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다저스 류현진은 이전 3경기와는 다른 패턴의 피칭으로 변화를 줬고, 그것이 첫 퀄리티스타트의 비결이 됐다.
류현진은 직구와 슬라이더, 체인지업, 커브 등 4개의 구종을 구사한다. 대부분 직구 비율이 50% 이상을 기록하고 다른 변화구를 그날의 컨디션에 따라 구사 비율을 바꾼다.
그런데 25일(한국시각) 샌프란시스코의 AT&T파크에서 열린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원정경기서 선발 등판해서는 이러한 패턴에서 벗어난 피칭을 했다. 직구 비율을 대폭 낮추고 체인지업과 커브의 비율을 높였다.
이날 96개의 공을 던졌던 류현진은 직구를 겨우 30개만 던졌다. 31.2%에 불과했다. 반면 체인지업을 40개(41.7%)나 던졌고, 커브를 17개(17.7%) 던졌다. 슬라이더는 9개(9.4%)에 그쳤다.
카운트를 잡기 위해 직구를 던지는 일은 별로 없었다. 상대 타자에게 보여주는 식으로 던졌고, 커브와 체인지업으로 카운트를 잡았다. 상대가 직구 타이밍이라고 생각할때도 대부분 체인지업과 커브가 날아왔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구 위주의 피칭이 낮게 깔린 제구력과 더해져 좋은 피칭으로 이어졌다. 직구가 높게 들어오는 경우가 있었지만 대부분 상대 타자의 헛스윙을 유도하기 위한 고의적인 높은 공이었고, 나머진 낮게 구사돼 큰 타구가 없었던 이유가 됐다.
이런 변화구 위주의 피칭은 직구 구속이 여전히 올라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날 류현진이 던진 30개의 직구 중 최고 구속은 93마일(150㎞)이었고, 대부분 89∼91마일 정도에 그쳤다.이날 직구의 평균 구속이 145㎞였다. 특히 2회에 93마일을 찍은 이후 구속이 계속 떨어졌다. 그래서인지 이닝이 지날수록 직구 비율이 줄었고, 변화구 비율이 늘어났다.
이전 3경기서 무려 6개의 홈런을 내줬는데 6개 모두 직구를 던졌다가 홈런으로 연결됐다. 류현진은 이날 철저하게 직구를 카운트가 아닌 보여주기 위한 볼로 던지면서 샌프란시스코 타자들을 유혹했고, 명품 체인지업과 커브로 범타를 유도했다.
아직 직구의 구속과 구위가 예전만 못하다는 현실을 인식했고, 힘없는 직구로 승부하기 보다는 직구에 힘이 붙을 때까지 상대를 유인하는 변화구로 승부를 보기로 한 현명한 선택을 했다. 큰 것을 맞지 않기 위해 철저하게 낮게 제구를 한 것 역시 좋았다. 이날 안타를 5개 맞았는데 펜스 근처로 날아간 공은 없었다. 장타가 2회에 크로포드에게 내준 2루타 1개였다.
여전히 직구의 구속과 구위가 예전처럼 좋지 못하다는 것은 불안감을 갖게 하지만 이를 대신한 좋은 변화구가 있기에 류현진에게 앞으로 희망을 볼 수 있었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류현진 25일 샌프란시스코전 투구 비율
구종=투구수=평균구속
직구=30개=145㎞
체인지업=40개=130㎞
커브=17개=116㎞
슬라이더=9개=135㎞
◇류현진 이닝별 구종
이닝=직구=체인지업=커브=슬라이더=합계
1회 =6개=5개=2개=0개=13개
2회=5개=4개=5개-3개=17개
3회=7개=9개=3개=2개=21개
4회=3개=4개=2개=1개=10개
5회=3개=8개=3개=2개=16개
6회=6개=10개=2개=1개=19개
합계=30개=40개=17개=9개=96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