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다빈(17·수리고)이 해냈다.
최다빈은 1일(이하 한국시각) 핀란드 헬싱키 하르트발 아레나에서 열린 2017년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스케이팅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기술점수(TES) 69.72점와 예술점수(PCS) 58.73점을 합한 128.45점을 받았다. 쇼트프로그램에서 62.66점을 획득한 최다빈은 총점 191.11점을 기록하며 출전 선수 24명 가운데 10위를 차지했다.
최다빈은 두 가지 쾌거를 달성했다. 먼저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싱글 출전권을 2장 얻었다. 이번 세계선수권에선 평창동계올림픽 출전권 30장 중 24장이 걸려 있었다. 최종 순위 1, 2위를 기록하면 올림픽 티켓 3장이, 10위 안에 오를 경우 티켓 2장이 배정된다. 당초 최다빈은 1장의 티켓을 목표로 했다. 일본, 캐나다, 러시아세가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최다빈은 압박감 속에서 대회를 치렀다. 자신이 부진할 경우 올림픽에 자국 선수가 한 명도 출전하지 못할 수도 있었다. 최다빈은 삿포로동계아시안게임 금메달의 기쁨을 뒤로 하고 훈련에 집중했다. 계속된 인터뷰 요청도 거절했다. 국내에서 땀을 흘린 최다빈은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했다. 목표를 넘어 2장의 티켓을 얻었다. 올림픽은 최고의 무대다. 그 무대를 경험한 것만으로도 한단계 도약할 수 있다. 최다빈은 혼자힘으로 친구들, 혹은 동생들에게 귀중한 경험을 선물했다.
또 다른 하나는 점수다. 김연아 이후 ISU 대회에서 190점을 넘었다. 지난 2월 강원도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ISU 4대륙선수권대회에서 세웠던 개인 최고 점수(쇼트프로그램 61.62점, 프리스케이팅 120.79점, 총점 182.41점)을 모두 경신했다. 최다빈의 성장세는 무서울 정도다. 4대륙대회에서 5위에 오른 최다빈은 일주일 뒤에 열린 삿포로동계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땄다. 김연아도 따지 못한 아시안게임 금메달이다. 막중한 책임감을 갖고 나선 세계선수권에서도 10위에 올랐다. 한국피겨는 최근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고 있다. 유 영(13·문원초) 임은수(14·한강중) 김예림(14·도장중) 등 어린 재능들이 새롭게 등장했다. 하지만 지금 한국 피겨를 이끌어줘야 하는 선수들은 주춤하고 있는 모양새였다. 최다빈이 그 벽을 넘었다. 그래서 더 소중한 190점이었다. 어린 선수들이 성장하기 전, 김연아가 김해진 박소연 등에게 그랬던 것처럼 든든한 울타리를 쳐줄 수 있는 힘을 만들었다.
최다빈의 두가지 쾌거는 한국 피겨에 준 값진 선물이다. 평창올림픽에 출전할 2명의 선수는 7월 이후 국내 선발전을 통해 뽑을 예정이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