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버티스타디움(영국 스완지)=이건 스포츠조선닷컴 기자]지켜보는 선배는 흐뭇해했다. 이야기하는 후배는 살짝 눈치를 보면서도 기뻐했다. 기성용(스완지시티)과 손흥민(토트넘)은 5일 열린 스완지시티와 토트넘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31라운드 경기 중심이었다.
이날 손흥민은 1-1로 맞서던 후반 추가시간 역전 결승골을 넣었다. 토트넘은 3대1로 승리했다. 손흥민은 리그 9호골(시즌 15호골)을 기록했다. 기성용이 가지고 있던 아시아선수 한 시즌 리그 최다골(8골) 기록을 갈아치웠다
경기 후 믹스트존에서 손흥민과 기성용을 만났다. 기성용이 먼저 믹스트존에 나왔다. 한국 취재진과 만난 기성용은 "오늘 경기는 우리가 져서 아쉬웠다. 이기고 있다가 져서 더욱 그렇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그러면서도 "흥민이가 좋은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팀에게 중요한 골도 안겼다. 좋은 기록도 세웠다. 같은 한국 선수로서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기성용과 대화를 나누는 사이 손흥민이 나타났다. 기성용은 손흥민에게 웃으면서 "선배 기다리고 하고. 이 녀석 옆에서 손들고 서있어!"라고 농담을 던졌다.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
손흥민에게 아시아선수 최고 골기록 수립에 대한 소감을 물었다. 기성용이 불쑥 끼어들었다. "내가 어떻게 이제까지 그 기록을 가지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스트라이커가 그 기록 못 깨는게 창피한 거 아니냐?"고 농담을 던졌다. 모두가 웃었다.
손흥민은 살짝 눈치를 보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는 "성용이 형은 미드필더라 포지션상 많은 골을 넣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그런 기록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 자체가 대단하다"고 선배를 높였다. 기성용 얼굴에 살짝 웃음이 돌았다.
손흥민은 말을 이었다. "EPL에 올 때 성용이 형의 기록(8골)을 깨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성용이 형 앞에서 기록을 깬 것은 운이 좋았기 때문이다. 성용이 형 기록을 따라가려고하다보니 좋은 결과가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그리고는 "마지막에 우리 팀이 운좋게 3골을 넣었다. 성용이형에게 죄송하다"고 말했다. 기성용은 "미안할 필요 없어. 난 괜찮아"고 웃었다.
손흥민의 향후 골 예상이 궁금했다. 이제 시즌 15호골이자 리그 9호골을 기록했다. 1골을 더 넣으면 리그 두자리수를 돌파한다. 2골을 더 넣으면 손흥민이 분데스리가 시절 기록했던 자신의 시즌 최다골(17골)과 타이를 이룬다. 19골 이상이 목표다. 차범근이 가지고 있던 한국 선수 유럽 시즌 최다골 기록이다.
기성용이 먼저 말했다. "10골은 넘길 것이다. 8경기 남았는데 충분할 거다. 오카자기 신지(레스터시티)도 못 넣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 시즌에 리그에서 10골을 넘긴다는 것은 대단한 거다. 그렇게 하기가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물론 "FA컵 골은 좀 빼자"며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손흥민은 욕심을 드러냈다. 그는 "두자리 골에 대한 욕심은 난다. 항상 시즌 시작할 때 리그 두자리수 골을 한다면 좋은 기록을 냈다고 생각하곤 했다. 이제 9골을 넣었다. 경기가 많이 남았다. 골욕심이 난다"며 좋은 모습을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