 것인데 상황이 복잡하게 흘러간 것 같다. 비단 '옥자'뿐만이 아니라 다른 영화도 이런 동시 개봉이라면 상영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결국 우리가 말하고자 하는 요지는 영화 배급 방식의 원칙을 지켜달라는 것이지 '옥자'에게만 역차별을 하거나 갑질을 하는 행태는 단언컨대 아니다. 과거에도 극장 동시 개봉을 한 작품이 있다고 예를 드는데 이 또한 팩트는 개봉일에 극장과 IPTV 서비스가 동시에 진행된 적은 없다는 점이다. 개봉일 이후 극장에서 상영되는 기간 IPTV 역시 서비스를 진행한 것을 두고 '극장 동시 상영'이라고 표현한 것이다. 절대 개봉일과 동시에 스트리밍을 공개한 적은 없다"고 해명에 나섰다.
NEW의 독단적인 통보에 발끈한 극장들. NEW는 이와 관련해 "넷플릭스와 극장, 양측과 개봉 방식에 대한 협의를 꾸준히 진행해 왔다. 모두의 이해관계가 반영되긴 어려운 사안은 맞지만 가능한 최선의 개봉방식을 넷플릭스와 협의해 극장 측에 전달했다. 이후 지난달 15일 국내 공식 기자회견에서 개봉 방식을 발표한 것이다. 상영 여부에 대한 결정 없이는 극장 광고나 시사를 위한 대관이 어려운 상황인데, 그래서 개봉 준비를 위해 극장에 상영 가능성을 타진한 공문을 보낸 것이다. 극장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고 현재까지 극장의 회신 내용을 토대로 개봉일까지 상영관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할 계획이다"며 설명했다. 초반 CGV가 문제시 삼았던 독단적 행동과는 조금 다른 해명이다. 초반 극장들과 조율을 해왔지만 결국 원만한 합의점을 찾지 못해 자신들의 판단으로 최선의 방법을 발표한 것이라는 대목이다. 개봉을 코앞에 둔 상황 개봉 준비에 돌입해야 했기 때문에 극장들에 공문을 보낼 수 없었다는 상황도 전해진다. 그리고 극장들의 반발 속에서도 상영관 확보를 위해 끝까지 노력하겠다는 입장이다.
▶ 넷플릭스 빅피쳐?
극장들의 '갑질 논란'과 반대의 쟁점으로 넷플릭스가 한국 시장을 집어삼키려는 야욕이 담긴, 무리한 빅피쳐라는 시선도 있다. 어찌 됐건 극장 개봉과 스트리밍을 동시에 진행한다면 불법 다운로드 문제를 비롯해 각종 잡음이 발생하는데, 이런 문제에 대한 넷플릭스는 이렇다 할 대비 없이 일단 가입자 수를 확보하는 데 혈안이 됐다는 것. 여기에 다른 영화와 형평성 논란도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문제인데 이런 국내 영화계 생태를 전혀 반영하지 않은 넷플릭스의 극단적 결정이라는 의견도 있다.
넷플릭스의 상영 방식을 꼬집는 또 다른 의견으로는 정작 넷플릭스는 NEW와 극장들의 논란에 대해서는 강 건너 불구경이라는 것. 봉준호 감독의 조건으로 원치 않았던 극장 개봉을 하게 됐지만 결과적으로 극장들이 반발하고 나서면서 처음 원하는 대로 온전히 넷플릭스 스트리밍 서비스만 가능하게 된 상황이 됐고 이는 넷플릭스로서는 절대 손해 볼 장사가 아니라는 것이다. '옥자' 논란으로 넷플릭스라는 브랜드를 남녀노소 구분할 것 없이 충분히 알릴 수 있었고 이런 이슈 마케팅으로 가입자 수도 잡을 수 있으니 이것이야말로 손 안 대고 코 푸는 격이 아닌가. NEW와 다른 극장들의 배급 싸움이 커지면 커질수록 넷플릭스의 빅피쳐와 가까워진다는 무서운(?) 추측도 나돌고 있다.
한 영화 관계자는 스포츠조선을 통해 "플랫폼이 새로워지고 다양해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변화다. 극장도 전통만 고집할 게 아니라 어느 정도 새 플랫폼에 적응하며 자신들의 살길을 찾아야 하는데 이러한 준비가 전혀 안 된 상황에서 넷플릭스 같은 거대한 업체가 덜컥 등장하니 당황할 수밖에 없지 않나. 조금씩 천천히 세월의 변화에 맞게 자연스럽게 넘어가야 할 문제인데 대규모 자본에 의해 휘둘리는 모양새라 안타깝다. 제일 중요한 부분이 '협의'인데 일단 넷플릭스 같은 경우는 '우린 무조건 극장 동시 개봉을 할 거야. 판단을 극장 자율에 맡길게'라고 나오는 자세는 잘못됐다. 자유로 포장된 숨겨진 강요고 이게 곧 넷플릭스의 빅피쳐다. 넷플릭스가 마치 한국 영화 산업의 전체를 흔드는 모습으로 비치고 있는데 그럴수록 반발은 더 심해질 뿐이다. 영화계 스트리밍 서비스는 언젠가는 받아들여야할 변화는 확실하다. 하지만 기존의 구조를 유지하면서 변화를 한다면 이런 잡음이 없을 것이다. 지금의 서로 한 발씩 물러서며 이해관계를 찾아나가는 게 급선무다. '옥자'는 칸영화제에서 평도 좋았고 올해 최고 기대작 중 하나인데 영화를 평가하기도 전 이런 잡음이 나와 안타깝다. 영화의 모든 판단은 관객이 하는 것인데 어느 순간부터 칼자루가 극장을 거쳐 최종적으로 넷플릭스에 쥐어진 것 같아 우려스럽다. NEW도 다른 극장들도 집안싸움을 할 게 아니라 서로 이견을 조율해 넷플릭스와 합의점을 찾는 게 급선무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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