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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의 헛발 행정, 선수들은 멍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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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FC는 2017년 K리그 클래식 '태풍의 눈'이다.

겨우내 적극적인 행보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국가대표 공격수 이근호부터 지난해 K리그 득점왕이자 MVP(최우수선수) 정조국까지 데려왔다. 과감한 시즌권 프로모션까지 성공적으로 진행하는 등 신바람을 내고 있다. 챌린지(2부리그) 4위로 플레이오프를 거쳐 4년 만에 클래식 무대에 오른 팀 답지 않은 광폭행보다. 2009년 창단 뒤 갖은 불협화음과 부진으로 'K리그의 병자'라는 비야냥까지 들어야 했던 강원의 대변신에 한국 축구가 응원의 박수를 보냈다.

야심차게 일본으로 건너갔던 강원 선수단이 이틀 만에 돌아왔다. 울산과 강원도 고성에서 1차 훈련을 마친 강원은 지난 5일부터 22일까지 일본 미야자키, 가고시마에서 2차 훈련 및 연습경기를 치르며 내달 4일 클래식 개막전을 준비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첫 여정이었던 가고시마현 이부스키에서 하루 훈련을 한 뒤 돌연 후쿠오카를 경유해 귀국했다. 부산 기장에서 25일까지 훈련하기로 일정을 변경했다.

K리그 팀들의 해외 동계 훈련 준비는 대개 늦여름부터 시작된다. 숙소, 훈련장, 연습경기 상대 등 실무는 대개 현지 대행사가 맡는다. 하지만 적게는 수 천만원, 많게는 수 억원이 드는 일정이기에 대행사를 선정하더라도 위험요소 제거 차 구단 자체적으로 실무자를 현지에 보내 답사를 한다. 물론 여러가지 변수는 존재한다. 지난달 중순 스페인 무르시아로 떠났던 울산 현대는 갑작스런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참가로 당초 일정보다 2주 앞서 귀국한 바 있다. 하지만 선수단이 현지 도착 직후 일정 자체를 취소하고 귀국한 전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강원 구단 측은 보도자료를 통해 '현지 환경과 대행사의 업무 추진 능력이 매우 미흡해 신속한 의사 결정을 거쳐 전지훈련지를 변경했다'고 설명했다. 축구계에선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이다. 강원이 선정한 일본 대행사는 과거 K리그팀 전지훈련에서도 심심찮게 문제를 일으켰던 곳으로 알려졌다. 강원 측에도 일본 1, 2부리그 소속 팀과의 연습경기 등을 제시했지만 구체적으로 확정된 일정을 내놓지 못했다. 현지 환경은 충분히 대비할 수 있었다는 지적이다. 강원이 선택했던 이부스키의 숙소와 훈련장은 울산이 지난해 활용했던 곳과 동일하다. 울산은 이 곳에서 훈련을 잘 소화했고 지난해 클래식 4위에 올랐다. 당시와 현지 환경이 바뀌었더라도 강원 구단 실무자가 대행사 선정을 전후해 답사를 했더라면 대비할 수 있었던 문제였다.

결국 전지훈련 취소는 강원의 부실한 행정력이 만들어낸 인재(人災)로 평가할 만하다. 1차적으로 대행사의 잘못이지만 이를 전적으로 믿고 꼼꼼하게 확인하지 못한 강원의 행정력 역시 아쉬움으로 남을 수 밖에 없다. 이번 일로 금전적 손실 뿐만 아니라 선수단의 사기에 끼치는 악영향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에 대해 서태원 강원 부단장은 "지난해 챌린지에서 플레이오프를 치르고 승격 결정 직후부터 선수 영입을 추진하느라 시간이 촉박했다. 직접 알아봤어야 했지만 대신 알아봐달라고 몇몇 대행사에 연락을 했고 7~8곳의 제안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 출발 1주일 전까지 대행사 측에서 당초 약속한 연습경기 일정을 확정짓지 못했다. 고민이 많았지만 담당 직원이 현지에서 일정을 조율할 수 있으니 출발하자는 의견을 내 건너갔다"며 "하지만 대행사에선 상황을 개선할 의지나 능력이 없어 국내로 돌아오는 쪽을 택했다. 1주일 전에 일정을 취소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 잘못됐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강원은 8일 보도자료를 통해 '최윤겸 감독이 피로를 우려해 선수들에게 휴식을 부여했으나 선수들이 자청해 훈련에 나섰다. 덕분에 오히려 팀 분위기가 한층 상승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한 해답은 선수들 만이 알고 있을 것이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