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 시절 원없이 해보지 못해서 지도자를 꿈꿨다."
현역 시절 최고의 인기를 구가했던 현주엽 창원 LG 세이커스 신임 감독. 그는 프로 무대에서 한 번도 우승을 해보지 못했다. 챔피언결정전조차도 나가 본 적이 없다. 이는 현 감독에게 '한'으로 남아 있다. 다시는 농구계로 돌아오지 않을 것 같았던 그가 LG 지휘봉을 잡은 이유이기도 하다.
현 감독은 24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지도자 경험은 없지만, 해설을 하면서 더 큰 농구를 볼 수 있었다. 잘 할 수 있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취임식에는 주장 기승호를 비롯해 조성민과 김종규 등 LG 선수들이 참석해 현 감독에게 꽃다발을 전달하고 함께 파이팅을 외쳤다. 현 감독은 "너무 감사드린다. 지도자 경험도 없는데 LG 구단에서 믿고 배려해 주셔서 너무 감사하다. 앞으로 재밌고 좋은 경기로 보답드리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다음은 현 감독과의 일문일답.
-밖에서 본 LG의 강점과 약점은.
▶장점이라면 선수 개개인의 능력이 좋다는 것이다. 김시래, 조성민, 김종규처럼 포지션별로 좋은 선수들을 갖춘 게 장점이다. 단점은 수비에 약하다는 것이고, 그에 따라 팀플레이에도 약점이 있다. 그점을 보완하면 좋은 경기를 할 수 있다.
-1990년대 스타 출신인 이상민 문경은 감독과 함께 하게 됐다.
▶상민이형, 경은이형이 지도자로서 좋은 모습 보여주고 있고 난 아직 안 해봤기 때문에 배운다는 생각으로 하겠다. 좋은 지도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나도 늦었지만, 서장훈 형도 오고 싶어하는데 내 밑으로 오는 것이기 때문에 크게 걱정은 안한다.(웃음) 장훈이형은 감독이 되면 굉장히 잘 할 것이다. 실력도 있고 머리쓰는 플레이도 하고, 오히려 나보다 카리스마가 많이 세다. 충분히 좋은 지도자가 될 것이다.
-지도자 경험이 없다는 게 약점으로 언급된다.
▶선수때 많은 경기를 해봤고, 은퇴 후 해설을 하면서 선수 때보다 폭넓게 흐름을 잃고 새롭게 배웠다고 생각한다. 지도하는데 문제없을 것 같다. 구단과 상의를 하겠지만, 코칭스태프 선임시 지도자 경험이 있는 분들과 호흡을 맞추다 보면 빨리 적응할 것이다. 엘지는 공격이 화끈하지만, 수비가 약하다. 결정적 상황서는 수비가 강점이 있는 팀이 좋은 플레이를 한다.
-해설가 출신 감독들이 그동안 실패한 케이스도 많다.
▶선수때는 굉장히 치열하게 경기만 뛰고 상대 공격자와 수비, 우리팀의 움직임, 상대의 움직임 등을 보면서 이기기만 하면 됐는데, 해설을 하면서 전체를 볼 수 있게 됐다. 어떤 팀은 어떤 스타일이고, 어떤 멤버가 들왔을 때 어떻게 하는가를 봤다. 경기를 보는 눈이 좋아졌다고 본다. 그런 것들을 포용하면 다 할 수 있을 것이다. 안될 수도 있겠지만, 해설을 하면서 눈을 더 뜬 것은 같다.
-농구 인기가 예전만 못하다.
▶상민이형이나 경은이형, (추)승균형과 친하고 얘기도 많이 하는데, 지금 현재 농구인들이 다 노력을 해야 한다. 우선 경기력이 좀더 좋아져야 할 것이다. 오픈 찬스에서 못넣으면 예전에는 창피해 했는데, 요즘은 오픈 찬스에서 다 들어간다는 보장이 없고, 자유투서도 약점 노출이 많다. 기본적 기량이 떨어진다. 선수도 노력하고 농구인들도 스타가 나올수 있게 많이 노력해야 한다.
-LG가 우승을 못 해봤다.
▶LG 선수들을 보면 자신감이 조금 떨어지는 모습이다. 자신감이 있어야 좋은 플레이가 나온다. 기대를 했던 선수중 기량이 정체된 선수들이 자기 자리를 찾고 기량을 발휘하면 더 좋은 성적을 낼 것이다. LG가 우승에 목말라 있는데 나도 비슷한 처지다. 한 번도 못 해봤다. 우승에 대해서는 LG 구단이나 나나, 창원 시민이 마음이 비슷하다. 선수들과 화합하면서 소통하는게 중요하다. 때로는 강하게 때로는 이해도 해주면서 팀을 이끌어볼 생각이다.
-절대로 지고 싶지 않은 팀을 꼽아달라.
▶물론 다 지고 싶진 않다. LG에 있을때 삼성전서 이기면 굉장히 좋았다. 상민형이 지금 삼성서 잘하고 있고, 삼성이나 KGC도 이겨야 하는 구단이다. 이상민 감독의 삼성을 이기고 싶은 생각이다.(웃음)
-외국인 선수 고민은.
▶외국인 선수는 팀 상황에 따라 바뀔 수 밖에 없다. 우리는 김종규가 있지만 그래도 키큰 선수 1명은 있어야 된다. 작은 선수라도 안쪽에서 할 수 있고 외곽도 간혹 나가서 할 수 있는 선수면 좋다. 그런 선수가 있어야 안쪽에서 확실한 우위가 있다. 김종규의 체력적인 문제에도 도움이 된다.
-어떤 색깔의 농구를 하고 싶나.
▶LG는 앞 선이나 스피드 있는 농구를 잘 하는 팀이다. 김종규도 장점이 틀림없이 있다. 색깔 하나를 확실하게 한다기 보다는 높이를 앞세워서 한발 앞서는 농구를 하고 싶다.
-LG에서 은퇴하고 다시 왔다.
▶모든 선수들이 마찬가지지만, 소속팀에서 은퇴하고 그 팀에서 지도자를 하는 게 꿈이다. 나도 그랬다. LG로 다시 돌아왔는데, 정말 제일 잘 할 수 있고 많이 알고 있기 때문에 고향에 와서 편하고 즐겁게 할 수 있다는 마음이다.
-고려대 출신 코치를 영입할 생각은.
▶나랑 뛰었던 분들은 지금 다 잘하고 계시고, 경험없는 분들도 계시고 미국 가계신 분도 있다. 생각은 해봤는데, 워낙 잘 하고 있어서 그분들을 모셔오는 건 반드시라고 할 순 없다. 구단과 상의해 봐야 한다. 아직까지 그런 부분을 생각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다. 야구도 감독보다 나이가 많은 코치가 있다. 나이가 많다고 해서 못쓰는건 아니다. 충분히 고려해볼 생각이다.
-은퇴 후 감독을 꿈꿨는가.
▶선수 시절 원없이 하면 은퇴 후 농구는 쳐다보지도 않겠다고 했는데, 사실 원없이 못해서 지도자를 꿈꿨고 LG에 오고 싶었다. 지금 LG 사장님 단장님 스태프가 선수 시절 함께 했던 분들이라 내 입장에서는 LG에서 얘기가 왔을 때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경험이 없지만, 좋은 기회를 주셔서 잘 해야겠다는 생각 뿐이다.
-감독이 된 뒤 누가 가장 많이 축하애 줬나.
▶장훈이형이 가장 많이 전화했다. 끊고 또하고 끊고 또하고, 생각날 때마다 전화를 한다. 그러면서 '야, 잘할수 있어. 가능하고 충분하고, 조금만 하면 괜찮을거야'라고 격려해 줬다. 장훈이형이 가장 기뻐해주고 전화도 많이 해줬다. 대부분 다 잘 할 수 있다고 응원해주셨다.
-앞으로 가족과 멀리 떨어지는 시간이 많아질텐데.
▶우리 아이들은 농구에 관심이 없었는데, 내가 농구장을 가니까 관심이 많아졌다. 우리 아이들도 농구하면서 선수로 좋은 모습 보여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은 한다.
-선수 보강 계획은.
▶큰 변화는 없을 것이다. 필요하다면 트레이드나 FA 영입을 고려하겠지만, 아직까지는 그런 점에서 확실히 하겠다는 것은 없다. 구단과 상의해 보겠다.
-이번 시즌 목표는.
▶올해 LG가 6강을 못갔으니, 6강을 간다면 단기전에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는 전력이라 생각한다. 목표는 일단 봄에 농구하는 것이다.
-기대하는 선수는.
▶LG에서는 김종규를 가장 많이 기대한다. 거꾸로 앞으로 가장 발전해야 하는 선수도 김종규다. 스피드도 좋고 운동능력도 뛰어남에도 장점으로 발휘 못하는 듯하다. 높이를 살리면서 득점과 수비에서도 위력적인 모습 보이게 다듬어야 된다.
-선수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선수들이 몸관리를 잘 하고 있는 것 같다. 예전에는 비시즌때 체중도 늘고 운동도 많이 안했는데, 요즘 애들은 관리를 잘 하고 있다. 내가 많이 시킬 거라는 걸 알고 있는지 체력관리를 잘 한다고 들었다. 잘 하고 올 것이다. 사실 난 카리스마 스타일이 아니다. 조성민이 날 만만히 보는거 같은데 상견례하면 많이 달라질 것이다.(웃음) 잠실=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