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2016년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는 K리그의 독무대였다. 전북 현대와 FC서울이 4강에서 만났다. 서울을 제치고 결승전에 오른 전북은 알아인(UAE)을 누르고 아시아 클럽 정상을 차지했다. 당시 전북과 서울은 8강전에서 각각 중국의 상하이 상강과 산둥 루넝을 나란히 물리쳤다.
1년 만에 판세가 뒤집혔다. 전북이 AFC(아시아축구연맹) 제재로 2017년 ACL에 나가지 못한 상황에서 K리그의 경쟁력이 가파르게 떨어진 것으로 드러났다.
5차전까지 치른 26일 현재 서울(F조)과 울산 현대(E조)가 16강 탈락했다. E조에선 가시마 앤틀러스(일본)와 무앙통(태국)이 16강 진출을 확정했다. F조에선 우라와 레즈(일본)와 상하이 상강(중국)이 조별리그를 통과했다.
수원 삼성(G조)과 제주 유나이티드(H조)는 마지막 6차전(5월 9일) 결과에 달렸다. 수원은 광저우 헝다(중국) 원정이다. 제주는 감바 오사카(일본)를 홈으로 불러 싸운다. 수원과 제주 둘다 승리하면 자력으로 16강에 오를 수 있다. 그런데 팀 전력상 수원과 제주가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힘겨운 상황이다. 최악의 경우 K리그를 대표한 4팀이 전부 조별예선에서 몰락할 수도 있다.
왜 이렇게 K리그의 국제 경쟁력이 갑작스럽게 무너진걸까.
우리를 둘러싼 주변국들이 강해졌기 때문이다. 중국 슈퍼리그와 일본 프로축구가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축구굴기'를 내건 중국은 천문학적인 '황사 머니'의 힘을 발휘하고 있다. 수백억원을 투자해 사온 세계적인 A급 선수들이 몸값에 어울리는 경기력을 그라운드에서 쏟아내고 있다. 브라질 공격수 헐크와 오스카(이상 상하이 상강), 하미레스(장쑤 쑤닝) 등이 소속팀을 16강에 올려놓았다. 현재 중국은 출전팀 3팀 중 2팀(상하이 상강, 장쑤)이 조별리그를 통과했고, 광저우 헝다는 G조 선두를 달리고 있다.
일본은 '기술 축구'가 꽃을 피우고 있다. 일본 최강 우라와는 조별리그 4경기에서 최다인 18골을 몰아쳤다. 하파엘 실바, 이충성 등이 매우 조직적이며 창의적인 공격 전개로 상대 수비를 초토화시켰다. 가시마도 공수가 매우 안정된 경기력으로 16강에 안착했다.
K리그는 이런 중국과 일본 사이에 낀 '샌드위치' 신세다. 중국 처럼 자금력이 풍부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일본 처럼 기술적으로 뛰어난 축구를 하지도 못한다.
전북이 올해 ACL에 참가하지 못한 게 컸다. 전북은 자타공인 K리그 최강의 전력이다. 전북 구단의 모기업 현대자동차그룹은 1년 400억원(추정)에 육박하는 K리그 팀중에선 가장 많은 돈을 축구클럽에 투자한다. 또 구단은 매년 우수한 선수를 공격적으로 영입한다. 그런 전북이 빠지다보니 K리그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건 불가피했다.
몇년 전까지만 해도 전북 뿐아니라 서울, 수원 삼성, 울산, 제주 등 기업 구단들이 서로 공격적인 투자를 했던 적이 있었다. 그러나 최근엔 전북을 빼고는 투자 의지가 한풀 꺾인 것 같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현상 유지에 급급하거나 줄이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투자가 줄면 우수한 선수를 영입하기 어려운 건 불을 보듯 뻔하다. 또 기존에 보유했던 선수들도 이탈하게 된다. 가지고 있던 경기력도 유지하기 어렵다. K리그가 이런 상황에서 이웃 중국과 일본은 축구장으로 엄청난 자금이 흘러들어오고 있다. 가만 보고만 있으면 K리그의 국제 경쟁력은 올해 보다 2018년에 더 떨어질 수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축구인 "전북 혼자 투자해선 K리그의 판이 넓어지지 않는다. 경쟁력을 키우고 싶다면 서울, 수원 삼성, 울산, 제주 같은 리딩 클럽들이 함께 공격적인 투자를 해야 한다. 이대로 하던 대로 하면 K리그는 아시아에서 다시 1등 하기는 힘들어질 것이다"고 말했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