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초점]'대립군'서 'VIP'까지...공격적 워너·폭스, 韓배급사 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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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고재완 기자] 지난해 '밀정'과 '곡성'이 작품성과 흥행,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면서 워너브러더스코리아(이하 워너)와 20세기 폭스 코리아(이하 폭스) 등 두 할리우드 배급사들이 한국 영화 시장에 안착했다. 이제 한국영화는 CJ 롯데 쇼박스 NEW 등에 이른바 4대 배급사라고 일컬어지는 이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바야흐로 한국 영화시장도 긴 4국시대를 지나 '춘추전국시대'를 맞은 셈이다.

'밀정'으로 큰 성공을 거둔 워너는 다시 초심으로 돌아간다. 오는 22일 개봉하는 '싱글라이더'는 증권회사 지점장으로서 안정된 삶을 살아가던 한 가장이 부실 채권사건 이후 가족을 찾아 호주로 사라지면서 충격적인 비밀을 만나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이병헌, 공효진, 안소희 등이 가세했고 이주영 감독의 첫 연출 데뷔작이다.

워너의 두번째 한국영화 '싱글라이더'는 대형 배급사의 작품치곤 꽤 잔잔한 스타일이다. 제작비도 45억원 정도다. 워너브러더스 코리아는 완성도 높은 각본을 통해 웰메이드 감성 드라마로 다시 한번 한국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작정이다. 화려한 CG가 아닌 연기파 배우들의 열연에 새로운 감성, 그리고 반전까지 높은 완성도가 '싱글라이더'의 주 무기인셈.

숨고르기를 한 워너는 다시 100억 가까운 제작비를 투입한 'VIP'를 준비하고 있다. '신세계' 박훈정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VIP'는 국가도 법도 통제 불가능한 북한에서 온 V.I.P.가 연쇄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되면서 그를 쫓는 대한민국 특별수사팀과 북한에서 넘어온 비밀 공작원, 미 CIA와 대한민국 국정원 등이 얽힌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장동건 김명민 박희순 이종석 등 출연 배우들의 면면만 봐도 화려하다.

'아저씨' 이정범 감독의 신작 '악질 경찰'에도 참여한 워너는 내년에는 김지운 감독과 일본 애니메이션 원작 영화 '인랑'을 계획중이다.



폭스는 '곡성' 이전에도 '런닝맨' '황해' '슬로우비디오' '나의 절친 악당들'에 참여하며 한국영화시장에서 노하우를 쌓아왔다. 때문에 한국 시장에 워너보다 더 공격적이다.

올해 폭스는 이정재 여진구 주연의 '대립군'을 선보인다. 임진왜란 당시 분조를 이끌게 된 세자 광해와 군역을 대신하는 대립군을 소재로 다룬 영화 '대립군'은 지난달 크랭크업하고 개봉을 위해 후반작업이 한창이다.

대립군을 이끄는 대장 토우 역의 이정재, 분조를 이끄는 광해 역의 여진구를 비롯해 대립군 동지로 김무열, 박원상 그리고 광해를 보필하는 인물로 이솜, 김명곤, 배수빈 등이 참여해 벌써부터 관심을 모으고 있는 작품이다.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들이 한국 영화에 참여하는 것에 대해 한 국내 배급사 관계자는 위기감을 나타냈다. 그는 "아직 제작 편수는 한국 배급사에 비해 미미한 편이지만 그 영향력은 상당한 수준으로 올라왔다"며 "자금력을 앞세워 기존 한국영화의 흥행 시스템을 흡수하면서 성공확률을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제작자들 입장에서는 정치권 등에 눈치를 보는 국내 배급사보다 영화 제작 환경이 더 수월하고 투명한 수익배분이 보장되는 해외 배급사와 협업하는 것이 나쁘지 않은 것 같다"며 "국내 배급사는 수직계열화법이 국회에 발의되는 등 위기인 가운데 이래저래 힘들어지는 상황"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