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선유(28· 팀파이터)가 설욕을 위해 다시 한 번 케이지에 오른다.
천선유는 다음달 10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개최되는 XIAOMI ROAD FC 039에서 '세기의 반칙녀' 요시코(24·SEAdLINNNG)와 다시 맞붙는다.
두 선수의 첫 만남은 지난 2월 ROAD FC 036에서 이뤄졌다. 당시 ROAD FC를 통해 종합격투기에 첫 도전장을 내민 요시코는 경기 전부터 화제를 불러 모았다. 서로 합을 맞춰 경기를 하는 프로레슬링의 일반적인 룰을 깨고, 상대 선수에게 실제로 폭행을 가해 심각한 부상을 입힌 과거가 밝혀졌기 때문.
요시코의 상대로 천선유가 결정됐고, 팬들의 관심은 천선유에게 이어졌다. 당시 천선유 역시 ROAD FC 데뷔전을 치르는 신인에 불과했다. 생전 처음 받아보는 큰 관심에 경기를 앞둔 천선유의 부담감은 더해만 갔다.
"애써 괜찮은 척 했지만 많은 관심 때문에 부담이 됐어요. '혹시 잘 못하면 나중에 뒷감당을 어떻게 해야 하나' 하는 걱정도 됐고요."
그렇게 두 선수의 ROAD FC 데뷔전은 시작됐다. 장충체육관을 가득 메운 관중들은 천선유의 이름을 연호하며 일방적인 응원에 나섰다. 천선유도 관중들의 응원에 힘을 얻어 요시코와 치열한 난타전을 펼쳐나갔다.
그러던 중 요시코가 천선유의 눈을 찌르고, 머리채를 잡는 반칙을 저질렀고, 경고를 받았다. 잠시 닥터 체크가 진행된 후 경기는 속개됐다. 그러나 얼마 안가 요시코의 강력한 오른손 펀치가 천선유의 얼굴을 강타했고, 천선유는 그대로 쓰러졌다. 그렇게 그날의 경기는 1라운드 2분 1초 만에 요시코의 TKO승으로 마무리 됐다.
"저도 경기 경험이 많지 않았고, ROAD FC처럼 큰 무대는 처음이었기 때문에 긴장을 많이 했어요. 관장님이 짜주신 전략이 있었지만 그대로 하지 못했습니다. 반칙을 당한 이후부터 미흡한 모습이 많이 나왔죠. 경험이 많은 선수였으면 흥분을 안했을 텐데,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경기가 끝난 후 쏟아진 팬들의 냉정한 질타와 따뜻한 격려 속에 천선유는 한층 성장했다. 그리고 다음을 기약했다. 그로부터 약 4개월 만에 천선유는 요시코를 다시 만나게 됐다. 머릿속으로 수없이 그려오던 복수의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천선유는 "사실 2차전을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이렇게 빨리 기회가 올 줄은 몰랐어요. 지난번 경기에서 못했던 것들을 다 할 수 있도록 정말 열심히 준비 중입니다. 긴 리치를 살리는 부분과 타이밍 잡는 부분을 중점적으로 연습하고 있습니다"라며 재대결의 청사진을 그렸다.
천선유의 밝은 표정으로 요시코에 대한 자신감을 보였다. 두 번의 패배는 없다는 굳은 각오였다. 천선유는 이번 경기에서 반드시 승리하고, 더욱 높은 곳으로 올라갈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요시코 선수와 직접 붙어보니까 생각했던 것 보다 엄청 강한 상대는 아니었어요. 경기를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둘 다 많이 부족했던 경기였습니다. 그냥 운이 저에게 따르지 않고 요시코 선수에게 갔다고 생각해요. 데뷔가 다른 선수에 비해 늦은 편이라서, 예전에는 막연하게 데뷔가 목표였는데, 이제 데뷔도 했으니 실력을 쌓아서 높은 자리에 서고 싶어요. 그래서 이번 경기는 반드시 이겨야하고, 이기겠습니다."
과연 천선유는 한층 성장한 모습으로 케이지에 올라 이전 패배를 설욕할 수 있을까.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