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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발 특명' 장원준 "첫번째 투수라는 마음가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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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은 결승으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출전하는 두산 베어스의 좌완 투수 장원준(32)은 "달라진 입지를 실감한다"고 했다. 충분히 그럴 만 하다. 지난 2013년 WBC에 출전했던 당시 장원준은 대표팀의 주축 선수가 아니었다. 경찰 야구단에서 군 복무를 하던 도중 출전했지만, 다른 투수들의 활약에 많은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4년 사이 많은 것이 바뀌었다. 2015시즌을 앞두고 생애 첫 FA(자유계약선수)를 선언한 장원준은 4년 총액 84억원 '대박'을 터트리며 롯데 자이언츠에서 두산으로 이적했다. 이적 이후 2년 연속 12승 이상, 160이닝 이상, 120탈삼진 이상을 기록하면서 희귀한 외부 투수 FA 성공 사례를 썼다. 소속팀 두산이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차지해 장원준의 전성시대는 더 큰 빛을 봤다.

당연히 대표팀 내 입지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4년 전 대회에서 주축이 아니었던 장원준은 이제 대표팀이 기댈 수 있는 최고의 선발 카드다. 지난 2015년 프리미어12 대회에서도 주축 투수로 대표팀의 우승을 이끌었고, 이번 대회 역시 선발 요원으로 활약할 예정이다.

12일 대표팀 동료들과 함께 훈련 장소인 일본 오키나와로 출국한 장원준은 "4년 전 WBC에서는 묻어가는 느낌이었는데, 스스로도 달라진 입지를 체감한다. 그때는 국가대표가 처음이고 군인 신분이라 더 낯설었던 부분도 있다. 이제는 입지가 달라진 것 같다"며 웃었다.

개인적으로는 4년전 예선 탈락의 아쉬움을 설욕할 수 있는 기회로 보고 있다. 장원준은 "그때 정말 많이 아쉬웠다. 신혼여행을 (두산의 캠프 장소인) 호주로 가면서 몸을 일찍 만들었다. 날씨가 워낙 좋아서 몸 상태도 좋다"며 최상의 컨디션을 자랑했다.

단 하나 우려가 있다면 경기 감각. 프리미어12 대회는 한국시리즈 폐막 직후 시작했기 때문에 체력적인 어려움은 있어도, 감각적인 측면에서는 걱정이 없었다. 이번 WBC는 정규 시즌 개막 직전에 열리기 때문에 실전에 대한 우려를 할 수밖에 없다. 장원준도 "프리미어12 때 결과가 좋았던 이유는 감각이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아직 몸을 만들고 있는 과정이라 기대 반, 우려 반"이라며 걱정을 드러냈다.

이번 대표팀이 약체 전력이라는 평가를 듣고 있지만, 장원준의 생각은 다르다. "주위에서 우려를 많이 하시지만, 대표팀은 각 팀의 중요 역할을 하는 선수들이 모여있는 곳"이라고 선을 그은 그는 "나 스스로도 선발 투수라고 생각하지 않고, 첫번째 투수라는 마음가짐으로 공을 던지겠다"고 말했다.

물론 섣부른 기대도 금지다. 장원준은 "마음 같아서는 당연히 결승까지 가고 싶다. 하지만 1라운드 통과가 먼저다. 첫번째 목표인 1라운드 통과를 위해 다 같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각오를 다졌다.

인천공항=나유리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