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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대전, 낯선 단두대매치의 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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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과 대전이 벼랑 끝에서 만난다.

성남과 대전은 21일 오후 7시 탄천종합운동장에서 2017년 KEB하나은행 K리그 챌린지 13라운드를 치른다. 시즌 전 강팀으로 분류됐던 두 팀. 하지만 성적표는 생소하다. 성남은 9위(승점 10), 대전(승점 6)은 최하위다. 성남은 17일 K리그 클래식 소속의 강원을 FA컵에서 제압했지만, 리그에서는 2승(4무6패)에 머물며 여전히 부진한 모습이다. 대전은 말할 것도 없다. 단 1승(3무8패)에 그치고 있다.

뚜껑을 열기 전 두 팀은 강력한 승격후보로 평가받았다. 성남은 수원FC, 부산과 함께 '빅3'로 꼽혔다. 제주에서 지도력을 검증받은 박경훈 감독이 새로 부임했고, 국내외팀들의 러브콜을 받았던 황의조 김동준을 지켜냈다. 네코, 파울로 등 검증받은 외국인선수를 영입했다. 스쿼드면에서는 최고라는 평을 받았다. 대전 역시 다크호스로 지목됐다. 올 해 창단 20주년을 맞은 대전은 대전 정서를 잘 아는 이영익 감독을 데려온데 이어, 챌린지에서 검증을 마친 크리스찬, 이호석 등을 영입했다. 베테랑 김진규 강승조 등을 데려와 경험까지 더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성남은 부상자가 속출하며 날개 없는 추락을 거듭했다. 8경기 동안 승리를 챙기지 못했다. 단순히 운으로 치부하기에는 경기력 자체가 좋지 않았다. 대전도 마찬가지다. 승점 쌓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전은 경기력 자체는 나쁘지 않다. 매경기 주도권을 잡고 상대를 괴롭히지만, 중요한 것은 결과다. 이기지 못하는 경기가 늘어나면서 분위기도 가라앉고 있다.

클래식에서도 잔뼈가 굵었던 성남과 대전, 두 팀은 왜 2부리그에서 조차 바닥을 기고 있을까. 어색하기만 한 두 팀 간 단두대 매치에는 선수단 외적인 이유가 있다.

시민구단인 성남과 대전은 내부적으로 공통점이 있다. 양 팀 구단주 모두 정치적 상황으로 인해 팀을 제대로 신경을 쓰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성남 이재명 구단주는 지난 몇달간 촛불정국과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등으로 인해 바쁜 시간을 보냈다. 대전 권선택 구단주도 공직선거법 위반 등으로 송사에 휘말리며 축구단에 신경쓸 여력이 없었다. 구단주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구단 내부에서 갈등이 터져나왔다. 두 구단 모두 최근 운영팀장이 불미스러운 일로 구단을 떠나야 했다. 특히 성남의 경우 이 직원을 내보내는 과정에서 여러 구설에 휘말리기도 했다. 성남은 최근에서야 상황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구단 프런트 사이에도 파가 갈려 분열 양상을 빚고 있다.

구단 안팎에서 잡음이 이어지고 있지만 정작 이를 컨트롤해야 할 수장들은 뒷짐을 지고 있다. 두 구단 운영진 모두 지난 시즌 실패를 이유로 사표를 냈지만, 모두 반려됐다. 결과적으로 실패에 대해 책임을 진 사람은 없었다. 성남은 지난 시즌 계속된 실정으로 비판의 중심에 선 바 있다. 석연찮은 김학범 감독 경질로 인해 논란을 낳았고, 이후 경험이 부족한 구상범, 변성환 등 유소년 지도자를 감독대행에 앉히는 등 파행을 거듭했다. 결과는 결국 리그 최고 명문팀의 사상 첫 강등이었다. 대전 운영진 역시 최근 정치적 파고 속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구단 프런트의 어수선한 분위기는 반드시 선수단에 영향을 미친다. 하위권에 머물 선수 구성이 아님에도 성남과 대전이 바닥을 기고 있는 이유다. 끝모를 부진을 단순히 부상, 전술 등으로만 설명하기는 어렵다. 동병상련 단두대 매치의 이면이다.

현재가 바닥이 아닐 수도 있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성남은 이미 예산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성남시의회는 4월 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열어 성남FC 운영비 30억원 삭감안을 가결했다. 이에 따라 성남시와 구단은 올 하반기 선수들에게 지급할 인건비를 걱정해야 할 상황에 놓였다. 여전히 시의회에선 운영진이 지난 시즌 실패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은 데 대해 강한 비판을 하고 있다. 물론 시의회의 결정이 정치적인 의도라는 목소리도 있지만, 어쨌든 구단이 어려운 상황에 놓인 것만은 분명하다. 대전 역시 이같은 위기에서 결코 자유롭지 않다.

어울리지 않는 단두대 매치에서 만난 두 팀. 과연 어느 팀이 상대 희생을 발판 삼아 반등의 계기를 마련하게 될까. 집 안 문제 해결이 가장 시급한 일이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