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어지는 선발, 늙어가는 불펜.'
롯데 자이언츠 마운드를 두고 하는 말이다. 롯데는 2015년 시즌이 끝난 뒤 불펜 강화를 목적으로 FA 시장에서 두 거물을 영입했다. 마무리 손승락과 셋업맨 윤길현에게 무려 98억원을 썼다. FA 시장에서 나름 존재감을 과시해온 롯데지만, 한꺼번에 두 명의 FA를, 그것도 불펜투수에게 역대 최고 몸값을 투자한 것에 야구계는 적지않은 놀라움을 표시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두 선수는 전성기를 막 지난 시점서 FA 계약을 했다. 전성기의 기준을 명확히 제시하기는 힘들지만 객관적인 나이가 그렇다는 이야기다. 실제 두 선수는 지난해 기대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실망스러운 성적을 남겼다. 하지만 롯데로서는 거액을 투자한 두 선수의 보직을 박탈할 만큼 용기가 생기지 않는다. 이번 시즌도 마찬가지다. 롯데가 시즌 초 선두권을 형성하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지만, 내재적인 불안 요소 가운데 가장 우려스러운 부분이 불펜이다. 다른 건 몰라도 '노쇠화' 현상은 부인하기 힘들다.
롯데 불펜진 대부분은 30대 중반 이상이다. 12일 현재 1군 엔트리 가운데 불펜투수는 모두 8명. 이 중 20대는 박시영(28) 한 명 뿐이다. 손승락(35) 강영식(36)송승준(37) 노경은(33) 이정민(38) 배장호(30) 윤길현(34) 등 7명은 프로 10년차를 훌쩍 넘긴 베테랑들이다.
이날 현재 성적을 들여다 보면 이렇다. 손승락은 4경기에서 2세이브, 평균자책점 3.86을 올렸지만, 4⅔이닝 동안 홈런 1개를 포함해 7안타 및 4사구 2개를 허용했다. 피안타율이 3할6푼8리에 이른다. 윤길현은 5경기에서 평균자책점 9.82, 이정민은 4경기에서 15.43, 송승준은 4경기에서 5.40, 노경은은 2경기에서 9.00의 평균자책점을 각각 기록했다. 그나마 박시영이 7경기에서 9⅓이닝 동안 8안타 4실점, 3.86의 평균자책점을 올리며 불펜에 신선한 기운을 불어넣고 있다. 배장호는 5경기서 2.84의 평균자책점을 올렸고, 이날 1군에 등록해 마운드에 오른 강영식은 SK 와이번스 한 타자를 삼진 처리했다.
이 가운데 송승준을 눈여결 볼 필요가 있다. 손승락 윤길현과 같은 시기에 FA 계약을 한 송승준은 이번 시즌 선발에서 불펜으로 보직을 바꿨다. 엄밀히 말하면 치고 올라오는 후배들에게 선발 자리를 내줬다고 해야 옳다. 아직은 야구장 구석에 마련된 불펜이 낯설다. "감독님이 시키는 게 곧 내 역할"이라고 외치며 각오를 드러내지만, 최근 2경기에서 연속 홈런을 허용하며 난타를 당하는 등 난조를 보였다. 2년전 FA 계약을 한 베테랑 3인방이 불펜에서 불안감을 노출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여기에 이정민도 이날 SK전에서 1-1이던 연장 12회말 등판하자마자 박정권에게 좌익선상 2루타, 최 정에게 좌중간 끝내기 안타를 맞고 경기를 내줬다. 나이를 가지고 이러쿵저러쿵할 필요는 없으나, 실제 성적으로 나타난 활약상을 보면 '노쇠화'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2군에 마땅한 자원이 없다는 점, 이들 대부분 고연봉을 받는, 그래서 뭔가 중요한 보직을 맡겨야 한다는 점은 인정되더라도 일정 수준의 마운드 개편의 필요성은 존재한다고 봐야 한다.
불펜진과 달리 롯데 선발진은 시즌 출발이 아주 좋다. 에이스 브룩스 레일리(29)와 새 외인 투수 닉 애디튼(30)은 걱정이 없어 보인다. 박세웅(22) 김원중(24) 박진형(23) 등 영건들도 한 단계 성장한 실력을 보여주며 선발 자리를 굳혀가고 있다. 롯데 선발 5명은 모두 30세 이하로 젊다. 이날 현재 롯데 선발들의 평균자책점은 1.76으로 10개팀중 가장 좋다. 반면 불펜진 평균자책점은 5.45로 7위에 머물러 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