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온이 뚝 떨어지면서 동네 놀이터도 썰렁해졌다. 겨울방학동안 춥다고 집안에서 게임기나 TV만 끼고 있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집안에 묶여 있는 아이들은 좀이 쑤신다. 추위 때문에 바깥 활동과 운동량이 줄어들면, 아이들은 에너지 발산이 안돼 더 부산해지기 마련이다. 특히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성향이 있는 아이들은 집중력에 더 문제가 생길 수 밖에 없다. 겨울방학을 맞아 체력 증진은 물론 집중력 향상을 위해 '운동 시간표'를 짜는 집이 많다. 어떤 운동을 하는 것이 좋을까? 김소형기자 compact@sportschosun.com
▶ 운동의 집중력 강화 효과
날씨가 궂으면, 유난히 아이들이 산만해 보이는 경우가 많다. 바깥 활동을 못하기 때문이다. 교사들도 '비오는 날 아이들 통제가 더 힘들다'는 이야기를 종종 할 정도다. 김영훈 의정부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겨울철 햇빛을 안보면 '행복전달물질'인 세로토닌 분비가 안돼 더 산만해진다"면서 "리듬있는 운동을 통해 정서적으로 안정이 되면 이러한 산만함을 완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신체활동은 체력과 집중력 강화를 통해 인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규칙적으로 운동한 아이는 반응 시간이 더 빠르고, 창의력은 물론 시험 점수도 더 높게 나타난다는 것. 특히 세계적으로 아침 운동이 집중력과 학습능력을 향상시킨다는 연구결과는 많다. 운동 직후에는 혈액 순환이 잘돼 뇌가 활성화되기 때문이다. 일본, 핀란드, 미국 등 여러나라에서 아침 운동 후 수업을 했더니 집중력이 높아졌다는 보고가 쏟아져 나왔다. 미국 하버드 의대 존 레이티 박사의 베스트셀러 '운동화 신은 뇌'에는 미국 시카고의 네이퍼빌센트럴 고등학교 사례가 소개됐다. 전교생에게 수업 시작 전 1마일(1.6km) 달리기를 하게 한 후, 1·2교시에 어려운 과목을 배치했더니 전국 최고 수준의 학업 성취도를 기록했다는 것. 우리나라에서도 '0교시 체육' 도입 후 성적 향상 효과를 본 사례가 여럿 있다. 따라서 겨울방학을 맞아 뒤쳐진 과목을 보충·복습하거나, 선행학습을 염두에 뒀다면 오전 운동 후에 진행하면 집중력이 높아져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 어떤 운동을 할까.
기본적으로 일주일에 3번, 30분 이상씩 심박동수를 높일 수 있는 유산소 운동이 집중력 강화에 효과가 있다. 김영훈 교수는 "세로토닌 분비를 촉진시키는 리듬 운동 중 대표적인 것이 걷기나 조깅, 등산"이라면서 "초등학생이라면 줄넘기, 훌라후프, 구기종목 등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최근엔 실내에서 할 수 있는 운동·레포츠 시설들도 많이 생겨서 날씨 걱정도 덜 수 있다.
-구기 종목 : 친구나 부모 등과 함께 운동하면 신체접촉을 통해 유대감을 강화할 수 있다. 특히 축구나 농구 등 단체 구기종목은 산만한 아동들에게 흔히 동반되는 사회성 부족을 보완하고, 규칙을 익힐 수 있어 자신감 회복에도 좋다. 최근 많은 학교에서 채택하고 있는 뉴스포츠는 신개념 교구 뿐 아니라 간소화된 규칙을 쉽게 배울 수 있어, 복잡한 룰의 단체종목을 꺼리는 학생들도 반긴다.
-수영 : 대표적 유산소 운동의 하나인 수영은 집중력 강화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다. 리우올림픽에서 은퇴를 선언한 '수영 황제' 마이클 펠프스가 어린 시절 ADHD 치료를 위해 수영을 시작했다는 에피소드는 유명하다. 수영은 물에 몸을 담그기만 해도 스트레스가 감소되고 흥분이 가라앉으면서 집중력이 높아지는 효과가 있다. 물과의 접촉이 긴장을 풀어주며 심리적 안정을 준다.
-승마 : 승마도 집중력 향상에 도움을 준다. 정유숙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승마를 통해 ADHD 증상이 완화됐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정유숙 교수는 "기본적으로 ADHD는 약물치료가 우선이지만, 부득이하게 부작용 등으로 약물치료가 불가능한 경우나 약물치료와 병행할 경우 운동으로도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뇌성마비나 자폐 아동을 위한 재활승마를 ADHD 아동들에게 적용한 결과, 운동효과는 물론 재미가 있어서 참여한 아이들 모두 주2회 12주의 코스를 마쳤다. 운동 효과가 비슷하더라도 승마기구는 지루한 반면, 말과의 교감을 나누는 승마는 생동감이 있고 즐거움이 배가 된다. 단 동물 자체를 무서워하면 억지로 하지 않는 게 낫다. 신체활동은 즐거움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태권도 : 태권도는 보통 6세 이후에 시작하는데, 이 시기의 아이들을 두고 막연하게 '태권도장을 가면 더 산만해진다'는 편견을 가진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태권도는 에너지 발산 효과는 물론, 규칙을 잘 지켜야해서 산만한 아이들에게 좋다'는 의견이 더 우세하다. 레이티 박사도 고도의 규율체계를 갖춘 운동이 ADHD 아동에게 효과적이라면서, 태권도 등 무술을 권했다. 무술은 새로운 동작과 전략을 익히면서, 신체 방어를 위한 근육을 정확히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집중력이 필수다.
-스케이트 : 겨울에 쉽게 접할 수 있는 스케이트도 집중력 강화에 효과적이다. 미끄러지지 않도록 자세를 유지하면서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집중력이 요구될 수 밖에 없다. 레이티 박사에 의하면, 무술과 마찬가지로 격렬하면서도 복잡한 근육의 움직임을 필요로 하는 운동이 균형과 타이밍, 연속동작, 결과의 판단, 자제력, 집중력 등 뇌의 다양한 부위를 활성화시킬 수 있다. 또한 단순한 운동보다 더 재미있어, 꾸준히 할 수 있는 동기를 준다.
결론적으로, 재미있는 운동을 골라 일주일에 세 번 이상 꾸준히 시키면, 겨울방학 동안 자녀의 집중력과 체력 강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