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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연'종영③] '달의연인' 여백 꽉 채운 명품 조연들의 순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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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전혜진 기자] 흥행은 아쉬우나, 명품 조연들을 얻었다.

1일 오후 SBS 월화극 '달의 연인- 보보경심 려(이하 달의 연인)'가 20부작을 끝으로 종영했다. '달의 연인'은 21세기 대한민국 여성의 영혼이 들어간 고려 연인 해수(이지은, 아이유)와 고려 황자들의 로맨스를 그린 작품이다. 결국 왕소(이준기)와 해수는 끝내 사랑을 이루어내지 못했고, 해수는 고려 시대에서 죽음을 맞은 채 현대 시대의 고하진으로 돌아와 그때의 기억을 되찾고 가슴 아파하며 새드엔딩으로 막을 내렸다.

이 드라마는 50부작이 넘는 원작을 둔 탓에 황실과 어머니에게 버려진 채 볼모로 타지에 잡혀 있던 왕소(이준기)가 황궁으로 돌아와 피의 황제 광종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수십 년의 방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그만큼 중심 인물들을 둘러싼 이들의 관계 변화와 심리의 변화가 중요한 지점이었고, 명품 조연들의 연기는 극에 몰입감을 더할 뿐 아니라 드라마의 허술한 부분까지도 꽉꽉 채워놨다. 그들의 감정변화의 진폭과 생과 사를 오가는 이야기들은 드라마에 애틋하고 절절한 감성을 불어넣으며 '달의 연인'의 주요 견인 역할을 해냈다. ▶박시은의 재조명

박시은은 해수의 육촌 언니이자 8황자 왕욱(강하늘 분)과 정략결혼한 해씨부인으로 열연했다. 왕욱을 사랑했지만 몸이 좋지 않아 아이를 낳아주지도 못하고 짐이 되는 것에 스스로 괴로워하고 미안해하는 해씨부인의 고운 성정과 깊은 마음을 애처롭게 그려내 호평을 받았다. 죽음이 다가온 순간에도 왕욱의 마음이 해수에게 향한다는 것을 알고 두 사람의 사랑을 이어지기를 바라며 죽음을 맏이한 그. 왕욱의 등에 업혀 담담히 지난 세월을 토해내며 죽음을 맞이하는 박시은의 처연한 연기는 시청자들에게 큰 감동을 선사했다.

▶우희진의 존재감

우희진은 다미원의 수장이자 최고 상궁인 오상궁 역을 통해 존재감을 제대로 입증했다. 자유분방한 해수를 마치 어머니와 같이 혼내고 타이르고 또 걱정하며 더욱 성장하도록 만들었다. 결국 그는 누명을 쓰고 죽을 위기에 처한 해수를 보며 자신의 지난 날을 떠올리게 됐고, 해수 대신 죽음을 택해 안방극장을 눈물바다로 만들었다. 과하지 않고 담담하되 처연한 연기는 우희진의 깊은 내공을 여실히 보여줬으며 '달의 연인'에 더욱 짙고 깊은 감성을 불어넣었다.

▶의외의 케미, 지헤라X백현

엑소 활동을 넘어 처음으로 정극에 도전하게 된 백현, 초반 연기력 논란이 있었지만 후반에는 신예 지헤라와 함께 가슴 아픈 연기를 펼쳐보이며 만회했다. 특히 마냥 순수하고 개구쟁이 같았던 10황자를 연기하는 그는 자신이 외면했던 순덕(지헤라)의 사랑을 뒤늦게 확인하고 죽음 앞에서도 도망치지 않는 성숙한 한 남자가 되기까지의 모습을 몰입감있게 그려냈다. 신선한 페이스의 지헤라 역시 정의롭고 사랑밖에 모르는 순덕이라는 캐릭터를 매력적으로 그러냈다. 두 사람이 그린 풋풋한 사랑과 안타까운 동반 죽음은 시청자들의 가슴을 애달프게 했다.

▶악역 최적화, 홍종현

모델 출신의 홍종현은 많은 팬층을 거느리고 있는 스타이지만, 캐릭터를 통해 크게 두각을 드러냈던 적은 없었다. 그러나 이번 '달의 연인' 속 황제의 자리를 노리는 야욕적인 3황자 왕요 역을 맡아 기대 이상의 호평을 얻었다. 왕위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형제의 가슴팍이라도 화살을 직접 날리는 잔인한 인물, 홍종현은 카리스마 있는 눈빛 연기로 악독한 면면은 물론 황제가 된 뒤로 느끼는 죄책감과 불안함, 허탈감과 어머니와 황자들에 외면 받은 쓸쓸하고 외로운 내면까지 인상적으로 그려내며 배우로서의 존재감을 제대로 알리게 됐다.

gina1004@sportschosun.com