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가격이 또다시 인상될 조짐을 보여 흡연자들이 반발하고 있다.
최근 정부와 국회는 담배 밀수와 불법담배 유통에 따른 탈세를 막기 위해 담뱃갑에 디지털 보안필증을 의무 부착하는 내용의 담배사업법 개정안을 논의 중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디지털 보안필증은 홀로그램 형태로 담뱃갑에 부착되는 스티커 일종으로 개당 100~150원 가량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이에 따라 흡연자들 사이에서는 현행 4500원의 담뱃값이 그만큼 인상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50원 단위로 가격을 올린 적이 없기 때문에 최대 200원 오르지 않겠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업계에서는 해당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이르면 오는 2018년 초 담뱃값이 인상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같은 소식에 담배 제조업계는 난색을, 흡연자들은 비난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담배업계 한 관계자는 "불법 유통을 막겠다는 정부의 취지는 100% 공감하지만 업계와의 충분한 논의가 없었다는 점은 아쉽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디지털 보안필증 의무 부착이 도입되면 시스템 구축 등으로 인해 원가 부담이 늘어나는 것은 분명하다"면서 "이를 담뱃값 인상에 반영할 지는 내부적으로 검토를 해봐야 할 사항"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법의 취지에는 공감한다. 그러나 충분한 의견수렴 절차 없이 진행돼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업계의 조심스런 반응에 비해 흡연자들의 반대 여론은 더욱 거세다.
국내 최대 흡연자 커뮤니티인 '아이러브스모킹'은 "불법담배 유통으로 인한 세금 탈루를 흡연자에게 전가하는 담뱃값 인상은 절대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아이러브스모킹측은 "지난해 대폭적인 담뱃세 인상후 정부 예상보다 두 배나 많은 세수를 확보했음에도 유통개선을 핑계로 또 다시 담뱃값을 부추기는 정치권과 당국의 시도는 흡연자들의 강한 반대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한 "법안이 '탈세 방지'가 목적이기 때문에 정부가 '디지털 보안필증'에 들어가는 비용을 전적으로 부담해야 한다"며 "이 방안이 현실화될 경우 예상되는 400억~500억원의 비용은 담뱃세 인상으로 매년 수 조원씩 더 걷히는 세금과 부담금에서 충당하면 될 일"이라고 지적했다.
아이러브스모킹 이연익 대표운영자는 "이미 대다수 서민층인 흡연자들은 지난해 담뱃세가 2000원이나 오르며 경제적 부담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며 "흡연자에게 '탈세 방지'를 위한 정부 정책 비용까지 부담시키는 것은 서민층을 무시하는 태도"라고 주장했다.
한편, 정부는 지난해 1월 담뱃값을 2000원 올리면서 지난해 3조6000억원 가량의 담배세수를 더 걷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한국납세자연맹에 따르면 올 한해 담배세수는 13조1725억원으로, 지난 2014년 담뱃세 인상전보다 6조1820억원이 더 증가할 전망이다. 정부가 담뱃세 인상당시 예측한 세수 증가액 2조7800억원의 2.2배가 넘는 수치다. 이로 인해 정부의 담뱃값 인상이 사실상 '서민 증세의 꼼수'라는 비난이 잇따르고 있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