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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고온에 목마른 그라운드 '물뿌리기' 의무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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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 챌린지 부산 아이파크는 옆동네 경남FC와 치열하게 경합 중이다.

4월말까지 주말마다 1, 2위를 주거니 받거니 하며 흥미로운 '낙동강 라이벌' 구도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3일 시즌 두 번째 맞대결에서 0대1로 패하며 승점차가 4점으로 벌어졌지만 6일 부천과의 11라운드서 승리를 챙겼다. 경남도 7일 대전전 승리로 올시즌 11라운드 전경기 무패(8승3무) 행진을 달렸다.

부산으로서는 3일 맞대결 패배가 더 아팠을 것이다. 하지만 조진호 부산 감독이 더 아쉬워했던 것은 따로 있었다. 바로 '물'이다. 조 감독은 "무더운 날씨에 오후 3시 경기를 하는데 경남 측에서 그라운드에 물을 충분히 뿌리지 않았더라. 선수들이 플레이를 하는데 상당히 애를 먹었다"면서 "패한 것에 대한 핑계를 대자는 게 아니라 그라운드 물 뿌리기는 선수들 부상과도 직결된다"고 말했다.

당시 경남전에서 베스트 자원 정석화가 시작하자마자 마른 잔디에 부상을 했고 사흘 뒤 부천전에서 아예 빠졌으니 조 감독의 탄식을 이해못 할 바는 아니다.

최근 K리그에서 '물 뿌리기'가 주요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경기 전 그라운드에 물을 충분히 뿌리는 것은 선수들 부상 방지는 물론 경기 속도가 빨라지고 더 많은 공격 찬스가 만들어지는 윤활유다.

지난 4월말 한국프로축구연맹이 마련한 K리그 주장, 감독 간담회에서도 물을 충분히 뿌려달라는 게 공통적인 건의사항이었다. 특히 물 뿌리기 논란은 지구촌 기후변화 현상과도 맞물려 더욱 커지고 있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이상 고온현상은 올해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1일 서울의 낮기온은 섭씨 28도까지 오르며 올 봄 최고를 기록했다. 남부지방에서는 광주가 30도까지 오르는 등 5월 첫 날부터 한여름 더위가 기승을 부린 것. 이런 고온현상은 7월 하순의 여름 날씨에 해당한다.





5월 초 무더위는 벌써 4년째라고 한다. 지난 2014년 5월 31일 영남지방에 사상 첫 폭염 특보가 내려진 이후 2015, 2016년에도 5월 폭염 특보가 계속됐다. 이 현상은 점차 시기가 앞당겨지더니 이제는 5월 초, 4월 말부터 시작되며 봄이 사라지고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경남-부산전이 열린 3일 서울의 수은주는 30.2도로 85년 만에 최고 기온을 기록한 날이었다. 여름 날씨가 부쩍 앞당겨진 세상이라 물 뿌리기 욕구가 커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현실적인 제도가 아직 미흡하다. K리그 규정에는 '홈경기 구단이 경기 전 물을 뿌릴 수 있다'는 정도로 홈팀 재량에 맡기고 있다.

이에 프로축구연맹은 잉글랜드프리미어리그(EPL) 등 해외리그처럼 물 뿌리기 의무화를 추진하고 있다. 현재는 리그가 열릴 때마다 테스트 기간을 거치고 있다. 경기 시작 1시간 전 10분, 시작 직전 5분, 하프타임 5분 등 지침을 만들어 물을 뿌리도록 하는 것이다. 다음주까지 시범기간을 거쳐 매뉴얼을 마련한 뒤 오는 20일부터 의무화 할 방침이다.

그동안 K리그에는 물 뿌리기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었다. 올시즌 들어 유독 '물 논쟁'이 부각되면서 이참에 강제 규정을 만들기로 한 것이다. 연맹 관계자는 "살수작업 운영 지침을 마련해 20일부터 모든 경기장에서 시행토록한 뒤 이사회 우선 안건으로 상정해 대회 요강이나 K리그 규정에 명문화할 것이다"면서 "내년부터는 시즌 개막 때부터 의무 사항으로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걸림돌이 없지는 않다. 국내 각 축구장은 주로 지방자치단체 시설관리사업소 관할인데 물을 많이 뿌리면 잔디가 잘 패이는 등 관리 비용과 손이 많이 간다는 이유로 난색을 표하기 때문이다.

연맹은 "길게 봐야 한다. 부상 선수가 많아지고 경기력이 떨어져 K리그 인기가 하락하면 경기장 사용료를 받는 지자체도 득될 게 없다. 제도 시행과 함께 지자체의 협조도 요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