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당 144경기를 치르는 장기 레이스의 시작 개막전. 개막전 승패에 따라 분위기를 탈 수도,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 수도 있다. 때문에 감독들은 개막전에 화력을 집중한다. 2017년 KBO리그 개막전이 31일 잠실구장,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 창원 마산구장, 고척스카이돔,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다. 5경기 모두 색깔이 또렷하고 흥미진진한 매치 카드다.
▶두산 vs 한화(잠실구장)=최강 투수 니퍼트 대 비야누에바
KBO리그 대표 에이스 더스틴 니퍼트와 메이저리그 출신 카를로스 비야누에바가 선발로 맞선다. 지난해 다승 1위 니퍼트는 한화전에서 통산 9승3패를 기록했는데, 평균자책점은 4.37로 그리 좋지 못했다. 하지만 앞선 5번의 개막전에서 4승(1패)을 거뒀다. 개막전에서 강했다. 이번이 6번째 개막전 선발 등판이다. 현역선수 중 개막전 최다승이고, 최다 선발 등판이다.
비야누에바는 우완 정통파인 니퍼트와 대비되는 제구력 투수다. 당초 알렉시 오간도의 선발 등판이 예상됐는데, 김성근 감독은 비야누에바 카드를 집어들었다. 올해 니퍼트의 연봉은 210만달러, 비야누에바는 150만달러다. 첫 경기부터 빅뱅이다.
▶NC vs 롯데(마산)='부창더비' 자존심 대결
시작부터 두 팀간의 자존심 싸움, '부창더비'다. NC는 롯데를 상대로 통산 41승2무21패를 기록하며 압도했다. 지난 시즌에는 롯데를 15승1패로 몰아세웠다. 롯데만 만나면 다이노스 선수들이 펄펄 날았다. 롯데는 이번 시즌에 'NC 포비아'를 떨쳐낼 수 있을까. 개막전이 첫걸음이다.
롯데는 NC전을 단단히 벼르고 있다. 6년 만에 복귀한 이대호가 자존심 회복을 벼르고 있다. 이대호 입장에서는 이전까지 홈구장이던 곳이 돌아와보니 적진이 돼 있는 셈이다.
▶넥센 vs LG(고척스카이돔)=엘넥라시코
만날 때마다 불꽃 승부가 펼쳐지는 '엘넥라시코'다.
지난 몇 년간 참 치열하게 싸웠다.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23승23패. 사실 201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넥센이 LG를 압도했는데, 2014년 시즌 초 양상문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후 분위기가 달라졌다. 지난 시즌 LG는 넥센전에서 10승6패로 우세했다. 하지만 여전히 넥센이 통산 전적에선 92승66패로 앞서 있다. 양상문 감독은 개막 미디어데이에서 "내가 LG를 맡은 후 넥센에 밀리지 않았다"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삼성 vs KIA(대구)=최형우를 지켜보자
최형우에게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는 매치다. 2002년 입단해 삼성 라이온즈에서만 뛰었던 최형우는 지난 시즌 후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어 KIA 타이거즈로 이적했다. 4년간 100억원. 삼성으로선 타선의 기둥이 빠진 셈이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최형우의 시즌 첫 경기 상대가 삼성이다. 대구 홈 관중들은 팀을 떠난 최형우에게 박수를 칠까. 야유를 보낼까.
최형우가 합류한 KIA는 우승전력으로 도약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반면, 최형우를 놓친 삼성은 하위권 전력으로 꼽힌다. 최형우를 둘러싼 두 팀간의 매치에선 어느쪽이 웃을까.
▶SK vs kt(인천)=신임감독들의 '통신 대전'
SK 와이번스는 지난 겨울 미국 국적의 트레이 힐만 감독을 영입했다. 힐만 감독은 메이저리그와 일본 프로야구를 경험한 지도자. 세밀한 야구를 추구하는 그가 어떤 야구를 펼치지 관심이다. 힐만 감독은 시범경기에서 '시프트'를 선보여 화제가 됐다.
2년 연속 최하위에 그친 kt 위즈도 지난 시즌 종료 후 김진욱 감독을 사령탑에 앉혔다. 두 신임 감독들이 어떤 방식으로 팀을 업그레이드 시켰는지가 관전포인트다. 공교롭게도 두 팀의 모기업은 국내 굴지의 통신사다. 이들이 자주 명승부를 펼친다면 '통산 매치'라는 이름을 붙을만 하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