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같은 생을 살다 간 배우 장진영. 추운 계절이 돌아오면 더욱 그리워지는 故 장진영. 2009년 9월 1일 그녀는 서른일곱의 젊은 나이에 우리 곁을 떠났다. 그녀가 팬들의 곁을 떠난 지 어느덧 7년의 시간이 흘렀다.
2003년 개봉한 영화 '국화꽃향기'에서 위암 선고를 받고 죽음을 맞는 민희재 역으로 열연을 펼친 그녀는 역할에 완벽히 스며든 연기력을 선보이며 장진영이라는 이름 석 자를 관객들에게 확실히 각인시켰다. 놀랍도록 그녀의 모습과 닮아 있는 영화 '국화꽃향기'를 장진영의 대표작으로 꼽는 이들이 많지만, 청룡영화상과 인연은 그보다 앞선 200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1년 영화 '소름'에서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선영 역을 맡은 장진영은 제22회 청룡영화상에서 생애 첫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톱 여배우의 반열에 올랐다. 당대 최고의 인기를 끌던 김희선, 이미연, 이영애, 전도연 등을 물리친 그녀의 여우주연상 수상은 시청자들은 물론 본인조차 예상치 못했던 깜짝 수상이었다.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한참 동안 말을 잇지 못했던 장진영은 "마음을 비웠는데 수상하게 될 줄을 정말 몰랐다"며 흐느꼈다. 그녀의 수상소감은 한동안 청룡영화상 사상 가장 긴 수상소감으로 회자되기도 했다.
장진영에게 두 번째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을 안겨준 작품은 '국화꽃향기'와 같은 해에 개봉한 영화 '싱글즈'다. 사랑과 일 사이에 놓인 29살 디자이너 나난은 장진영만을 위해 탄생한 캐릭터라고 생각할 만큼 그녀에게 꼭 맞는 역할이었다. 밝고 사랑스러운 캐릭터는 장진영의 매력을 보여주기에 충분했고, 극중 생기발랄한 단발머리는 그녀의 트레이드마크가 될 정도로 큰 인기를 모았다.
두 번의 여우주연상 수상으로 청룡의 여인이 된 장진영. 그 후 그녀는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넘나들며 대한민국 대표 여배우로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으며 활동을 펼쳤다. 하지만, 불현듯 찾아온 위암 선고와 1년여의 투병 생활 후 짧은 생을 마감했다.
2009년 그녀를 떠나보낸 후 열린 제30회 청룡영화상 시상식에서 특별상에 그녀의 이름이 올랐다. 신승훈이 그녀를 그리며 노래를 불렀고 아버지가 대리 수상을 하며 영화 팬들을 울렸다.
청룡이 사랑한 배우 장진영, 그녀는 지금 우리 곁에 없지만 여전히 우리는 그녀를 추억한다. 국화꽃향기처럼 그녀의 향기가 우리 곁에 오래도록 남아 있을 것이다. 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