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JTBC 금토극 '힘쎈여자 도봉순'을 마친 박형식은 홀가분한 표정이었다.
똘끼충만 솔직당당 사랑꾼 안민혁 역을 통해 자신의 한계를 깼다는 점에서 후련함을 느끼는 듯 했다. 2012년 SBS '바보엄마'를 시작으로 '시리우스' '나인:아홉 번의 시간여행' '상속자들' '가족끼리 왜 이래' '상류사회' '화랑' 등 결코 적지 않은 작품에 출연했던 그다. 연기돌 출신의 통과 의례라 할 수 있는 연기력 논란도 없었다. 하지만 본인은 항상 연기에 대한 갈증을 느꼈고, 한계와 부족함을 실감했다.
"다행히 아직 연기력 논란은 없어서 너무 다행이다. 사실 처음 연기했을 때의 작품들을 많은 분들이 안 보셨다. 그때는 미니시리즈를 하라고 해도 내가 안 했을 거다. 드라마를 하면서 레슨을 받았다. 그런데 가르쳐준 대로만 연기를 했다. 감독님이 뭔가를 바꿔보자는 디렉션을 주시면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더라. 너무 창피하고 그 자리에서 도망치고 싶었다. 나 혼자 공부해서 이 캐릭터가 어떤 삶을 살았고 왜 이런 행동을 하는지 알고 있어야 뭔가 바꿀 수가 있는데 그게 안됐다. 그래서 혼자 해보겠다고 했다. 그게 '시리우스'였다. 너무나 다행히 연기력 논란 없이 작품이 무사히 끝나서 '혼자 공부하는 게 맞는 거구나' 하고 생각하고 작품을 접하기 시작했는데 또 한계가 왔다. 단순히 내가 즐겁고 재밌게 하고 싶어서 연기를 하는 게 아니라 한 작품을 만드는데 많은 사람이 사활을 거는 만큼 나도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는 걸 알았다. 그래서 다시 레슨을 시작했다. 이제는 혼자 분석을 하고 선생님과 또 다시 분석을 해본다. 선배님들도 '연기적인 레슨도 분명 중요하겠지만 삶의 질이 더 중요하다. 혼자 느끼고 경험하고 많은 사람들과 대화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하셨다. 그 말씀이 맞는 것 같다."
노력은 사람을 배신하지 않는다고 했다. 박형식도 마찬가지였다. '힘쎈여자 도봉순'은 박형식과 박보영의 극강 케미에 힘입어 9.7%(닐슨코리아, 전국기준)의 시청률로 JTBC 역대 드라마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며 큰 사랑을 받았다.
"원래 시청률에 연연하는 편이 아니긴 하다. 그건 시청자 마음이고 하늘이 정하는 일이라는 생각이다. 하지만 시청률이 나올 때마다 '더 많은 분들이 봐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고 시청률이 살짝 떨어지면 아쉽고 서운하기도 하고 했다. 그래도 시청률이 이렇게 잘 나올 줄은 생각도 못했다. 주변에서도 그렇고 해외 팬분들도 굉장히 많아졌다. 포상휴가도 처음 가본다. 굉장히 설레고 작품이 잘 마무리 돼서 기쁘다. 현장에서 너무 재밌었다. 촬영한다는 느낌이 아니라 같이 노는 느낌이었다. 재밌게 웃으면서 촬영하다 보니 하루하루 시간이 빨리 갔다. 그게 제일 행복했다."
박형식은 안민혁과 자신이 많이 닮았다고 말한다. 이것 저것 재지 않고 심플하게 행동하는 것도, 뒤끝이 없는 부분도 닮았다는 설명이다.
"표현을 잘 하는 것도 뒤끝 없이 단순한 성격도 나와 닮았다. 그 자체로 너무 좋았다. 나도 똘기도 있다. 매니저 형도 농담으로 '사이코패스 하면 잘 할 것'이라고 했다. 사이코패스 캐릭터는 정말 해보고 싶다. 내가 그 캐릭터를 이해하고 표현하려면 머리가 깨지도록 어렵겠지만 재밌을 것 같다. 나는 캐릭터에 욕심을 많이 내는 편이라 다양한 성격 개성 모습을 가진 캐릭터를 계속 해보고 싶다. 기회가 된다면 계속 다양한 캐릭터로 찾아뵐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작품도 성공을 거뒀지만 박형식의 연기에 대해서도 극찬이 쏟아졌다. 아이 같으면서도 듬직하고, 자신의 감정에 솔직한 안민혁 캐릭터를 매력적으로 그려냈고 특히 감정 연기가 출중했다는 평이다. 그래서 박형식의 애칭도 한껏 늘어났다. '아기병사'('진짜사나이') '귀여운 철부지'('가족끼리 왜이래') '직진 사랑꾼'('화랑') '프로 사랑꾼'('화랑') 등의 기존 별명에 '차세대 로코킹' '만찢남' '멍뭉남' 등의 애칭이 더해졌다.
"'차세대 로코킹'이라는 말이 제일 마음에 든다. 다른 수식어는 캐릭터로 보여준 단면적인 이미지인데 '차세대'라는 말이 앞으로 뭔가 보여줄 것 같은, 나에 대한 기대감이 있는 말이라 더 좋은 것 같다. 사실 댓글을 가끔 보는데 칭찬하는 댓글은 잘 안보는 편이다. 대신 단점을 지적하는 댓글을 본다. 내가 나를 가장 잘 알기 때문에 나는 내가 고쳐야 할 부분을 알고 있다. 하지만 제 3자 입장에서 바라보는 시선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상류사회' 때부터 발음 딕션 발성을 연습했다. 나도 부족함을 느끼고 있었는데 그 부분에 대한 지적이 많으니까 훌륭한 채찍질이 됐다. 그래서 지금도 댓글을 보며 참고하는 편이다."
혹자는 박형식의 전성기가 시작됐다고 말한다. 실제로 광고 러브콜이 '힘쎈여자 도봉순' 전과 비교했을 때 2~3배 가량 급등했고 시청자들도 그의 행보를 주목하고 있다. 자타공인 대세 반열에 오른 셈이다. 하지만 아직도 박형식은 배가 고프다.
"나는 지금 하고 있는 게 너무 중요하다. 그래서 앞으로의 행보가 더 중요하다. 해야할 게 더 많고 잘해내고 싶은 것도 더 많다. 연기돌 출신이라는 걸 떠나 내가 한만큼 인정받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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