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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VS중국]'여우' 리피에 말리면 답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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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한한 경험이었다.

지난해 10월 6일 수원월드컵경기장.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A대표팀이 카타르와 2018년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3차전을 치렀다.

한국은 카타르에 한 수 위 전력으로 평가받았다. 세바스티안 소리아, 루이스 주이오르, 페드로 코레이아, 호드리고 타바타 등 외국인선수 귀화를 통해 전력을 끌어올린 카타르지만 아직 한국엔 못 미친다는 평가였다.

심지어 카타르는 경기를 이틀 앞둔 4일 입국했다. 그것도 비행기 연착으로 예정 시간보다 늦게 들어왔다. 4일 훈련은 하지 못했고, 5일 잠깐 발을 맞춘 게 전부였다. 하지만 당시 호르헤 포사티 카타르 감독은 여유있었다. "한국과의 대결, 자신있다."

한국은 카타르전 전반 11분, 기성용의 선제골로 기선을 잡았다. 하지만 전반 16분과 45분 각각 하산 알 하이도스와 소리아에게 연속골을 헌납하며 1-2 역전을 허용했다. 비록 후반에 터진 지동원 손흥민의 골로 3대2 승리를 거뒀지만, 뒷맛이 개운치 않았다. 경기 내내 카타르의 끈적한 경기력에 고전을 했다. 특히 약점으로 지적돼온 오른쪽 측면을 괴롭히며 끈질기게 물고 늘어졌다. 압도적 우위를 보일 것으로 기대했던 카타르전에서 고전했던 슈틸리케호. 포사티 감독의 심리전과 전술에 말렸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슈틸리케호가 또 다른 '여우'를 만난다. 마르셀로 리피 감독이다. 이탈리아 국적의 리피 감독은 세계적인 명장이다. 1982년부터 지금까지 35년여 지휘봉을 잡아온 노련한 전술가다.

그는 지난해 10월 중국 대표팀을 맡았다. 부임하자마자 포메이션을 바꿨다. 기존 중국은 수비적인 스리백 또는 파이브백을 구사했다. 리피 감독은 포백 시스템을 이식했다. 세 명의 공격수를 전방에 세우고 역습을 노린다.

리피 감독은 판을 읽는 눈이 탁월하다. 선수 교체와 전술 변화를 통해 불리한 상황을 단 한번에 뒤집는다. 상대 감독과 선수의 심리를 교묘하게 교란하는 심리전도 그의 무기다. 포사티 감독의 카타르에 고전했던 기억을 떠올려볼 때 리피 감독의 중국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상대다.

'한국전'이라는 타이틀을 제외하면 중국 선수단의 동기부여가 높다고 보기는 어렵다. 중국은 조별리그 2무3패로 A조 최하위다. 사실상 본선 진출이 무산된 상황이다. 그러나 방심은 금물이다. 한국은 지난해 9월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중국과의 1차전에서 3대2 진땀승을 거뒀다. 이젠 리피 감독이 중국을 이끈다. 말리는 순간 악몽은 시작된다.

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