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가 '영원한 4번타자' 이대호를 다시 품에 안았다. 역대 프로야구 최고액인 4년간 150억원의 거액을 투자했다. 이윤원 롯데 단장이 이대호가 훈련중인 사이판까지 날아가 나흘간 버티면서 얻어낸 보물. 2017년 롯데는 이대호를 중심으로 지난해와는 다른 야구를 할 것으로 보인다. 아니, 어쩔 수 없이 다른 야구를 할 수밖에 없다.
이대호의 장점은 강력한 방망이다. 이대호는 내야안타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도 3할5푼을 상회하는 타격과 홈런왕과 타점왕에 근접하는 파워를 자랑한다. 단점은 느린 발이다. 특히 리그에서 가장 발이 느린 선수 중 한명인 최준석까지 보유한 롯데다. 이대호와 최준석이 나란히 라인업에 이름을 올리면 기동력보다는 파워로 승부를 걸어야할 판이다.
지난해 롯데에는 큰 변곡점이 있었다. '왕년의' 롯데는 1995년 220개의 팀도루기록(역대 최다)을 보유했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2010년대 들어 팀도루는 늘 상위 50%를 밑돌았다. 하지만 지난해 팀도루 145개로 넥센(154개)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넥센은 박병호 유한준이 빠지면서 기동력을 살린 틈새 야구로 재미를 봤다. 롯데 역시 조원우 감독의 적극적인 베이스러닝 주문으로 뛰는 팀으로 점차 변신했다.
올해는 지난해와는 양상이 달라질 조짐이다. 지난해 롯데 팀내 도루 1위는 손아섭(42개), 2위는 황재균(25개)이었다. 황재균은 메이저리그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로 떠났다. 당장 도루 수 하락이 불을 보듯 뻔하다.
이대호와 최준석은 뛰는 야구와는 대척점에 선 선수들이다. 팀전술 운용이 달라지게 된다. 뛰는 야구와 한방 야구는 일장일단이 있다. 팀컬러에 맞게 운용된다면 효율성은 더 커진다. 뛰는 야구가 무조건 능사는 아니다. 타선에 힘이 있고, 응집력이 있다면 주자들이 위험 부담을 안고 뛸 이유가 없다. 강력한 한방이 없으니 어떻게든 점수를 쥐어짠다.
지난해 압도적인 경기력을 선보인 두산은 팀도루가 85개로 전체 9위에 그쳤다. 누상에 나간 주자가 뛸 필요성을 그다지 느끼지 못한 타선이었다. 1루에 있든, 2루에 있든 적시타와 홈런이 제때 터져주니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이대호가 롯데로 왔지만 엄밀히 말하면 황재균이 빠진 공백의 플러스, 마이너스를 감안해야 한다. 이대호가 만들 시너지 효과, 베이스러닝에서 빠질 부분들도 종합적으로 판단돼야 한다. 분명한 점은 상대 투수들이 느끼는 압박감이다. 존재감에 있어 이대호를 능가할 KBO리그 타자는 없다고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