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축구협회(협회장 정몽규)는 경질 여론 압박을 받고 있는 울리 슈틸리케 A대표팀 감독의 거취를 고민하면서 "대안이 마땅치 않다"고 말한다.
축구협회가 앞으로 진행할 수 있는 절차는 밑그림이 어느 정도 드러나 있다. 이미 이전 월드컵을 준비하면서 수많은 감독을 선임했고, 또 갈아치운 경험과 노하우를 갖고 있다. 그 과정에서 팬들도 학습이 돼 있다.
축구협회는 가장 먼저 슈틸리케의 경질 또는 유임을 결정하게 된다. 그 고민은 이미 시작됐다. 공식적인 자리는 4월초 예정된 기술위원회다. 여론은 "슈틸리케에게는 더이상 지휘봉을 맡겨서는 안 된다"는 쪽이다. 축구협회는 이 여론을 무시할 수 없다. 적어도 내셔널리즘으로 버텨온 A대표팀 사령탑이라 더 그렇다.
경질로 가득을 잡았다면 그 다음은 후임자를 정하는 일이다. 그런데 시점상 외국인 사령탑을 모셔오기가 어렵다. 외국 지도자 '시장'에 올라온 명장들이 없는 건 아니다. 후안 라모스(전 토트넘 감독) 클라우디오 라니에리(전 레스터시티 감독) 같은 A급 감독들이 무직이다.
문제는 이런 감독들과 계약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최소 20억원 이상의 거금이 필요하다. 또 단기로 몇 경기를 맡을 외국인 사령탑은 구하기도 어렵다.
무엇보다 한국이 처한 2018년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상황이 위태롭다. 3경기를 남기고 A조 2위(승점 13)다. 3위 우즈베키스탄(승점 12)과 승차 1점이다. 리스크가 큰 상황에서 저명한 외국인 감독이 축구협회의 제안을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받아들일 경우 큰 금전적인 조건을 제시해야 할 수도 있다.
결국 지금 경질하고 슈틸리케 감독의 후임을 고른다면 그 대상은 국내 지도자가 될 것이다. 우리는 이미 6년 전 경험을 했다. 당시 축구협회는 2014년 브라질월드컵 지역예선 중이었던 조광래 감독을 경질했다. '경기력이 나쁘다'는 게 주된 이유였다. 그후 한국 축구는 후임자 선정에서 홍역을 치렀다. 고사 퍼레이드가 벌어졌다. 당시 런던올림픽을 준비중이었던 홍명보 감독에게 A대표팀을 제안했지만 고사했다. 결국 축구협회는 당시 조중연 회장까지 나서 전북 현대를 이끌고 있었던 최강희 감독을 설득했다. 최감독은 정중하게 거부하다 결국 '더블 잡(double job)'을 받아들였다. 브라질월드컵 본선 진출까지만 이끌고 소속팀 전북 현대로 돌아가는 것으로 정리됐다. 결과적으로 최 감독은 2013년 6월 19일까지 지휘봉을 잡았고, 본선행을 이끌었다. 그후 홍명보 감독이 A대표팀 감독직을 맡았다.
지금 위기의 한국 축구에 최적의 '구원투수'는 누굴까. 슈틸리케를 경질한다면 '제2의 최강희'를 찾는 작업이 수반될 것이다.
신태용 청소년(U-20) 대표팀 감독이 1순위다. 그는 A대표팀에서 슈틸리케 감독을 도운 경험이 있다. 따라서 현재 A대표팀 선수들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또 경험과 그동안의 지도자로서의 성적 그리고 현재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신태용 이상의 후보는 없다.
단 하나의 걸림돌은 그가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청소년(U-20)월드컵에 감독으로 출전해야한다는 점이다. 이번 대회는 5월 20일부터 6월 11일까지다. A대표팀의 카타르전(원정)은 6월 13일 잡혀있다. A대표팀은 이 카타르전을 앞두고 평소 보다 빨리 소집돼 중동에서 경기력과 조직력을 끌어올리게 된다. 신태용을 A대표팀 '소방수'로 활용하려면 일정상 맞아떨어져야 하는 부분이 있다. 또 신태용 감독의 결단과 도전 의지도 있어야 한다. 5년 전 처럼 토종 지도자의 고사행진이 벌어질 경우 A대표팀 감독은 '독이 든 성배'라는 얘기가 또 나올 것이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