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LG 트윈스를 상대로 10대0 완승을 거둔 뒤 김성근 한화 이글스 감독은 "아주 이상적인 경기였다"고 했다. 김 감독은 "테이블 세터가 출루하고 중심타선이 타점 올리면 다 된것 아니냐. 이보다 더 편안할 수가 없다"고 했다. 대졸 2년차 사이드암스로 김재영(24)의 6⅔이닝 무실점 선발 호투가 발판이 됐지만 승리를 이끈 핵심 야수들이 있었다.
특급 테이블세터 정근우(35)와 중심타자 김태균(35). 여기에 완벽한 수비를 펼치는 대형 유격수 하주석(23)이 그 주인공들이다. 한화는 이들 간판 선수들의 활약으로 약진을 위한 첫 교두보인 5할 승률 탈환을 노리고 있다.
한화는 지난주 롯데 자이언츠와의 대전 시리즈에서 우천취소 1경기를 포함해 1승1패를 했다. 직전까지 2연속 위닝시리즈, 이번 LG전 위닝시리즈 확정으로 4시리즈 연속 좋은 흐름을 탔다. 최근 10경기에서 7승3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3일 현재 17승19패(7위)로 5할 승률 '-2'다. 5할 승률이 갖는 의미는 특별하다. 가을야구 진출을 위한 첫번째 가늠자다.
강력한 테이블 세터, 타점을 쓸어담는 중심타선, 여기에 견고한 유격수 수비는 강팀의 기준이다. 지난 9년간 가을야구에 실패한 한화는 올시즌 '두 마리 토끼 잡이'를 시도중이다. 알렉시 오간도(180만달러)-카를로스 비야누에바(150만달러)-윌린 로사리오 재계약(150만달러) 등 외국인선수에 공을 들였다. 올해 성적을 내겠다는 뜻이다. 2군은 육성에 더 신경쓰기로 했고, 스카우트팀은 이정훈 팀장을 새로 임명하며 미래 자원 확보를 외치고 있다.
아직 투자대비 성적은 요원하다. 강력한 팬덤과는 달리 고령화 등으로 인한 잦은 부상과 뭔가 부족한 경기력은 상위권 도약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올시즌 정근우 김태균 하주석이 한화야구를 '정석', '순리'로 이끄는 중이다.
정근우는 손목 골절 수술을 한 캡틴 이용규의 공백을 메우고 있다. 톱타자로 핵심 수비꾼(2루수)으로, 리더로 '열 일'을 해내고 있다. 올시즌 타율 3할2푼2리에 3홈런 18타점. 지난해말 무릎 수술을 했는데 후유증에서 완전히 벗어나면서 2루 수비마저 본래 특급 스텝을 되찾았다. 덕아웃에서 후배들을 격려하는 것도 정근우의 몫이다. 리그 최정상급 톱타자다.
김태균은 책임감, 근성, 희생의 아이콘이다. 허벅지 근육통으로 열흘간 일본에서 치료를 받고 지난 10일 귀국하자마자 다음날(11일) 낮부터 곧바로 타격훈련을 했다. 그날밤 선발출전해 롯데전 역전승 발판을 마련한 볼넷을 얻어냈다. 12일 4타수 2안타, 13일 4타수 3안타 4타점에 연타석 홈런까지 뿜어내며 한화의 김태균이 돌아왔음을 만방에 알렸다. 올시즌 타율 4할3리에 4홈런 18타점.
하주석은 상위타순, 하위타순 가리지 않고 전천후 활약중이다. 타율 3할1푼에 4홈런 16타점. 만개한 유격수 수비는 보는 이의 감탄을 자아낸다. 지난해 19개의 수비실책을 했는데 올시즌은 딱 1개. 13일 LG전에서는 상대 수비실책과 대조되는 화려한 유격수 수비를 선보이며 박수갈채를 이끌어냈다. 좌우 움직임과 포구, 연계플레이에 강력한 송구까지 흠잡을 데 없다. 정근우와 손발이 딱딱 맞는 키스톤 콤비 플레이는 한화 수비의 자랑이다.
다음주면 비야누에바가 돌아온다. 선발진도 다소 안정될 것으로 보인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