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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KL사회공헌재단과 함께 만나는 UNESCO 세계문화유산탐방, Let's Go-인류무형문화유산편' 8. 가곡(순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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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에 어울리는 여행지가 있다. 전라남도 순천이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즈음 순천만을 붉게 물들이는 낙조는 가히 절경이다. 특히 순천만 갈대숲을 굽이치는 물길이 황금빛으로 물들어 가는 광경은 한 폭의 그림에 다름없다. 순천만을 굽어 볼 수 있는 용산자락에 오르거나 드넓은 갈대밭에 펼쳐진 데크길을 걸어도 운치 있다. 겨울철 흰 눈을 이고 있는 고찰 선암사와 낙안읍성의 초가 마을은 또 어떠한가. 카메라 앵글에 잡힌 풍광 모두가 작품이 된다.

특히 순천은 예로부터 호남의 대표적 예향으로, 세계인류무형유산인 가곡(歌曲)을 체험할 수 있는 고장이기도 하다. 우리 전통 가곡은 국악 관현악 반주에 맞춰 시조시를 노래하는 성악곡으로, 기품과 예술성을 지닌 빛나는 문화유산이다. 이처럼 순천은 운치 있는 계절의 낭만에 세계유산 '가곡'까지 체험할 수 있어서 겨울철 흡족한 전통문화유산기행지로 찾을 법하다. 김형우 문화관광전문 기자 hwkim@sportschosun.com

◆우리의 전통 성악곡 '가곡(歌曲)'

우리나라에도 전통 성악곡이 있다. '가곡(歌曲)'이다. 시조(時調)나 가사(歌辭)는 흔히 들어 보았으나 '가곡'은 다소 생소하다. 하지만 우리의 가곡은 유네스코가 인정한 인류무형유산으로, 2010년 세계유산에 등재되었다.

우리의 가곡은 국악 관현악 반주에 맞춰 시조시 등을 노래하는 한국의 전통 성악 장르이다. 시조나 가사가 대중적인데 비해 가곡은 전문가들에 의해 계보를 따라 전승되어온 정가(正歌)이다.

전통 가곡은 시조, 가사 등과 더불어 조선시대 상류층이 즐겨 부른 고유한 예술형식이다. 시조, 가사와 다른 점은 거문고, 가야금, 대금, 피리, 해금, 양금 등 관현악 반주에 맞춰 노래를 부른다는 것이다. 따라서 음악적-예술적 완성도가 높은 장르로 평가 받는다.

가곡은 폐쇄적인 조선 사회에서도 남녀 모두가 부르는 노래였다. 따라서 그 구성도 남성의 노래인 남창 26곡, 여성의 노래인 여창 15곡으로 이루어져 있어 남-여 가창의 특성을 고루 갖추고 있다.

남창은 웅장한데, 그 음계는 '겉소리'로 부른다. 몸속에서 울려 나오는 강하고 깊은 소리가 그것이다. 반면 여창은 겉소리와 고음의 가냘픈 소리인 '속소리'를 써서 부른다. 때문에 가곡은 전반적으로 장엄하면서도 여유로운가 하면 구슬픈 느낌을 함께 담아낸다. 우리의 전통 음계, 우조(羽調)와 계면조(界面調)를 쓰고 그 장단은 16박, 10박으로 연주된다.

가곡은 서정성과 균형미를 지닌 고난도의 음악 장르라는 평가다. 따라서 가곡을 부르기 까지는 오랜 공력이 필요하며, 공연의 경우 특히 집중력과 절제력이 요구된다. 가곡은 전수자들과 공동체, 관련 기관을 중심으로 지역 전수관에서 보호, 전수되고 있는데, 가곡 명인들에 의해 오랜 세월동안 변형되지 않고 지속적으로 전해오고 있다.

1969년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된 가곡은 역사적-예술적 가치가 큰 무형문화유산이다. 특히 전통 상류 사회의 미학과 철학을 지녀 유서 깊은 고급문화의 대표적 사례로도 꼽힌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가곡이 한국적 정체성을 확립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아울러 가곡이 무형문화유산 보호협약 제2조 1항에 명시된 '공동체와 집단 및 개인이 스스로 문화유산의 일부분이라고 인식하는 관습-표상-표현 그리고 지식 및 기술'이라는 무형문화유산의 정의에 합치한다는 평가도 내리고 있다. 또한 무형문화유산 보호협약 제2조 2항의 '공연예술' 영역에도 해당된다고 풀이한다.

한편 가곡은 특정 지역이 아닌 우리나라 전역에서 불리고 있다. KBS 국악관현악단, 한국전통공연예술국립회관 등을 중심으로 가곡 예능보유자들이 유산의 보전 활동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가곡 공연이 열리고 있으며, 경상남도 마산에 있는 가곡전수관은 전수 활동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가곡의 예술적, 상징적 가치는 지역 전수관에서 전수자들에 의해 보호-전수되어 오는 가운데, 전수 활동이 지역사회에 자부심을 불어넣어 주는 한편, 그 자부심이 다시 전승의 동기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 일련의 과정을 통해 가곡은 오늘날 모든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대중문화로 승화되었다. 이에 따라 가곡은 집단의 정체성을 담보한 대한민국 국민의 문화유산으로 높이 평가 받는다.

▶어디에서 체험할 수 있나?

전남 순천에는 한국가곡예술마을이 조성 되어 있다. 이곳에서는 내방객 대상 공연도 펼친다. 여창과 고수가 진행하는 1시간 30여 분 가량의 전통가곡공연으로 남도민요, 태평가, 남원산성, 밀양아리랑, 사철가, 흥보가 등을 부른다.

뿐만 아니라 장구와 해금연주에 맞춰 창을 하는 공연도 선보인다. 비교적 낮은 템포와 소리로 진행되지만 집중도 높은 공연이다. 특히 관람객들은 해금연주의 오묘한 소리에 찬사를 보낸다. 신명난 장구연주도 펼쳐진다. 연주자는 무대와 객석을 오가며 관객들의 호응유도와 흥을 돋운다. 관객들도 스스로 추임새를 넣으며 흡족한 공연을 즐긴다.

▶등재 가치

가곡은 '우리 국민의 정체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예술장르'라는 평가를 받는다. 우리 사회의 급속한 현대화-산업화 속에 유서 깊은 고급문화가 사라지고 있는 가운데. 전통 있는 상류 사회의 미학과 철학을 지닌 가곡이 전승되고 있음은 이를 잘 반영하는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이처럼 가곡은 한국 국민의 자부심과 정체성을 높이는 데 기여하는 음악장르라는 점을 인정받아 인류무형유산으로서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서울시립 성북노인종합복지관 어르신과 성북구 청소년, "Let's Go! 우리 문화유산을 찾아서" '가곡' 순천지역 탐방

'GKL 사회공헌재단'이 주최하고 '한국노인종합복지관협회'가 지원하는 "UNESCO 세계문화유산 탐방 Let's go 인류무형문화유산편" 중 가곡편이 지난 달 12~13일 이틀 동안 진행됐다.

서울 성북노인종합복지관(관장 이경희) 어르신 15명과 성북구 청소년 15명은 '함께해요 우리문화재'라는 프로그램 제목처럼 UNESCO에 등재된 자랑스러운 우리나라의 무형문화유산을 탐방하기 위해 멀리 전남 순천으로 탐방을 떠났다.

문화유산탐방 출발에 앞서 어르신과 청소년 참가자들은 2회에 걸쳐 사전 친교의 시간을 가졌다. 탐방 지역과 무형문화유산에 대한 이해도 곁들였다.

문화유산탐방 당일, 버스로 5시간을 달려 전남 순천 '순천 한국가곡예술마을' 에 도착해 공연을 관람했다.

첫 번째 공연은 여창과 고수가 진행하는 전통가곡이었다. 전통가곡공연은 남도민요, 태평가, 남원산성, 밀양아리랑, 사철가, 흥보가의 순서로 진행되었다. 여창의 '얼씨구', '절씨구' 등의 추임새에 따라 어르신들과 청소년 모두가 적극 반응-동참하며 신나는 공연 분위기를 연출했다.

두 번째 공연은 장구와 해금연주에 맞춰 창을 하는 시간. 첫 번째 공연보다는 비교적 낮은 템포와 소리로 진행되었지만 집중도 높은 공연이었다. 공연이 끝난 후 서지원(15· 종암중)학생은 "해금연주를 처음 들어보았지만 굉장히 오묘하면서도 좋은 소리에 매력을 느꼈다"며 공연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냈다.

마지막 세 번째 공연은 신명나는 장구연주였다. 연주자는 무대와 객석을 오가며 참여자들의 호응유도와 흥을 돋웠고 관객들은 스스로 추임새를 넣으며 공연을 즐겼다. 1시간 30분 동안 진행된 공연은 한마디로 흡족함 그 자체였다.

이튿날 탐방단의 첫 일정은 낙안민속촌 방문이었다. 이곳에서는 문화해설사의 설명과 함께 낙안읍성의 역사, 낙안민속문화, 건물양식 등 낙안읍성 전반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이후 마지막 일정으로 순천만정원도 찾았다.

이번 탐방은 1·3세대 간의 세대차가 좁혀진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계기였다.

김진기(82) 어르신은 "장거리 여행으로 인한 피로감 보다는 젊은 학생들과 함께 한다는 점에서 활기를 느낄 수 있는 신나는 여행이었다"면서 "1박2일 이라는 일정이 너무 아쉬운 만큼 다음에 또 이러한 기회가 있다면 참여 하고 싶다"고 바람을 나타냈다.탐방단 일원의 강상호 학생도 "어르신께서 굉장히 편하게 대해주셔서 거리감이나 세대차를 느낄 수 없었다"면서 "특히 어르신께서 마침 순천출신이어서 순천에 대한 많은 내용들을 배울 수 있어 더 소중하고 흥미로운 여행이 되었다"고 만족해했다. <GKL사회공헌재단-한국노인종합복지관 협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