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의 운명을 틀어쥔 유리아스?'
LA 다저스 스프링캠프에서 가장 뜨거운 경쟁이 예상되는 자리 가운데 하나는 5선발이다. 미국 애리조나주 글렌데일의 캐멀백랜치에는 5선발 후보로 무려 6명의 투수가 몰려 있다. 2년간의 부상 공백을 딛고 돌아온 류현진을 비롯해 스캇 카즈미어, 브랜든 맥카시, 알렉스 우드, 로스 스트리플링, 브록 스튜어트가 잇달아 시범경기 데뷔전을 치르며 본격적인 경쟁에 들어갔다.
이 가운데 우드(2이닝 3안타 2실점), 스튜어트(1⅔이닝 3안타 2실점), 스트리플링(1이닝 2안타 2실점)은 시범경기 첫 등판을 마쳤고, 카즈미어가 2일(이하 한국시각)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전, 맥카시는 4일 스플릿 스쿼드게임 중 한 경기에 선발로 등판할 예정이다. 류현진은 아직 시범경기 첫 등판일정이 잡히지 않았다. 2일 샌프란시스코전에 나설 것으로 보였으나, 아직 준비가 덜 됐다는 이유로 부상 방지 차원에서 일정이 밀렸다. 류현진은 대신 이날 마이너리그 타자들을 상대로 한 시뮬레이션 게임에 나설 계획이다.
그런데 이들 선발 경쟁에 중요한 변수 하나가 있다. 4선발이 유력한 훌리오 유리아스다. 멕시코 출신의 좌완 유망주인 유리아스는 지난해 메이저리그에 데뷔해 18경기에서 5승2패, 평균자책점 3.39를 올리며 선발 한 자리를 차지했다. 그렇지만 다저스는 풀타임 시즌을 소화한 적이 없는 유리아스에 대해 '보호 차원'에서 올해 투구이닝에 제한을 둘 계획이다. 160~180이닝 정도를 잡아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투구수를 제한하는 시점은 시즌 초가 유력하다. 포스트시즌에 유리아스를 활용하기 하기 위해서는 시즌 막판보다는 시즌 초에 투구이닝을 관리해줄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다저스는 이제 갓 스물을 넘긴 유리아스를 1980년대 에이스였던 페르난도 발렌수엘라와 같은 투수로 성장하기를 바라고 있다. 커쇼의 뒤를 잇는 에이스로 키우기 위해 정성을 들이는 것이다. 커쇼 역시 메이저리그 데뷔 초기에 투구이닝 관리를 받은 바 있다.
유리아스가 시즌 초 로테이션에서 제외될 경우 5선발 후보들 가운데 한 명이 그를 대체해야 한다. 한시적인 4선발 자리지만 스프링캠프서 6명이 두 자리를 놓고 싸우는 형국이 될 수 있다. 여기에서 미묘한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 만일 시즌 초 유리아스 대신 선발로 던지는 투수를 포함해 4,5선발 모두 호투를 이어갈 경우 다저스 구단이 어떻게 대처할 것이냐다. 특히 류현진을 비롯해 카즈미어와 맥카시는 몸값이 만만치 않은 투수들이라 기회를 살린 이들의 선발 자리를 빼앗기는 쉽지 않다. 좋은 몸상태로 좋은 투구를 한다면 그대로 선발 자리에 눌러앉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 경우 유리아스의 활용 방안은 애매해진다.
이에 관해 LA 타임스는 '맥카시, 카즈미어, 류현진 가운데 한 두명이 시즌이 개막할 때까지 준비를 모두 마친다면, 유리아스가 뒤로 빠지고 로테이션에 자리가 생길 때까지 기다려야 할 지도 모른다'고 내다봤다. 결국 류현진을 비롯한 부상 경력이 있는 베테랑 선발투수들은 시범경기에서 건강한 몸으로 긴 이닝을 던질 수 있다는 걸 로버츠 감독에게 보여줘야 한다.
한편, 유리아스는 이날 콜로라도 로키스와의 원정 시범경기에 선발등판해 1이닝을 던졌다. 총 14개의 공을 뿌리면서 삼진 2개를 솎아낸 반면 안타 2개를 맞고 1실점했다. 투구를 마친 뒤 유리아스는 MLB.com과의 인터뷰에서 "올해 목표는 작년보다 나아지는 것이다. 작년 시즌 중간에 릭 허니컷 투수코치의 지도로 커브와 슬라이더를 연습했는데, 오늘 두 개 구종을 한 번씩 던졌다. 느낌은 좋았다"면서 "작년 스프링캠프보다는 훨씬 마음이 편하다"고 만족감을 표시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