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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적인 수비 시프트, 그 방법론과 효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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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와이번스 트레이 힐만 감독이 신선한 것은 단지 역대 두 번째 외국인 사령탑이라는 사실 때문만은 아니다. 기존 KBO리그 감독들과 다른 경기운영 방식을 적극적으로 소개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대표적인 것이 '수비 시프트(defensive shift)'다. 타자의 성향에 따라 수비수들의 위치를 조정하는 것을 말한다. 홈런타자가 등장해 외야수들이 펜스 가까이로 이동한다거나, 번트에 대비해 1루수와 3루수가 앞으로 나오는 것이 흔히 볼 수 있는 수비 시프트다. 사실 수비 시프트는 모든 타자를 상대로 일어난다. 포수와 투수를 제외한 7명의 수비수들이 항상 같은 위치에서 수비를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수비 시프트를 하는 이유는 타자의 아웃 확률을 높이기 위함이다. 그러나 수비 시프트를 통해 늘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주자 3루에서 내야수들을 앞으로 전진시키는 것은 3루주자의 득점을 막기 위해서인데, 타구가 빠르거나 플라이가 돼 내야를 넘어가면 안타가 될 확률이 높아 오히려 득보다 실의 측면이 클 수 있다. 마찬가지로 2루 주자의 득점을 막기 위해 외야수들을 전진수비시킬 경우, 조금이라도 멀리 날아가는 타구는 2루타 이상으로 연결될 공산이 크다. 수비 시프트는 매우 신중하게 다뤄져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힐만 감독의 수비 시프트는 팬들의 주목을 끌만큼 조정폭이 대단히 크다. 힐만 감독은 이미 앞서 시범경기서 수비 시프트를 적극적으로 사용할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그는 수비 시프트에 대해 "타자들이 타구를 날리는 방향을 분석해서 수비수를 배치하는 것이 효율적인지 한국에서는 더 봐야겠지만, 그래도 경험상 수학적으로 증명된 세트이기 때문에 활용가치가 높다"며 옹호론을 폈다.

지난 12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힐만 감독은 이러한 극단적인 수비 시프트를 펼쳐 이목을 집중시켰다. 롯데 이대호와 강민호를 상대로 수비 시프트를 적용했는데, 결과가 흥미로웠다. 0-0이던 4회초 1사 1루서 이대호가 타석에 들어서자 유격수 이대수와 2루수 김성현이 2루를 기준으로 모두 왼쪽에 위치했다. 이대호는 유격수 병살타로 물러났다. 성공적인 수비 시프트였다.

5회초 1사후 강민호 타석에서도 두 내야수는 각각 왼쪽으로 큰 폭으로 이동해 수비에 들어갔다. 하지만 강민호는 SK 선발 메릴 켈리의 높은 체인지업을 받아쳐 좌익수로 흐르는 안타를 때렸다. 2루와 3루간을 촘촘히 막아놨는데도 타구는 3루수와 유격수 사이를 교묘하게 뚫고 지나갔다.

분명한 것은 이대호와 강민호가 전형적인 풀히터(pull-hitter), 즉 당겨치는 스타일이라는 사실이다. 올시즌 이대호가 날린 타구 29개(타석수에서 4사구와 삼진을 뺀 수치) 가운데 좌측 타구가 16개로 압도적으로 많았고, 가운데가 5개, 우측이 8개였다. 강민호는 좌측 12개, 가운데와 우측이 각각 4개였다. 단순히 좌중우 각각에 분포된 타구의 숫자만 들여다 봐도 해당 타자의 성향을 알 수 있다.

실제 전력분석팀은 타구를 하나하나 체크한 자료를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해 놓는다. 타구가 떨어지는 지점과 타구의 높이, 비거리 등을 점으로 찍어놓은 데이터를 놓고 수비 시프트를 지시하는 것이다. 수비 시프트는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의 빌리 빈 단장이 적극 사용해 성공을 거둔 세이버메트릭스(sabermetrics)와 함께 현대 야구에서 수학적 개념을 적용한 대표적 방법론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요즘에는 수비 시프트도 타구의 방향과 비율, 득점과의 상관 관계 등을 수식으로 취합해 산출한 '시프트 스코어'라는 개념으로 그 효과를 판단하는 수학적 분석의 대상이 됐다.

그런데 수비 시프트는 벤치와 야수들 사이의 소통으로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투수가 어떤 공을 던지냐도 수비 시프트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다. 이대호를 상대로 벤치가 극단적인 좌측 시프트를 지시했다면, 투수는 바깥쪽 공보다는 주로 몸쪽 공을 던질 수밖에 없다. 실제 이대호는 켈리의 몸쪽 공을 일부러 밀어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결국 투수에게 사인을 내는 포수와 벤치도 수비 시프트에 관해 소통해야 한다.

메이저리그에서 수비 시프트가 본격 소개된 것은 1990년대 후반이다. 애너하임 에인절스가 상대 타자의 타구 방향을 분석해 수비수들의 위치를 조정하는 이른바, 수비 시프트를 선보이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수비 시프트를 주도한 에인절스의 코치가 바로 조 매든, 현 시카고 컵스 감독이다. 2000년대 이후 메이저리그에서 수비 시프트는 일상의 전술이나 다름없다. 지난해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볼티모어 오리올스 김현수도 극단적인 수비 시프트와 맞서고 있다. 다행히 김현수는 수비 시프트가 걸린 상황에서 지난해 타율 4할7리(108타수 44안타)로 강했다.

극단적인 수비 시프트와 싸운 대표적인 메이저리거는 지금은 은퇴한 데이비드 오티스와 프린스 필더다. 오티스가 타석에 들어서면 내야수 4명이 모두 2루를 기준으로 오른쪽에 섰다. 그러나 오티스는 수비 시프트에 걸린 상황에서 2010~2016년까지 3할3리(2267타수 686안타)의 타율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타율은 2할9푼2리(3468타수 1014안타)로 수비 시프트에서 더 강한 타격을 했다. 그럼에도 상대팀은 오티스 타석에서 이러한 시프트를 즐겨 적용했다. 김현수와 오티스가 시프트 상황에서 잘 친 것은 결국 능력이고 비법이다.

수비 시프트는 타구 방향의 확률에 따른 조치다. 해당 타자가 시프트에서 강하다 하더라도 타구가 많이 날아가는 방향에 수비수를 세워놓는 것이 더욱 안정적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