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태영이 없는 '문태영 혈투'였다. '라이벌' 오세근과 문태영의 신경전이 미디어데이에서 펼쳐졌다.
오는 22일 안양실내체육관에서 시작될 2016~2017 KCC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1차전을 앞두고, 안양 KGC인삼공사와 서울 삼성 썬더스가 우승을 향한 각오를 밝혔다. KGC 김승기 감독과 양희종 오세근, 삼성 이상민 감독과 주희정, 김준일은 20일 서울 논현동 KBL센터에서 열린 미디어데이에 참석했다.
KGC와 삼성의 챔프전은 여러모로 볼 거리가 많다. 리카르도 라틀리프-마이클 크레익, 데이빗 사이먼-키퍼 사익스로 구성된 양 팀 외국인 선수들의 기량이 빼어나고, 선수별 매치업도 흥미롭다. 특히 삼성 문태영과 KGC 양희종은 경기장에서 만나기만 하면 치열한 몸싸움이 벌어지는 앙숙 관계다. 둘 다 플레이에 거침이 없는 편이다보니 맞붙으면 한층 불꽃이 튄다.
주희정이 양희종에게 먼저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다. 주희정은 "양희종과 같은 팀에서 뛸 때 룸메이트도 했고, 오랫동안 봐왔다. 예전에는 안그랬는데 지금은 '더티'한 플레이를 한다. 그게 혹시 나이가 들어서인가, 아니면 문태영과 문제가 있나?"라고 돌직구를 던졌다. 워낙 친한 사이이기 때문에 가능한 질문이다.
사실 전날(19일) 문태영도 고양 오리온 오리온스와의 4강 플레이오프 5차전이 끝난 후 인터뷰에서 "양희종은 더러운 플레이를 한다"며 라이벌 의식으로 먼저 자극했다. 이에 양희종은 "형이나 잘하시라. 태영이형이 팔꿈치를 많이 쓰는데 그런 것을 자제해주시면 나도 깨끗하게 플레이를 하겠다"고 응수했다.
문태영과 같은 팀인 주희정이 "내가 아는 문태영은 조용하고 성격도 온순하다. 그런데 유독 양희종만 만나면 이상하게 불이 난다. 누가 먼저 시작하는건지 정말 모르겠다. 문태영이 온순하기 때문에 먼저 하는 성격은 아닌 것 같다"고 감싸자 오세근과 김승기 감독도 양희종 기 살리기에 나섰다. 오세근은 "대학때부터 봤지만 희종이형도 절대 먼저 몸싸움을 걸지 않는다"고 했고, 김 감독은 "선수들에게 먼저 시비걸지 말라. 누가 시비를 걸면 받아주라고 한다"고 한마디 보탰다.
양희종은 또 "'더티'라는 단어는 조금 그렇다. 농구는 합법적인 몸싸움이 허용된다. 문태영과 많이 부딪히는 게 사실이다. 그것도 경기의 일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상대가 걸어온다면 나 역시 강력하게 몸싸움을 해야할 것 같다. 이번 챔프전에서도 불꽃튀는 몸싸움을 기대해달라"고 선전포고를 했다.
양희종과 문태영의 불꽃튀는 장외 신경전. 이번 챔프전에서도 최대 관전 포인트가 될 것 같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