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치클리어링의 시작이었던 김태균(한화 이글스)이 징계 대상이 아닌 이유는?
한국야구위원회(KBO)는 23일 오전 10시부터 서울 도곡동 야구회관에서 상벌위원회를 개최했다. 2시간이 훌쩍 넘는 회의 결과 삼성 라이온즈 윤성환과 한화 이글스 카를로스 비야누에바에게 출장 정지 6경기, 한화 정현석에게는 출장 정지 5경기 징계가 내려졌다. 삼성 재크 페트릭은 제재금 200만원 처분을 받았다.
문제의 장면은 21일 한화와 삼성의 경기 도중 발생했다. 삼성 윤성환이 한화 송광민에게 1타점 2루타를 허용한 후 김태균을 상대했다. 2B2S에서 6구째 던진 공이 우타자 김태균의 배부분 유니폼을 스쳐 지나갔고, 몸에 맞는 볼이 선언됐다. 하지만 김태균이 1루로 출루하는 과정에서 윤성환을 쳐다보면서 서로 시비가 붙었다. 이때 양 팀이 약 2분간 1차 벤치클리어링을 했다. 큰 충돌은 없이 물러났다.
하지만 윤성환이 다음 타자 윌린 로사리오에게 초구에 몸에 맞는 볼을 던졌다. 로사리오가 흥분해 배트를 집어 던지며 윤성환에게 다가갔고, 양팀 선수단이 그라운드에 뛰어들어와 뒤엉켰다. 주먹질과 발차기가 난무하는 폭력적인 상황이었다.
당시 퇴장 징계는 윤성환과 재크 페트릭, 한화 카를로스 비야누에바 정현석 등 총 4명이었다. 선수단이 한 곳에 엉키며 집단 난투극이 발생했고, 추가 무더기 징계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추가 징계를 받은 대상은 삼성 강봉규, 김재걸 코치 뿐이었다. 선수들 중에는 추가 징계가 나오지 않았다.
KBO 상벌위원회 측은 "명확하게 영상에 잡힌 폭력 행위에 대해서만 징계를 내렸다"고 설명했다. 이날 위원회는 당시 중계 방송사였던 KBSN 스포츠의 영상과 비디오판독센터에서 사용하는 영상을 통해 면밀히 상황을 분석했다. 강봉규, 김재걸 코치가 추가 징계 대상이 된 이유 역시 영상 분석을 통해서 폭력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물론 주먹질, 발길질을 한 선수는 훨씬 더 많았다. 현장에 있었던 팬들이 직접 찍은 동영상을 통해 주먹을 휘두르거나 발을 올린 여러명의 선수들이 확인됐다. 수십명이 뒤엉켜있었기 때문에 짧은 순간에 식별하는 것은 불가능해도, 몇몇 선수들은 선명히 알아볼 수 있었다. 또 윤성환과 신경전을 벌이면서 벤치클리어링의 시작점이었고, 몸싸움에도 휘말렸던 김태균의 징계 여부도 관심사였다. 그러나 김태균을 포함한 추가 선수 징계는 없었다.
상벌위원회는 "삼성 코치들은 폭행이 영상을 통해 명확히 확인됐다. 다른 선수들도 발을 올리거나 손을 올리는 장면까지는 많이 확인됐으나 몸에 닿는 장면까지 잡히지는 않았다. 애매한 영상을 다 찾아내면 불명확해지기 때문에 우리가 확인할 수 있는 범위에서 명확하게 드러난 영상을 기준으로 징계 대상을 정했다"고 했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