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가 시즌 초반 더블 스토퍼(마무리) 시스템을 가동한다. 김성근 한화 감독은 1일 "윤규진의 몸상태와 구위가 좋다. 경기 후반을 책임질 수 있는 카드가 하나 더 생긴 셈이다. 정우람과 함께 더블 스토퍼를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윤규진은 지난 1일 두산과의 2차전에서 연장 10회와 11회 마운드에 올라 2이닝 동안 1실점으로 구원승을 따냈다. 140㎞ 중반대의 빠른 볼에 포크볼로 무장하고 두산 타선에 맞섰다. 마무리 정우람은 9회에 등판해 ⅔이닝을 무실점으로 막고 내려갔다.
김 감독은 "윤규진이 11회에도 던지겠다며 먼저 의지표명을 했다. 자신감이 있었다는 얘기다. 실제로 구위도 좋았다. 긴장감이 컸을텐데 1점을 준 것보다 위기에서 동점을 허용하지 않은 점이 좋았다. 윤규진은 예전에 마무리를 맡은 적이 있다. 불펜에 든든한 카드가 하나 더 생긴 느낌"이라고 말했다.
정우람이 주전 마무리인 점은 흔들림없는 사실이지만 상황에 따라 윤규진도 힘을 보탤 수 있다는 의미다.
윤규진은 스프링캠프에서 선발 후보군으로 분류됐다. 하지만 시범경기를 치르면서 외국인 투수 알렉시 오간도와 카를로스 비야누에바, 배영수를 제외하고는 4선발과 5선발은 확정되지 않았다. 현재로선 송은범이 4선발, 안영명과 심수창이 5선발을 놓고 경쟁할 것으로 보인다. 김 감독은 "안영명도 좋고 심수창도 페이스가 좋다"고 했다.
윤규진을 선발후보군에서 뒤로 돌릴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지난해에 비해 풍족해진 선발군이다. 외국인 투수 2명이 확실하고 배영수도 정상 합류했다. 배영수는 오는 4일 NC 다이노스와의 대전 홈개막전에 선발 출전한다.
윤규진은 2015년 3승2패10세이브3홀드, 평균자책점 2.66을 기록한 불펜 주요자원이었다. 하지만 2015년 어깨수술(웃자란 뼈 제거)을 했다. 지난해 복귀했지만 수술후유증으로 자주 몸을 푸는 불펜보다는 선발이 더 나을 것이라는 코칭스태프 판단에 따라 전반기에는 주로 선발로 뛰었다. 후반기에는 선발과 중간을 오가기도 했다. 지난해 7승7패1세이브3홀드 평균자책점 6.82를 기록했다.
한화는 필승조 핵심멤버인 권 혁이 아직 복귀하지 않은 상황에서 당분간 송창식 박정진 장민재 윤규진 정우람을 축으로 불펜을 운용하게 된다. 안영명과 심수창은 5선발-롱릴리프를 겸할 것으로 보인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