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블더블, 많이 어렵네요." "아니야, 너는 잘하고 있어."
갖가지 추문, 떨어지는 경기력. 인기가 시들고 있는 여자프로농구. 이런 가운데 그나마 여자농구에 관심을 갖게 하는 선수가 있으니 청주 KB스타즈의 '보물' 신인 박지수다. 1m93의 큰 키로 한국 여자농구 미래를 짊어질 자원이라고 평가받는 그가 프로 무대에 데뷔, 첫 시즌을 치르고 있다. '잘한다', '거품이다'라는 평가로 갑론을박이 벌어지던 가운데 박지수는 18일 구리 KDB생명 위너스와의 후반기 첫 경기에서 경기 종료 직전 극적인 역전 결승골을 터뜨리며 팀에 값진 승리를 선물했다. 이날 경기 13득점 14리바운드로 9경기 만에 시즌 두 번째 더블더블(공격 지표 중 두 부문에서 두자릿수 이상 성적을 기록하는 것)을 기록하기도 했다.
평균 26분 출전, 7.89득점 9.4리바운드 2.0어시스트. 큰 기대를 모았던 신인의 성적표로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 일단, 소속팀 안덕수 감독은 측은해하는 마음을 드러냈다. 안 감독은 "처음 프로에 와 상대 견제도 심하고, 장기 레이스도 처음이다 보니 힘들 것이다. 그런 걸 감안하면 지수는 매우 잘해주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본인은 잘 못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주변의 기대가 너무 크다보니 선수가 심리적으로 불안해한다는 뜻. 특히, 팀 성적이 좋지 않다보니 어린 선수가 더 힘들어하는 것에 안 감독은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그나마 KDB생명전 승리의 주역이 돼 그 부담을 조금 털어낸 박지수다. 박지수는 "내가 가는 팀은 어떻게 될 것이다, 이런저런 말이 많아 부담이 있었다. 그런데 팀은 내 효과를 못보는 것 같아 속상했다"고 말했다. 이어 "더블더블이 참 어렵다. 많이 어렵다. 앞으로 꾸준하게 해야한다"고 말했다.
박지수는 이어 "프로는 고등학교 시절과 완전히 다르다. 상대 언니들이 강하게 밀어내고, 견제하는 게 느껴진다. 거기에 잘 대응해야 하는데, 공격 몇 번 하면 너무 힘들다. 다리가 풀리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박지수는 경기 도중 버티지 못하고 넘어지는 모습을 자주 보여주고 있다. 박지수는 이어 "고등학교 때는 쉽게 농구를 했다. 그러다 프로에 와 포스트업 공격을 하려고 하니 잘 안되더라. 앞으로 다부지게 몸싸움을 해야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25분 이상의 출전 시간에 대해서는 "체력은 아직 괜찮다. 30분 뛰는 것도 충분하다"고 자신했다.
아직은 장단점이 뚜렷하게 보인다. 확실히 크다. 세트 디펜스에서의 수비 리바운드는 압도적이다. 공격에서도 스텝 등 기본기가 잘 갖춰져있고, 동료를 보고 빼주는 패스 능력도 괜찮다. 하지만 몸싸움에서 확실히 열세다. 포스트업, 박스아웃에서 상대에 자주 밀린다. 미들슛, 자유투 밸런스도 아직은 프로 수준이 아니다.
프로 무대를 점령하려면, 일단 강한 하체를 만드는 것이 급선무로 보인다. 힘이 관건이다. 슈팅은 훈련을 통해 보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안 감독 말처럼, 박지수는 고교를 갓 졸업한 신인일 뿐이다. 우리가 이 신인 선수에게 너무 완벽한 모습을 바라는 것도 잔인한 일이다. 박지수는 신인으로서 충분히 잘하고 있다. 농구 실력과 함께 주변의 관심으로 인한 부담을 이겨내는 것도 박지수가 받아든 또 하나의 숙제다. 안 감독은 "그래도 성격이 참 밝다. 그래서 더 크게 성장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