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심장이 '쿵쾅쿵쾅' 뛰는 시간이 있습니다. 가슴이 '콩닥콩닥' 뛰면서 기다려지는 시간이 있습니다. 즐겁게 뛰면서, 우리를 알아가고, 배려를 배우고, 올바른 인성을 기르고, 꿈을 키워가는 시간. 우리들이 만들어야 한 진정한 '학교체육 시간'입니다.
스포츠조선이 한국교육과정평가원 학교체육중앙지원단과 함께 그런 '심쿵' 체육시간을 찾아 나섰습니다. 일선 선생님의 열정, 아이들의 관심과 참여, 그 속에서 만들어지는 학교체육의 '롤모델'을 만나봅니다.
물론 아직 완전한 시간은 아닙니다. 그 시간을 향해 한걸음씩 더 내딛는 시도입니다. 이러한 발걸음이 모여 진정한 '심쿵' 체육시간이 만들어질 것입니다.
자~, 우리들의 '심쿵' 체육시간, 그 첫 수업을 만나러 갑니다. <편집자주>
'Just like TT~, 이런 내 맘 모르고 너무해 너무해♪'
인천 서구에 위치한 초은고등학교. 2층 강당 문틈 사이로 흥겨운 음악 소리가 흘러나온다. '빼꼼' 문을 열고 들어가 보니 10여명의 소녀들이 춤 연습에 한창이다. 댄스 동아리 '가데스'.
두 눈을 의심했다. '정말 아마추어 학생들이 맞나' 싶을 정도로 춤 솜씨가 소위 '장난'이 아니다. '아이돌'이 따로 없다. 박수가 절로 나왔다. 전국대회 준우승, 아무나 하는 게 아니었다.
아이들은 12월 말에 열리는 동아리 축제에서 선보일 공연을 준비 중이었다. 가요부터 팝까지 30분 정도 빠르게 호흡을 맞춘 뒤 곧바로 교실로 돌아갔다. 혹시라도 수업에 늦을까 재빠르게 움직였다.
허경희 담당 선생님은 "사실은 내일부터 기말고사"라고 귀띔했다. 스포츠조선이 초은고등학교를 찾은 것은 12월 둘째 주. 기말고사 준비로 한창 바쁜 시기였다. '가데스'의 '아이돌'들은 시험 공부하는 틈틈이 짬을 내 동아리 축제를 준비하느라 '무척' 바빴다.
궁금해졌다. 시험 기간에도 댄스 연습에 몰두하는 여고생들. 혹시 공부와 거리가 먼 것은 아닐까. 아니란다. "저희 공부도 열심히 해요"라며 '호호' 웃는다. 그렇다면 어떻게 시험 전날에도 연습에 매진할 수 있는 것일까.
가데스의 부장을 맡고 있는 (손)윤화는 "솔직히 클럽활동을 병행하니까 아무래도 공부 시간이 부족해요. 그러나 몸을 열심히 움직인 뒤에 공부를 하는 거잖아요. 확실히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무엇보다 즐거워요"라고 비결을 밝힌다.
인문계 학교의 댄스 동아리. 사실 처음부터 환영을 받았던 것은 아니다. '자칫 우리 아이의 성적이 떨어지는 것은 아닐까' 부모님의 걱정이 많았다. 지금은 아니다. 동아리 활동은 성적도 올려놓았다. 이제 부모님들은 가데스의 가장 큰 응원군이다. 그래서 공부도, 춤도, 무엇 하나 놓치지 않기 위해 더욱 열심히 노력한다.
이제 곧 3학년이 되는 (박)민정이는 "춤을 정말 좋아해서 춤과 관련된 일을 하고 싶어요"라며 "부모님께서도 내가 하고 싶어 하는 걸 밀어주세요"라며 어깨를 으쓱댔다.
동아리 활동에 부모님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은 선생님의 말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김시운 교장선생님은 "두뇌 발달과 신체 발달은 궤도를 같이 한다. 그런데 인문계 고등학교는 체육을 소홀히 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 아이들이 동아리 활동을 통해 학교 체육을 하고 있다"며 "학교의 의지도 중요하지만 부모님의 적극적인 호응이 매우 중요하다. 부모님들께서 아이들이 공부하는 것만 신경 쓰면 안 된다"고 말했다.
학교는 물론이고 부모님의 든든한 지원을 받는 가데스의 소녀들은 특별 활동을 통해 매일 한 뼘씩 성장하고 있다. 제9회 전국학교스포츠클럽 창작댄스대회 2위, 인천 서구 청소년 동아리페스티벌 대상 등을 수상하며 실력을 쌓고 있다.
무엇보다 밝은 표정에서 '사춘기' '질풍노도'라는 어두운 그림자는 찾아볼 수 없다. 2년 동안 '가데스' 활동을 해 온 (고)은수는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특별한 경험을 쌓았어요. 춤추다 보니까 내가 더 밝고 맑아진 느낌"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친구를 배려하고 존중하는 마음도 커졌다. '가데스' 소녀들은 "춤은 혼자 추는 것이 아니잖아요. 일정을 맞추는 것부터 동료들과 함께 고민해야 해요"라며 "친구의 입장을 생각하고 배려하는 힘이 생기는 것 같아요"라며 입을 모았다.
여기에 겹겹이 쌓이는 추억은 덤이다. 1학년 (문)정원이는 "대회를 준비할 때는 주말에도 모여서 연습하는데 아무래도 다른 동아리보다는 언니, 친구들과 얘기할 시간이 많아요. 끝나고 맛있는 것도 먹고요. 이런 모든 것들이 소중한 추억"이라고 말했다.
허경희 선생님은 "우리 '가데스'는 춤추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누구나 가입할 수 있다. 좋아하는 것을 하는 만큼 자율적으로 운영된다. 아이들은 점심시간과 저녁시간을 활용해 춤 연습을 한다"며 "대회 때는 춤 창작부터 무대 구성, 의상 등을 모두 책임진다. 이를 통해 아이들의 자신의 끼를 발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인천 지역에서 열리는 각종 행사에 참가, 공연 봉사를 통해 나눔의 의미도 실천하고 있다.
인천 초은고등학교 댄스동아리 '가데스'는 아이들의 열정과 학교, 가정, 지역의 호응을 통해 만들어진 소중한 집합체다. 우리 아이들은 오늘도 '든든한' 지원군의 응원을 받으며 무럭무럭 자라나고 있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