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중국 최대의 게임쇼 '차이나조이 2016'에서 최초로 공개된 '미성물어'는 넥슨이 2015년 12월 출시한 '트리 오브 세이비어'의 그래픽 리소스 도용 의혹 카피캣 게임으로 화제가 되었다.
첫 공개 이후 11월 중국에 출시된 '미성물어'는 같은 달 홍콩,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지역에 '선경미성-일계난심지작감동천만인, The tale of lost city)'라는 이름으로 출시되었다.
'미성물어'는 출시 초반 홍콩 앱스토어 인기 게임 1위, 매출 1위를 기록했고 말레이시아 앱스토어 인기 게임 1위, 매출 2위를 기록했으며 싱가포르 앱스토어에서는 인기 게임 2위, 매출 10위를 기록하며 성과를 기록했다.
이렇게 성과를 내고 있는 '미성물어'는 국내 모바일 엔터테인먼트사 넥스트무브가 지난 12월 23일 '로스트테일'이라는 이름으로 국내 출시를 발표하면서 카피캣 게임으로 다시 한 번 화제가 되고 있다.
- 두 게임 모두 캐릭터가 '왼손잡이'
'로스트테일'이 '트리 오브 세이비어'의 카피캣 게임이라는 평가를 받은 것은 두 게임이 지니고 있는 유사성 때문이다.
두 게임의 유사성 중에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점은 바로 모든 유저 캐릭터가 왼손잡이라는 점이다. '트리 오브 세이비어'의 유저 캐릭터가 모두 왼손잡이인 것에 대해 IMC게임즈는 "캐릭터들이 모두 왼손잡이인 것은 오른손으로 무기를 사용하면 화면상 캐릭터가 자세히 보이지 않아 시인성을 위해 좌우를 바꾸었다"며 인터뷰를 통해 그 이유를 밝힌 바 있다.
'로스트테일'도 유저 캐릭터가 모두 왼손잡이다. 그러나 게임 내 로딩화면에 등장하는 일러스트에서는 캐릭터가 오른손잡이인 것으로 묘사되어 있으며, 캐릭터가 왼손잡이인 것에 대한 이유가 설명되어 있지 않다. MMORPG 중에서 유저 캐릭터가 모두 왼손잡이인 게임은 '트리 오브 세이비어'가 최초이고, 두 번째가 '로스트테일'이기 때문에 이를 간과하기는 어렵다.
두 게임의 캐릭터를 비교해보았을 때 눈에 띄는 것은 또 있다. 바로 퀘스트 완료나 마을로 이동할 때의 귀환 모션이다. '트리 오브 세이비어'의 경우 퀘스트를 완료한 이후 백스페이스 키를 눌러 퀘스트 NPC에게 되돌아가는 귀환 모션이 특유의 '차렷' 자세인데, '로스트테일'도 귀환 모션이 '차렷' 자세이다.
- 쌍둥이처럼 비슷한 등장 몬스터들
'로스트테일'과 '트리 오브 세이비어'는 캐릭터만 비슷한 것이 아니라 등장하는 몬스터의 디자인도 유사한 점이 존재한다. 우선 '로스트테일'의 시작 지역인 '황혼의 숲'에는 '트리 오브 세이비어'의 '매너클 묘지' 지역에 등장하는 '엘로마고', '렘파라사 연못' 지역에 등장하는 '츄파루카', '관문로' 지역에 등장하는 '오페러' 등과 유사한 모습을 지닌 몬스터들이 등장한다.
또한 퀘스트를 진행하면서 입장할 수 있는 던전들에서는 '트리 오브 세이비어'의 '마법사의 탑' 지역에 등장하는 '아모리', '샤울레이 미션' 지역에 등장하는 '티니' 등과 유사한 모습을 지닌 몬스터들이 등장하며, 던전의 보스로 등장하는 몬스터들은 '트리 오브 세이비어'의 '허니핀', '웨어울프', '파이로에고', '파이어로드', '호그마 전사' 등과 유사하다.
- 분위기도 비슷한 두 게임
캐릭터와 몬스터를 제외해도 '로스트테일'과 '트리 오브 세이비어'는 게임의 분위기가 상당히 비슷하다. 이는 게임을 구성하고 있는 텍스쳐의 색감과 질감이 유사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배경과 오브젝트들의 묘사가 유사한 장소들이 존재한다. 특히 '트리 오브 세이비어'에서는 게임 배경으로 중요시되는 '여신상'이 각 마을과 필드 곳곳에 존재하는데, '로스트테일'의 마을인 '케론 본성' 한가운데 광장에도 '트리 오브 세이비어'에 등장하는 여신상과 유사한 모습의 여신상이 배치되어 있다.
이외에도 '트리 오브 세이비어' 내의 '수정광산'은 '로스트테일'의 '보석광산'과, '마법사의 탑'은 '용암감옥'과, '여관'은 '용병의뢰소'와 유사하며 '로스트테일'의 '황혼의숲', '플로라 협곡', '케론 본성', '아바돈', '장비던전' 등의 지역은 '트리 오브 세이비어'에 등장하는 다양한 지역들과 유사한 점이 많다.
- 첫 공개부터 카피캣 논란이 있었던 '로스트테일'
이처럼 '로스트테일'은 게임 내 등장하는 캐릭터, 몬스터, 오브젝트, 배경 등이 '트리 오브 세이비어'와 매우 비슷한 점이 많다. 그렇기 때문에 지난 7월 중국에서 최초로 공개되었을 당시 '로스트테일'은 '트리 오브 세이비어'의 카피캣 게임이라는 평을 받았다.
'로스트테일'의 중국어 버전인 '미성물어'가 공개될 당시 넥슨 측은 이 게임이 '트리 오브 세이비어'의 정식 라이센스를 얻고 개발된 게임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고, 국내 출시 기미는 보이지 않았기에 넥슨 측에서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지난 12월 23일 '미성물어'가 '로스트테일'이라는 이름으로 국내 출시를 알리자 넥슨측은 "'로스트테일'은 중국에서 '미성물어'라는 이름으로 출시되어 '트리 오브 세이비어'와 유사하다는 지적들이 많았던 게임"이라며 "조만간 한국 출시를 앞두고 있는 '로스트테일'에 대해 '트리 오브 세이비어' 개발사인 IMC게임즈와 협의하여 소송을 검토하고 있다"고 입장을 전했다.
이에 대해 넥스트무브측은 "'로스트테일'의 개발사와 법률적 자문을 거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판단해 퍼블리싱을 진행하게 되었다"며 "'로스트테일'의 서비스는 1월 중순 정상적으로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로스트테일'과 '트리 오브 세이비어' 정도로 비슷한 게임이 되려면그래픽 리소스를 가져다가 재사용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조금만 살펴보아도 '트리 오브 세이비어'와 유사한 점이 많은 '로스트테일'의 출시 예고로 인해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에 파문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박해수 겜툰기자(caostra@gamtoo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