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BBC는 1일(한국시각) 다소 충격적인 사실을 전했다. 중국 축구 클럽들이 지난 겨울 선수 이적 시장에서 쓴 돈의 규모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를 넘어섰다는 보도였다. 이에 따르면 2월 28일로 선수 구성을 완료한 중국 슈퍼리그 16팀은 겨우내 '선수 쇼핑'에만 무려 3억3100만파운드(약 4645억원)를 쓴 것으로 드러났다. 이 4500억원이 넘는 '빅 머니'는 K리그 클래식 12팀의 1년 예산을 전부 합친 것 보다 훨씬 많은 액수다.
중국 축구는 명실공히 세계 축구의 가장 '큰손'이다. BBC는 중국 클럽들의 선수 쇼핑 비용이 EPL 20팀이 쓴 금액(2억1500만 파운드, 약 3017억원) 보다 무려 1500억원 이상 많았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동안 EPL은 세계 축구의 이적 시장 중 가장 많은 돈이 몰리는 곳이었다. 그랬던 판도가 중국 슈퍼리그 클럽들이 경쟁적으로 유럽 빅리거들을 사들이면서 뒤집어 졌다. 이런 '황사머니'의 지속성에 대해 회의적인 전문가의 시선도 있다. 그렇지만 '축구 굴기'를 앞세운 중국 클럽들의 움직임은 중국과 가장 인접한 우리나라 K리그 클럽들에도 시사하는 바가 분명히 있다.
당장 K리그 상위팀들은 빅리거들을 포진시킨 중국 클럽들과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에서 맞붙고 있다. F조에서 FC서울과 싸우고 있는 상하이 상강은 브라질 국가대표 출신 오스카를 첼시(EPL)에서 영입하는 데 약 6000만파운드(약 842억원)를 투자했다. 상하이 상강의 모기업은 상하이국제항만그룹이다. 막대한 금전 지원을 받고 있는 상하이 상강은 앞서 2016년 여름 골잡이 헐크 영입에 700억원 이상의 이적료를 지불했다. 서울은 상하이 상강과의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1차전서 헐크의 중거리슛 한방에 0대1로 무너졌다.
상하이 상강의 이런 과감한 투자는 같은 연고지 라이벌 상하이 선화(모기업 부동산그룹 그린랜드 홀딩스)를 자극했다. 상하이 선화는 박지성의 옛 맨유 동료였던 공격수 카를로스 테베스 영입에 4000만파운드(약 561억원)를 썼다.
이 뿐만이 아니다. 창춘 야타이(모기업 복합기업 야타이 그룹)도 나이지리아 공격수 오디온 이갈로를 사오는데 2000만파운드(약 280억원)를 썼다. 또 제약회사 소유의 승격팀 톈진 콴진은 브라질 국가대표 공격수 알렉산드레 파투(이적료 약 224억원)와 벨기에 국가대표 미드필더 악셀 비첼(이적료 약 252억원) 영입에 약 500억원을 투자했다.
BBC는 중국 클럽들이 이런 식으로 겨울 이적 시장에서 쓴 돈이 잉글랜드,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보다 훨씬 많았다고 분석했다. 특히 스페인리그(2000만파운드) 보다는 무려 16배나 많았다.
중국 클럽들이 이런 식으로 천문학적인 돈을 선수 영입에 투자한 건 최근 몇년에 걸쳐 이뤄지고 있다. 2013년 선수 총 투자 비용은 2500만파운드였다. 불과 4년 만에 13배까지 치솟은 셈이다.
중국 정부는 과열 조짐을 보이자 지난 1월초 투자 제한 조치를 취했다. 외국인 선수 보유 한도를 5명(4+1명, 1명은 아시아쿼터제)에서 경기당 3명 출전으로 제한했다.
그러나 투자 열기가 바로 식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의 축구 사랑은 유명하다. 따라서 중국 부호들은 우수 선수 영입을 통해 자신이 소유한 클럽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지갑 열기를 멈추지 않을 것이다.
이미 웨인 루니(맨유), 디에고 코스타(첼시), 에딘슨 카바니(파리생제르맹), 라다멜 팔카오(AS모나코) 같은 빅스타들이 중국 클럽들로부터 러브콜을 받았다. 일단 거절했지만 중국 축구의 유혹은 한번으로 끝날 것 같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BBC는 중국 슈퍼리그 내부에서의 한 가지 변화에 주목했다. 2011시즌부터 지난해까지 6년 연속 중국리그를 제패한 광저우 헝다가 겨울 이적시장에서 투자를 확 줄였다. 또 광저우 헝다 사령탑 루이스 펠리페 스콜라리 감독이 2020년까지 중국 토종 선수로만 스쿼드를 구성하겠다고 선언했다. 성공을 거둔 클럽이 과거로 유턴하는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