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의 핵심 선수가 되고 싶어요."
제주 신형엔진 이창민(22)의 바람이다. 이창민은 경남과 전남을 거쳐 2016년 제주에 입단했다. 공수를 넘나드는 다양한 재능을 갖춰 제주 중원에 힘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벽이 높았다. 기존 권순형 송진형의 입지가 워낙 탄탄했다. 간간이 출전했지만 교체로 투입이 많았다.
이창민은 신태용호의 일원으로 2016년 리우올림픽에 출전했지만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이창민의 제주 첫 시즌은 아쉬움 속에 지나가는 듯했다. 이창민은 "뛰어난 선배들이 많아 내가 못 뛰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마냥 손 놓고 있지는 않았다. 이창민은 지난 경기 영상들을 돌려보면서 오답 노트를 정리했다. 이창민은 "플레이 영상들을 다시 보니 내가 어떤 게 부족했는지 눈에 보였다. 패스의 강도와 방향, 공이 없을 때 움직임 등 제주 전술에 맞춰야 하는 측면이 있었는데 다소 맞지 않는 플레이를 하는 경우가 있었다"고 했다.
차분히 때를 기다리며 내실을 다지던 이창민. 드디어 기회가 왔다. 핵심 미드필더 송진형이 9월 21일 아랍에미리트(UAE) 리그 알 샤르자로 이적했다. 이창민이 대체자로 떠올랐다. 하지만 우려가 있었다. 전임자 송진형의 그림자가 짙었다.
이창민은 송진형이 떠난 날 치러진 전북전에 선발로 나섰다. 사소한 패스 미스들이 나왔다. 높은 점수를 받기 어려운 움직임이었다. 이창민은 "(송)진형이 형의 빈 자리가 크긴 컸다. 내가 그 역할을 해야 했는데 잘 해내지 못했다. 스스로도 만족하기 어려웠다"면서도 "그러나 시간이 가면 나도 분명 제 몫을 할 수 있을 것이란 믿음이 있었다"고 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창민의 존재감이 커졌다. 이창민은 재치있는 스루 패스와 과감한 중거리 슈팅, 예리한 침투를 선보였다. 이창민의 활약속에 제주는 그룹A에 안착했다. 동시에 지난달 23일 전남전(5대3 제주 승)까지 9경기 연속 무패행진(6승3무)을 달렸다. 3위를 지켜내며 다음 시즌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진출 가능성을 높였다. 이창민은 이 기간 동안 2골-3도움을 올렸다. 이창민은 "동료들이 많이 도와줬고 나도 자신감이 생겼다"고 했다.
하지만 동시에 부족한 부분도 깨달았다. 이창민은 "아직 패스 정확도나 움직임을 더 다듬어야 할 것 같다. 공을 지켜내는 능력도 더 키우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강점은 더 살리고 약점은 보완해서 팀의 핵심 선수가 되고 싶다"며 "더 열심히 해서 다음 시즌 ACL 진출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고 다짐했다.
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