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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틸리케, 유럽서 한국 축구 부활 '희망'을 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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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인천공항 입국장. 울리 슈틸리케 A대표팀 감독(63)이 지난 3일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회로부터 재신임을 받은 뒤 10일 만에 국내 취재진 앞에 섰다. 표정은 다소 굳어있었다. 비난 여론이 쉬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그러나 표정과 달리 말투에는 자신감이 묻어났다. 유럽파 점검에서 얻은 소득은 '희망'이었다.

"모든 걸 원점에서 시작할 것이다." 슈틸리케 감독이 한국 축구의 부활을 외쳤다. 지난 7일 유럽으로 건너가 한국 선수들의 경기를 관전하고 면담을 가진 뒤 일주일 만에 돌아온 슈틸리케 감독은 "손흥민을 제외하고 유럽파 선수들과 장시간 대화를 나눴다"고 밝혔다. 특히 올해 중국전과 시리아전에 소집하지 않은 이청용(크리스탈 팰리스) 박주호(도르트문트)와의 진솔한 면담은 슈틸리케 감독이 그 동안 가장 하고 싶었던 일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청용과 박주호를 오랜만에 만났다. 이들도 꾸준히 대표팀 내 상황을 인지하고 있었다. 서로 좋은 의견을 공유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청용과 박주호는 어렵고 비슷한 처지에 놓여있다. 그래도 간절한 마음을 가지고 있더라. 긍정적인 건 이청용이 최근 출전은 하지 못해도 교체 명단에 포함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적시장에서의 변화를 기다려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선수들은 스스로 변화를 약속했다. 반드시 9회 연속 월드컵 본선에 진출하겠다는 선수들의 강력한 의지에 슈틸리케 감독은 자신감을 되찾을 수 있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오는 6월 카타르전까지 준비 기간이 긴 것은 장점이다. 팬들에게 많은 비난을 받았지만 선수들도 변화를 원했고 그 속에는 한국 축구가 부활할 수 있다는 희망과 자신감이 녹아 있었다"고 설명했다.

변화의 첫 걸음은 '제로 베이스'다. "모든 걸 원점에서 시작할 것"이라고 천명한 슈틸리케 감독은 "시계를 한국 축구가 잘했던 과거로 돌려놓을 것이다. 축구를 즐기면서 했던 때를 다시 떠올릴 것"이라고 전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든든한 지원군도 얻는다. 협회 기술위와 의견을 조율해 영입하기로 한 수석코치가 합류를 앞두고 있다. 추려진 두 명의 후보 중 감독의 선택만 남았다. 슈틸리케 감독은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새로 오시게 될 분은 팀 내 부담감을 해소하고 선수와 코칭스태프의 소통을 활발히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짧게 강조했다.

선수단 기강 확립에도 나선다. 시리아전 졸전은 감독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비판이 일었다. 기성용과 구자철은 "선수들도 정신차려야 한다"며 한 목소리를 냈다. 대표 선수로서 기량이 떨어지는 선수, 태극마크에 대한 책임감 없는 선수들을 향해 날린 쓴소리였다. 무엇보다 선수들의 입을 통해 흘러나왔을 것으로 추정되는 대표팀 내 모습들이 유출되면서 슈틸리케호에 대한 비난의 강도는 더 거세졌다. 이에 대해 슈틸리케 감독은 내부 단속의 단호함을 드러냈다. "팀 내 분위기를 수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한 슈틸리케 감독은 "팀 내부 상황을 외부로 발설하는 선수들에 대해서는 과감한 조치도 필요하다. 선수와 코칭스태프는 한 배를 타고 한 가지 목표를 향해야 한다. 팀이 하나가 되는 게 지금은 가장 중요한 이슈"라고 했다.

5월 평가전도 계획 중인 슈틸리케 감독은 이번 주말부터 카타르전에서 태극마크를 맡길 K리거 점검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인천공항=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