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 많이 본 장면인데…."
지난달 개막한 2016~2017 KCC 프로농구가 초반부터 술렁이고 있다. 역시 심판 때문이다. 이번 시즌에도 애매한 판정이 어김없이 쏟아지고 있다. 애꿎은 피해자가 또 발생했다. 10개 구단 사령탑 중 심판의 자질과 기량에 고개를 끄덕이는 감독은 별로 없다. KBL은 NBA와 비교해도 오심률이 준수한 편이라고 하지만 납득할 수 없는 장면이 나오고 있다.
지난 22일 부산 경기에서다. 홈 팀 kt와 울산 모비스가 만났다. 결과는 모비스의 대승. 1쿼터부터 26-11로 앞서는 등 95대55로 경기를 끝냈다. 외국인 선수 찰스 로드가 43득점에 16리바운드로 원맨쇼를 펼치며 팀 승리에 앞장 섰다. 43득점은 개인 한 경기 최다 득점이다.
문제는 2쿼터 직전에 터졌다. 모비스가 43-24로 앞선 쿼터 종료 50초전이었다. kt 박지훈은 골밑 돌파를 하다가 공간이 없자 곁에 있는 허버트 힐에게 패스를 했다. 힐이 가볍게 올려 놓으며 2득점. 양 팀 점수는 43-26이 됐다.
그런데 여기서 심판이 T파울을 선언했다. 박지훈을 막던 모비스 마커스 블레이클리가 '파울을 유도하는 행위', 즉 페이크 동작을 했다는 것이다. KBL은 지난 시즌부터 심판 눈을 속이는 과도한 동작에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고 있다. 스포츠 정신에 어긋나는 신체 접촉이 있었다면 U파울, 신체 접촉 없이 과도한 페이크 동작이 있었으면 T파울이다. 그 중 페이크 파울은 첫 번째 구두 경고, 두 번째부터는 상대 팀에 자유투 1개와 공격권을 준다.
이날 모비스는 이미 경고 1개를 받은 상태였다. 이에 따라 블레이클리가 전반 종료 직전 박지훈과 충돌하며 쓰러졌을 때는 자유투 1개에 공격권이 kt에 주어졌다. 이후 이재도가 자유트 1개를 넣고, 이어진 공격에서 래리 고든이 미들슛을 성공하며 양 팀의 점수는 43-29. 14점 차가 됐다. kt가 한꺼번에 5점을 몰아 넣은 것이다.
하지만 3쿼터 시작과 동시에 kt의 2점이 사라졌다. 심판은 박지훈의 패스를 받은 힐의 득점이, 블레이클리의 페이크 파울 이후 나왔다고 판단했다. 점수는 다시 43-27. 얼핏 봐선 kt가 손해를 본 것 같지만, 합리적인 판정이었다. 페이크 파울을 이미 선언한 상태였고, '이 플레이'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던 힐의 득점이 그 뒤에 나왔기 때문에 '노카운트'가 맞다.
정작 문제는 다른 곳에 있다. 똑같은 상황이 불과 사흘 전에 발생했었고, 그 때는 심판의 판정이 전혀 달랐던 것이다. 19일 전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린 KCC와 KGC의 경기였다. 양 팀은 4쿼터 막판까지 시소 게임을 벌였다. 78-78로 동점이던 경기 종료 1분21초. KGC 외국인 선수 데이비드 사이먼이 리오 라이온스를 상대로 포스트업을 시도했다. 여의치 않자 한희원에게 패스를 했다. 한희원이 득점에 성공하며 80-78.
여기서 심판의 휘슬이 울렸다. 라이온스의 페이크 동작을 지적했다. 이미 경고 1개가 있던 탓에 T파울. 이후 KGC 이정현이 자유투 1개를 성공했고, 이어진 공격에서는 득점에 실패하며 81-78이 됐다.
KCC는 이 상황이 억울할 만하다. 모비스-kt전에서 규정이 적용됐다면 '먼저' 라이온스의 페이크 파울이 나왔고 '이후' 한희원 득점이 완성됐기 때문에 노카운트가 돼야 마땅한 것이다. 더군다나 경기 종료 직전 승부처였다. 1점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순간이었다. 만약 한희원의 득점이 취소되고 이정현의 자유투만 인정됐다면 점수는 79-78. 단 1점차였다.
KBL도 "오심이다"고 인정했다. KBL 관계자는 "두 경기 모두 잘못된 적용이었다. 그나마 22일에는 정정할 시간이 있었고, 19일에는 4쿼터 막판 발생해 바꿀 수 없었다. 앞으로 철저한 교육을 하겠다"고 했다. 아울러 "각 구단에 규정에 대해 보다 명확한 설명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KBL은 또 해당 심판들을 재정위원회에 회부하기로 했다. 징계가 불가피하다.
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