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최보란 기자] 1990년대 말부터 아시아에서 일기 시작한 한국 대중문화의 열풍은 많은 위기를 딛고 2049년에도 계속되고 있다. 이제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로 퍼진 한류 열풍. 최근 해외 유력 매체들이 연합해 조사한 '한류를 빛낸 100인' 중 41년째 최고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국내 최장수 아이돌 2PM 택연옹과 준호옹(이하 존칭 생략)을 만났다. 한국 가요계의 전설로 살아 숨쉬는 2PM의 인생사를 되짚어봄으로써 최고의 그룹이 될 수 있었던 비결을 엿봤다.
택연 "인생 하반기에는 하반신 찢택연으로"
준호 "손주들 줄 사인받으려 후배들 대기실 앞에 줄 서"
어느덧 선배보다 후배들이 많은 2PM. 어린 후배들을 보며 어떤 생각이 들까? 택연은 "열정이 불타오르고 몸이 부셔져라 열심히 하는 후배들보면"이라고 말문을 열어 후배들에 대한 따뜻한 조언을 예상케 했지만 곧 "그런 친구들 보면 안타까워. '길 잘못 들었어, 자네' 이런 생각이 들지"라고 말해 깜짝 반전을 선사했다. 40년째 정상을 지키는 2PM이기에 가능한 농담이다.
준호는 "저는 뭐 다른 생각은 안 들고 잘 나가는 아이돌 있으면 우리 손주랑 사진 한 방 찍게 해 주려고 매일 대기실 앞에 줄 서 있지. 40년 동안 가수 했는데 뭐 별거 있나. 손주들이 행복하면 내가 기쁘다우"라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특히 2PM은 예순이 넘어서 다시 최고의 한류 그룹으로 일어설 수 있었던 것은 널리 알려졌다시피 '찢택연' 덕분이다. 택연은 적지 않은 나이에도 꾸준한 운동과 관리로 20대 시절 못잖은 몸매를 유지, 2년전 한 공연에서 환갑의 나이에도 과격한 퍼포먼스로 '짐승돌'의 건재함을 과시했다. 덕분에 각종 노화방지 식품과 화장품 등의 모델로 러브콜을 받으며 2PM 제2의 전성기를 이끌고 있다.
준호는 "이 형이 인생의 상반기를 상반신으로 끝냈잖아요. 이제 남은 하반기는 하반신으로 하려고. 요즘 그래서 허벅지 단련을 하고 있어요"라고 앞으로의 퍼포먼스를 귀띔했다. 그의 말에 택연은 너무나 가슴이 벅찬 듯 말문을 잊지 못했지만, 준호는 "저는 공중곡예를 준비하고 있어요. 밑에서 택연 형이 하반신 찢으면 위에서 풍차 돌리기를 하려고 열심히 연습 하고 있죠"라고 말해 2PM 제3의 전성기를 예고했다.
택연은 "언제까지 운동을 해야할지..."라며 야심찬 안무 계획에 부담스러움을 느낀 듯 했지만 준호는 "나중에 디너쇼에서도 하자고. 실버스타 섹시 그랜파 상도 받았잖아. 인생 뭐 있어?"라며 택연을 응원했다. "요즘 200살 시대라 하반기는 100살 이후"라고 강조하는 택연의 눈빛이 흔들린 듯한건 기분 탓일지도 모르겠다.
택연이 '찢택연'으로 비상 했다면 준호는 여섯 남매의 아빠로서 이 시대의 아버지상으로도 큰 사랑을 받고 있다. 고령화 사회인 대한민국에 많은 귀감이 되고 있는 것. 택연 또한 "참 금슬이 좋다"라며 " 손주랑 막내랑 나이가 같다는 소문이 있다"고 거들었다. 준호는 "짐승돌은 죽지 않는다"라며 "앞으로 6명을 더 낳아서 남은 인생 12명 데리고 족구나 하면서 마무리 하려고요"라고 야심찬 가족 계획을 밝혀 박수를 받기도 했다.
"78세에도 댄스가수로 활약중인 박진영보면 감탄"
2PM을 논할 때 박진영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60대에도 활발히 활동 중인 2PM도 놀랍지만, 78세의 나이로 현역 댄스 가수로 활약 중인 박진영은 '가요계의 전설'을 넘어 '가요계의 기적'으로 불리고 있다.
택연은 "그 분 돌아가셨다고 하지 않았어?"라며 잠시 놀란 듯 했지만, 준호가 "아니 이제는 몸이 좀 힘드셔서. 무대는 힘들어도 집에서 홀로그램을 장치하고 춤을 추신대"라며 설명했다. 그제야 생각난 듯 택연은 "박진영 형이 다리가 안 좋아서 전자다리로 바꿨다는 소문이 있던데"라며 "찌라시 돌더라고. 무릎 바꿨다고"라고 귀띔했다. 기자가 놀라자 두 사람은 "아유, 정보가 어둡네! 증권가 찌라시는 요새도 많이 돌아요"라며 꼭 보내주겠다고 약속했다.
지금도 젊은 시절 못잖은 활발한 활동을 하고 여전히 뜨거운 인지를 받고 있지만, 20대로 돌아가고 싶었던 적은 없었을까? 두 사람은 20대 시절을 떠올리려는 듯 잠시 먼 곳을 바라보며 과거를 회상했다. 준호가 "시간이 나이에 비례해서 간다고 하던데"라고 말하자, 택연은 "지금 우리는 시속 60km로 달리고 있는거야"라고 받으며 잠시 슬픈 표정을 짓기도 했다.
하지만 준호는 "나는 너무 탄탄대로였어. 20대 초반에는 암울기도 있었지만 25살부터 풀리기 시작해서 지금까지 한 번도 꺽인 적이 없어요. 사주를 봤는데 인생의 황금기는 말년에 온다더라고"라고 만족할만한 인생사였다고 자평했다. 특히 "그래서 아이도 6명이나 있고"라며 행복함을 주체 못하는 표정이었다.
택연은 "요즘 무대에 서면 가끔씩 무릎이 아파요. 예전에는 안 아팠는데 그럴 땐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죠"라며 건강 관리를 더욱 열심히 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100살 넘어서도 건강을 유지해 '한반신 찢택연'을 볼 수 있길 바라본다.
많은 것을 이뤘고 얻은 2049년 현재, 60세 준호와 62세 택연은 행복할까? "옛날에 그런 노래 있었잖아요. '행복하자, 아프지 말고~' 그게 우릴 위한 노래였어요"라는 택연의 말에 준호 또한 공감한 듯 "'아프지 않기', '행복하기'. 이게 제일 힘든 일"이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택연이 피곤한 듯 잠시 눈을 감자 준호는 "형님 괜찮아요?"라며 그를 흔들었다. 택연이 괜찮다며 안심시키자 "아유. 또 한 명 보내는 줄 알고..."라며 가슴을 쓸어 내렸다.
택연이 괜찮다는 것을 확인한 준호는 "요즘 홀로그램이 발전해서 떠난다고 떠다는 게 아니예요. 평생 동안 저의 모습을 주구장창 볼 수 있을 겁니다"라며 갑작스레 팬들에게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택연이 "그래서 행복하냐"고 답을 채근하자 준호는 "예. 행복합니다"라고 질문에 답했다. 택연은 "늙으면 자꾸 딴 길로 샌다니까"라고 웃으며 "저도 행복합니다"라고, 확신이 가득찬 목소리로 답했다.
(이번 인터뷰는 24일 오후 11시10분 방송하는 MBC '미래일기'를 통해 생생한 영상으로도 만나 볼 수 있습니다.)
ran613@sportschosun.com, 사진=송정헌 기자 song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