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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상문 감독 신들렸나, 투입하는 선수마다 '대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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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알파고'는 정보를 축적할 수록 더욱 강해진다는데, 양파고도 마찬가지인가 보다. '시즌 2'를 맞은 양파고(양상문+알파고)가 더욱 강력해진 느낌이다.

LG 트윈스가 개막 3연승을 달렸다. 그것도 '엘넥라시코', 천적 넥센 히어로즈를 상대로 3연전 스윕에 성공했다. 헨리 소사-류제국-윤지웅 세 선발투수가 모두 승리를 따냈고, 불펜진도 실점없이 출발했다.

3경기 모두 양상문 감독의 뛰어난 용병술을 확인할 수 있었다. 3월 31일 개막전에는 1번 타자로 나선 이형종이 홈런을 포함해 멀티히트를 기록하며 공격을 이끌었다. 이형종이 1일 2차전 4타수 무안타로 부진하자 새롭게 투입된 선수들이 폭발했다. 개막전 선발로 나서지 못한 이천웅이 결정적인 2루타를 때려내며 승기를 가져왔다. 올시즌 야심차게 선택한 공격형 2번 타자 오지환도 홈런으로 화답했다. 오지환이 투런홈런을 친 건, 전날 쉬고 나온 '리드오프' 김용의가 2루타로 출루했기 때문이었다. 개막전 최재원에게 2루 자리를 내줬던 손주인도 6회 쐐기를 박는 적시타를 때렸다. 손주인은 개막전 대수비로 투입돼 결정적인 병살을 만들어냈고, 3차전에선 7회 결정적인 적시타를 쳤다.

손주인에 앞서, 서상우가 큰 일을 해냈다. 6번 타순에 시즌 첫 선발 출전한 서상우는 2회 선제 결승 투런 홈런을 쏘아올렸다. 경기 전 "서상우가 무조건 잘할테니 지켜보시라"고 말한 양 감독이다. 확신에 찬 모습이 마치 접신한 듯 했다.

투입하는 선수들마다 잘한다. 단순한 운일까.

아니다. 양 감독은 개막전을 앞두고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그는 "'베스트 9'을 확정하고 시즌을 치르는 것도 좋지만, 여러 포지션 컨디션에 좋은 선수를 내보내고 플래툰 시스템을 가동하는 것도 나쁜 선택이 아니다. 우리 팀은 이번 시즌 쭉 그런 야구를 할 것이다. 1군에 있는데 시합을 못뛰는 선수가 많으면 팀이 활력을 잃는다"고 했다.

사실 야구의 정석은 베스트 9이 계속 경기에 나가고, 백업은 보조 역할을 하는 것이다. NC 다이노스 김경문 감독, 이제는 SK 와이번스 단장이 된 염경엽 전 감독 등이 이 철학을 확실히 지켰다.

양 감독도 전 포지션에 박용택 같은 선수들이 있다면 그렇게 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팀 리빌딩 계획을 세웠고, 포지션마다 '도토리 키재기' 경쟁이 벌어졌다. 양 감독은 지난 시즌, 그리고 올해 스프링캠프를 거치며 확신을 얻었다. 비슷한 실력을 갖고있는 선수들이 모여있는 팀에서 주전을 정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것을 말이다. 선수들도 내 포지션에 '박용택'이 있다면 주전을 포기하고 운동하겠지만, 조금만 치고나가면 내 자리가 생길 수 있다는 생각에 더 이를 악 무는 효과가 있다.

그리고 이 경쟁의 성과가 더 크게 될 수 있는 건, 선수들이 지난해 정규시즌과 가을야구 경험을 거치며 더욱 강해졌다는 것이다. 선수들의 능력치가 올라가니, 더 확실한 계산 속에 야구를 할 수 있게 됐다.

이제 개막이다. 아직 가야할 길이 멀고, 계산대로 야구가 되지 않아 힘들 때도 있을 것이다. 그 때마다 양 감독이 어떤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낼 지 궁금하다.

고척=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