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41·삼성 라이온즈)에 이어 이호준(41·NC 다이노스)도 선수 유니폼을 벗겠다고 선언했다. 선수 은퇴를 예고한 것이다.
이승엽은 일찌감치 2017시즌을 마치고 선수 생활을 그만하겠다고 못박았다. 이승엽의 길을 이호준이 따라가기로 했다.
이호준은 16일 마산구장에서 열린 구단 신년회에 앞서 자신의 은퇴 결정을 구단에 알렸다. 구단 사장과 단장을 찾아가 2017시즌을 마치고 은퇴하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기자들 앞에서 자신의 은퇴 결정 배경과 심정을 쏟아냈다. 그는 "박수칠 때 떠나고 싶었다. 아름다운 은퇴를 하고 싶다"고 했다.
이호준은 KBO리그에서 장수한 몇 안 되는 선수다. 1994년 고졸(광주일고) 신인으로 해태(현 KIA) 타이거즈에 입단했다. 투수로 입단해 타자로 전향했다. 2000년 SK 와이번스로 이적했고, 2013년부터 NC에서 뛰었다. 2017시즌 포함 1군에서만 21시즌을 뛰게 되는 셈이다. 2008년(4년 34억원)과 2013년(3년 20억원) 두 차례 FA 계약을 했다. 한국시리즈 우승 반지를 3번 받았다.
이호준은 "매 시즌 마치고 '은퇴를 언제 할까'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하와이에서 개인 훈련하고 와서 감독님과 상의했다. 욕심으로 계속 하면 마지막에 안 좋을 거 같았다. 1년 선배 이병규형, 1년 후배 홍성흔도 봤고. 좋을 때 떠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와이프와 가족도 긍정적이었다. 젊은 후배들에게도 기회가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호준은 하와이에서 우연히 이승엽을 만나 은퇴 얘기를 주고받은 일화를 공개했다.
그는 "이승엽에게 조언을 들었다. 승엽이도 '아름다운 은퇴'를 생각하고 있었다. 앞으로 진로에 대해 여러 얘기를 했다. 셋 중 하나가 아닐까. 해외 연수가든지, 방송 해설위원하든지, 코치하든지. 1년 동안 잘 공부해서 결정하겠다. 선수협회장 일도 올해 잘 마무리하겠다"고 말했다.
이호준은 1군에 처음 올라왔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2001년으로 기억하는데 그때 지갑에 돈이 없어 정말 힘들었다. 첫 아이 기저귀값을 벌기 위해 1군 주전을 차지해야겠다고 마음먹었던 생각이 난다. 올해 정말 잘 끝내야 한다. 절실하게 타석에 들어갈 것이다. 1루까지 전력질주도 해보고 싶다. 너무 잘 해서 은퇴하지 말라는 얘기를 듣고 싶다. 장종훈 선배님이 갖고 있는 우타자 통산 최다 홈런(340개) 기록은 뛰어넘고 싶다"라고 말했다.
그는 2016시즌까지 프로 통산 1976경기에 출전, 타율 2할8푼2리, 330홈런-1229타점을 기록했다. 장종훈의 기록까지 홈런 10개 남았다.
이호준은 NC 이적 이후 제2의 전성기를 열었다. 2013시즌 20홈런 이후 시즌별로 각각 23홈런, 24홈런, 21홈런을 쳤다. 2016시즌 NC의 창단 첫 한국시리즈 진출도 이끌었다.
이호준의 올해 연봉은 7억5000만원이다. 야구팬들은 그를 보면서 '인생은 이호준 처럼'이라고 했다. 창원=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