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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초점] 허각과 술, 발라드..무대가 그리웠던 노래쟁이의 고집(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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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박영웅 기자] 허각이 남자 발라드 애창곡의 계보를 잇는다. 이번엔 이별한 사람들을 위로하는 '혼술 발라드'다.

허각은 31일 오후 4시 서울 마포구 서교동 레드빅 스페이스에서 미니5집 '연서(戀書)' 발매 기념 음감회를 열고 컴백을 알렸다. 가요계 대표 발라드 주자인 그가 음반 단위의 새 음악을 공개하는 건 1년 2개월 만이다.

허각은 새 음악적 파트너로 밴드 이브 멤버이자, 프로듀서인 지고릴라와 손을 잡았다. 스타 작사가 심현보가 작사하고 지고릴라가 작곡한 '혼자, 한잔'은 떠나간 연인에 대한 그리움을 텅 빈 술 한잔에 빗대어 이별 후의 상실감과 고독함을 노래한 곡으로, 술을 주제로 한 임창정의 '소주 한잔'을 떠올리게 하는 정통 발라드다.

이날 허각은 "1년 2개월만에 인사드린다. 그동안 설레고 기대도 되고 떨렸던 하루였다. 아무래도 많이 떨린다. 무대는 항상 떨리는 것 같다"면서 "쉬는 동안 이날을 정말 많이 기다렸다"고 첫 인사를 건넸다.

긴 공백에 대한 불안감도 내비쳤다. 그는 "1년 넘게 쉬면서 정말 노래하고 싶었다. 불안한 마음이 컸었고 앨범을 준비하면서 마음이 괴롭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많은 분들에게 사랑받고 있는데 보답할 수 있는 건 노래 뿐인 거 같다. 이렇게 노래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간 허각은 신곡 활동을 자제하고 방송 무대에 올랐다. 예능 프로그램 '불후의 명곡' '듀엣 가요제' '복면가왕'에 출연하며 공백을 채운 허각은 "무대가 정말 그리웠다. 노래 연습, 곡 작업 열심히 하면서 지냈다"고 반복해 말했다. 그만큼 무대에 대한 그리움을 내비친 허각은 가장 잘 할 수 있는 노래, 발라드에 대한 애정을 새 음반에 쏟았다.

남자의 이별을 그린 노랫말로 공감을 자아낸 타이틀곡 '혼자, 한잔'은 남성의 대표 애창곡을 겨낭한 곡. 이미 2015년 3월 발표한 미니3집 타이틀곡 '사월의 눈'을 통해 호흡을 맞췄던 지고릴라와 허각은 이번에도 겨울에 어울리는 감성 발라드를 선보였다. 전체적으로 술과 이별을 키워드로 맞춘 이 곡은 남성 팬들의 큰 사랑을 받을 전망이다.

'오늘따라 술이 달아/ 숨을 쉬듯 또 한 잔/ 그냥 삼키고 말죠/ 어느 사이 텅 빈 술잔/ 그 너머로 그녀가 보일 것 같아…취할수록 또렷하게 떠오르는/ 그녀가 너무나도 예뻐서/ 술인지 눈물인지 혼자 한잔/ 비우고 채우고 또다시 비워내죠/ 우리 둘 추억만큼 쌓여진/ 텅 빈 술병들과/ 이렇게 텅 빈 내가 있네요'('혼자, 한잔中)

노래 주제인 술에 대한 생각도 전했다. 허각은 "제목을 노린건 아니지만 공교롭게도 요즘 트렌드인 '혼술'을 따라 한 것처럼 됐다. 가정이 있어서 집에서 가끔 혼술을 한다. 분위기 있어보이더라"고 밝혔다. 이어 "처음에는 와인으로 시작을 했는데 안어울려서 소주로 바꿨다. 여러 생각이 들게 하더라. 이제는 즐기고 있다"고 했다.

2년 주기로 술과 관련된 노래를 발표해온 허각은 "2013년 정규 1집에 '술한잔 하면'을 공개했고, 2015년 정인 선배와 '동네 술집'을 냈다. 공교롭게 2년 만에 다시 술 노래를 내게 됐다. '혼자, 한잔'은 떠나간 연인을 그리워하는 마음, 적적하고 외롭고 괴로운 마음을 술 한잔으로 달랜다는 주제의 발라드 곡이다"라고 소개했다.

뮤직비디오는 배우 임주환과 에이핑크 정은지가 출연해 이별 후의 고독한 분위기를 살려냈다. 여자친구와 다투는 모습부터 홀로 술잔을 기울이는 모습까지 열연으로 완성도 높은 영상을 이끌었다. 텅빈 공간에 홀로 앉아 있는 모습이 애잔한 감정을 배가시킨다. 영상과 함께 울리는 허각 특유의 애절한 보컬이 깊은 여운을 남긴다.

허각은 뮤직비디오에 얽힌 에피소드도 전했다. 그는 "정은지가 촬영장에 놀러 왔다가 지나가는 일행 역으로 투입됐다"라며 "화면 속 흰 모자 쓴 친구가 정은지다. 에이핑크 친구들이 많이 도와줘서 정말 고마웠다"고 말했다.

새 음반은 그의 가장 큰 강점인 '목소리'를 통한 한 겨울 외로움과 이별을 테마로 삼았다. 하나의 호흡, 하나의 색감으로 담아낸 앨범이다. 음반 전체에 전자음을 배제하고 어쿠스틱 피아노, 기타, 드럼, 베이스, 스트링의 기본편성만으로 풍부한 사운드를 빚어낸 것도 특징이다.떠나간 연인을 향한 '슬픈 편지' 형식을 취한 이 앨범엔 이별 후에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감정들을 노래한 트랙으로 구성됐으며, 폭넓은 세대의 감성과 공감을 이끌고자 했다.

앨범은 자신의 개성을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는 감성 곡들이 주를 이룬다. 자신의 강점인 감정 표현과 부드러운 음색에 최적화된 발라드 장르를 택한 만큼 이 앨범을 통해 다시금 발라드 대표주자로 거듭나겠단 각오다. 지고릴라, 심현보, 김진환, MU-D9, 이정원, 기련(CLEF CREW) 등 실력파 프로듀서진이 참여해 허각에 맞춤형 노래를 선사했다.

긴 공백기 동안 자신의 음악색에 대해 고민을 거듭해온 그는 그간 보고 듣고 배운 많은 감정을 이번 앨범에 쏟았다. 이 계절과 가장 잘 어울리는 발라드 위에 온전히 감정을 쏟아낸 표현력은 여전히 수준급이다. 허각이 오직 그의 감성과 목소리로 써내려간 새 음반인 앨범인 만큼 노랫말 단어 하나부터 멜로디 한 음도 정성스레 조율했다. 모든 열정을 쏟을 만큼 허각에게 무대는 소중한 곳이다. 그는 "데뷔하고 난 후 줄곧 큰 사랑을 받았다. 항상 이전보다 더 큰 사랑을 받아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었고 불안한 마음이 커졌다. 안 좋은 생각도 들더라"며 "지금은 가족이 가장 큰 힘인 거 같다. 두 아들을 보면 마음이 편해진다. 위기를 극복할 수 있게 해줬다"고 말했다.

애잔한 감성 발라드로 큰 사랑을 받았던 허각은 '나를 사랑했던 사람아' '사월의 눈' 'HELLO' '죽고 싶단 말 밖에' 등 발라드와 '짧은 머리' '이제 그만 싸우자' '벌써 겨울' 등 듀엣곡을 동시에 히트시켰다. 사랑과 이별을 경험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가사와 아련한 멜로디로 돌아온 허각이 제2의 '소주 한잔'으로 도약을 노린다.

hero16@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