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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홀로 분투' 손흥민, 압박의 덫에 걸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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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샤인' 손흥민(토트넘)은 독일 시절, 도르트문트만 만나면 펄펄 날았다.

도르트문트전에서만 6골을 넣었다. 손흥민은 도르트문트의 마스코트인 꿀벌을 요리한다는 의미로 '양봉가'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당시 도르트문트를 이끌었던 감독이 현 리버풀의 수장인 위르겐 클롭이었다. 클롭 감독은 '게겐프레싱'으로 불리는 과감한 압박을 트레이드마크로 한다. 수비라인을 극단적으로 끌어올리다보니 뒷 공간에 약점을 보이기도 한다. 스피드가 뛰어난 손흥민은 뛰어들 공간이 많을 수록 위력을 발휘하는 스타일이다. 손흥민이 유난히 도르트문트에 강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12일 리버풀전은 달랐다. 채 뛰어들 기회도 만들지 못했다. 클롭 감독이 쳐놓은 압박의 덫에 걸리고 말았다.

토트넘은 12일(한국시각) 영국 리버풀 안필드에서 치러진 리버풀과 2016~2017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25라운드에서 0대2로 패했다.전반 16분과 18분 아프리카 네이션스컵을 마치고 돌아온 사디오 마네에게 연속골을 내줬다. 최근 11경기(9승2무) 동안 지지 않던 토트넘은 무기력하게 무패행진을 마감했다. 왼쪽 날개로 선발 출전한 손흥민은 리그 8호골에 다시 한번 실패했다. 후반 37분 빈센트 얀센과 교체돼 그라운드를 떠났다.

사실 손흥민 보다는 주변 동료들의 부진이 더 눈에 띄었다. 기회를 만들어줘야 할 크리스티안 에릭센과 델레 알리가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의 전적인 신뢰 속에 거의 전 경기를 풀타임 소화 중인 에릭센은 이례적으로 후반 23분 교체 아웃되기도 했다. 리그에서 가장 많이 뛰고, 리그에서 가장 정교한 팀워크를 자랑하는 팀 중 하나인 토트넘은 이날만큼은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다. 그만큼 리버풀의 압박은 강력했다.

그 와중에도 손흥민은 고군분투 활약했다. 공간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도 다채로운 움직임으로 기회를 만들었다. 이날 토트넘이 기록한 유효슈팅 2개를 모두 손흥민이 날렸다. 특히 전반 26분 찬스는 너무나도 아쉬웠다. 왼쪽에서 중앙으로 침투하던 손흥민은 벤 데이비스의 패스를 받아 골키퍼와 맞서는 기회를 잡았지만 슈팅이 평범했다. 후반 들어서도 중앙, 오른쪽을 오가며 부지런히 반격을 위해 애썼다. 하지만 공간을 확보하지 못하며 위력이 반감됐다.

손흥민은 경기 후 축구 통계 전문사이트 후스코어드닷컴으로부터 평점 6.3점을 받았다. 다른 매체도 비슷했다. 영국 스카이스포츠는 6점을 줬다. 고군분투했지만 공격포인트를 올리지 못한 책임을 물은 저평가였다.

그래도 소득은 있었다. 교체시 손흥민을 첫번째 혹은 두번째 옵션으로 고려하던 포체티노 감독은 이날 마지막이 돼서야 손흥민을 뺐다. 그의 한방을 기대한다는 의미였다. '주포' 해리 케인과 알리의 득점력이 저조해지고 있는 현 시점에서 손흥민의 토트넘 내 가치는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